"정치가 '네 이웃의 상처를 혐오하라' 부추겨"

이영광 2026. 10. 19. 1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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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3 내란 이후 눈에 띄게 규모가 커진 극우 세력의 혐오 집회가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이들은 외국인에 대한 배척을 넘어 국가 폭력과 참사 희생자 그리고 그 유가족들을 향해 차마 입에 담기 힘든 혐오와 모욕의 발언을 쏟아내고 있다.

"지금 우리가 서로 혐오하고 있고, 우리 사회의 갈등이 계속 심화되고 있다는 사실을 직면했으면 좋겠습니다. 이 문제는 알아서 자정되거나 가만히 있는다고 나아지지 않습니다. 이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혐오가 아닌 존중, 극우가 아닌 사회 통합의 가치를 찾아 나갔으면 합니다. 제도적으로 법이나 정책을 마련하든, 문화적으로 통합의 가치를 실현하려고 다양한 방법으로 애쓰든, 그런 노력이 이어지길 바라는 것이 제가 전하고 싶었던 내용입니다. 취재하면서 우리 사회에 국가 폭력이나 참사 같은 어두운 그림자도 분명 있지만, 한편으로는 민주주의의 역사가 끈질기고 시민들은 강하며 우리 사회는 굉장히 희망적이기도 하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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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광의 '온에어' 457] 안동현 뉴스타파 PD

[이영광 기자]

12.3 내란 이후 눈에 띄게 규모가 커진 극우 세력의 혐오 집회가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이들은 외국인에 대한 배척을 넘어 국가 폭력과 참사 희생자 그리고 그 유가족들을 향해 차마 입에 담기 힘든 혐오와 모욕의 발언을 쏟아내고 있다. 지독한 혐오의 표적이 된 당사자들과 그 가족들은 도대체 어떤 고통을 견뎌내고 있는 걸까.

지난 8일 뉴스타파 유튜브 채널을 통해 공개된 <다큐 뉴스타파> '혐오 정치의 시대 - 네 이웃의 상처를 혐오하라' 편은 바로 이 지점을 짚었다. 5·18 광주민주화운동 당시 희생된 문재학 열사의 어머니 김길자씨의 이야기로 시작해, 국가 폭력과 참사의 아픔을 안고 살아가는 이들이 겪어온 혐오의 실상을 생생히 기록했다. 다큐 연출 이야기를 듣고자 지난 14일 안동현 PD와 전화 인터뷰를 진행했다. 다음은 안 PD와 나눈 대화를 일문일답으로 정리한 것.

"정치가 앞장서서..."
▲  <다큐뉴스타파>의 한 장면
ⓒ 뉴스타파
- 혐오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세 개째 만들었더라고요.

"혐오와 극우화를 주제로 지금까지 다큐멘터리 작업을 이어 왔습니다. 첫 번째는 10대 극우화를 다루며 미디어가 극우화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봤고, 두 번째는 기독교 대안학교를 통해 기독교가 극우화에 미치는 영향을 들여다봤습니다. 극우화에서 또 하나 중요한 요소가 현실 정치인의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정치가 우리 사회의 혐오와 갈등을 부추기는 지점에 집중했습니다."

- 왜 지금 이 주제를 다뤄야 할까요?

"미디어와 문화를 통해 우리 사회에 극우화가 퍼지고 있습니다. 이는 정치와 제도권이 해결해야 하고 그럴 책임도 분명히 있는데, 오히려 이를 조장해 자기들의 이익으로 삼는 태도가 매우 부정적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극우적인 문화는 우리 사회의 고립된 하위문화로 위축시켜야 합니다. 그런데 정치가 앞장서서 혐오와 극우의 주장을 사회 전반의 지배적인 문화로 굳히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래서 참 위험하다고 느꼈습니다."

- 부제가 '네 이웃의 상처를 혐오하라'잖아요. 네 이웃을 네 몸과 같이 사랑하라는 성경 말씀을 페러디한 거 같아요.

"정확하게 봐 주셨어요. 앞서 말씀드렸듯이 정치는 우리 사회에 희망적이고 통합적인 메시지를 전달해 사회를 하나로 묶어 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더 좋은 공동체를 만들기 위해 정치가 구성원들에게 희망과 공감의 메시지를 줘야 하는데, 지금은 오히려 서로 혐오하라고 부추기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 생각 끝에 성경을 패러디해 이렇게 제목을 달았습니다."

- 광주민주화운동 희생자인 문재학 열사 어머니인 김길자씨 이야기로 시작한 이유가 있나요?

"이번 다큐의 시작 부분에서 5·18에 대한 폄훼와 왜곡 문제를 제기하고 싶었습니다. 1980년 이후 46년이 지난 지금까지 5·18 진상 규명을 위해 힘써 오신 김길자 여사님의 목소리와 얼굴을 통해, (5·18을 향한) 폄훼와 왜곡이 살아 계신 유가족에게 얼마나 큰 슬픔과 고통을 계속 주고 있는지 전달하고 싶었습니다."

- 요즘에 영화 <암살자(들)>이 논란이잖아요. 보수 측은 스타벅스 탱크데이 이벤트는 비판하고 왜 <암살자(들)> 표현의 자유라고 보호하냐고 지적해요.

"아직 그 영화를 보지는 않았지만, 영화에 대한 기사와 주장을 살펴보니 육영수 여사 피살의 원인을 박정희라고 단정 짓지 않고 해석의 여지를 둔 영화라고 들었습니다. 그렇다면 관객이 스스로 생각하고 느낄 여지가 있는 영화였을 것 같고, 잘못된 주장이나 음모론을 제기하려는 영화는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반면, '탱크데이'는 우리 모두가 알고 있는 실제 역사와 슬픔, 상처를 의도를 가지고 조롱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의도를 갖고 상대방의 상처를 헤집으며 놀리는 행위는 분명히 잘못입니다. 다시 말해 저는 <암살자(들)>을 보지는 못했지만, 의도를 갖고 음모론을 제기하는 영화는 아닌 것 같습니다. 그렇게 해석하고 느낄 여지가 있다고 하는데, 그건 우리가 어떻게 영화를 만들고 창작해야 하는지에 대한 토론 주제라고 생각합니다."

- 국회에서 열린 5·18 재조명 토론회 현장을 직접 취재하고 항의하는 유가족들의 모습을 담았잖아요. 연출자로서 가장 참담했던 순간은 언제였나요?

"5·18 재조명 토론회에 허화평씨, 즉 쿠데타를 일으킨 공범이 버젓이 등장한 장면입니다. 민의의 전당인 국회에 쿠데타 가담자를 부르는 것은, 이진숙 의원 같은 국회의원이 그의 존재와 정당성을 인정하고 승인해 주는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반드시 반성하고 사죄해야 할 역사적 사건의 주범이 국회에 와서 그렇게 떳떳하고 당당하게 있는 게 과연 맞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5·18을 겪은 사람들뿐 아니라 같은 공화국의 시민, 일반인들에게도 큰 충격을 주는 일 아닌가 싶었습니다."

비극을 건드리는 사람
▲  <다큐뉴스타파>의 한 장면
ⓒ 뉴스타파
- 부마항쟁도 있고 6.10 민주항쟁도 있는데 왜 유독 광주민주화운동을 폄하하고 공격할까요.

"우선 우리 사회에 아직도 뿌리 깊은 전라도 혐오가 있는 것 같습니다. 전라도 광주에서 일어난 민주화운동을 폄훼하면서 전라도 혐오를 이어 가려는 사회적 흐름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또 하나는, 우리 사회에 슬프고 비참한 역사가 여러 가지 있지만 그중 가장 큰 비극이 시민을 지켜야 할 군인이 오히려 시민을 학살한 5·18이라고 생각합니다. 가장 큰 비극이다 보니, 그 비극을 건드리는 사람은 훨씬 더 큰 사회적 주목을 받아 그러는 것 같습니다."

- 온라인에서 전남광주통합특별시에 대한 혐오 표현이 많나 봐요.

"무등일보에서 전라도 관련 기사에 달린 댓글 10만여 건을 분석했는데, 그중 8% 정도가 전라도 혐오와 관계가 있는 댓글이었습니다. 우리 사회에 만연한 전라도 혐오를 실증적으로 보여주는 결과였습니다.

무등일보 분석에서 인상적이었던 대목은 '도그휘슬'이라는 개념입니다. 개들은 개끼리만 알아들을 수 있는 주파수로 소통하기도 하는데, 도그휘슬의 사전적 의미는 개에게만 들리는 고주파 호루라기라고 합니다. 이 단어가 사회학적·정치학적 용어로 쓰이면서, 특정 진영과 집단만 알아들을 수 있는 단어로 소통하는 것을 뜻하게 되었습니다.

예를 들어 '알보칠'이라는 표현이 있습니다. '알고 보면 7시다'의 줄임말인데, 7시 방향은 한국 지도에서 전라도 지역입니다. 알고 보니 전라도였다는 낙인과 혐오의 표현입니다. 저도 이번에 처음 알았는데, 이런 용어를 쓰면서 서로 간의 결속력을 강화하고 그런 문화를 확산시키고 있다고 합니다."

- 당사자들은 혐오 표현을 어떻게 느끼나요.

"이번에 광덕고라는 고등학교에 가서 실제 고등학생들의 목소리를 들어 봤습니다. '탱크데이' 같은 마케팅이나 야구 경기에서 나온 '스타벅스 가야지' 같은 혐오 표현을 접하면 정체성이 훼손당하는 것 같다고 하더라고요.

이런 혐오가 제3자에게는 놀이나 일반적인 문화처럼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런 문화를 직접 겪는 당사자들은 위축감과 함께 정체성이 훼손되는 것 같은 어려움을 토로하는 것 같습니다."

- 국회 본청 앞에서 이진숙 의원도 인터뷰하셨죠.

"자신이 하는 정치에 대한 확신과 의지를 내비치려는 것 같았습니다. 제가 마지막으로 한 질문이 '의원님의 정치는 우리 사회의 혐오와 갈등을 부추길 수 있는 것 아니냐'는 것이었는데요. 이에 이진숙 의원은 5·18 유공자 명단을 공개하라는 지지자들의 목소리를 못 들었느냐고 저에게 반문하시더라고요. 제가 보기에 이진숙 의원은 극단적인 주장을 하고 있고, 그 주장에 환호하는 지지자들의 목소리를 자기 정치의 정당성으로 삼아 스스로 명분을 쌓는 것 같았습니다."

이 의원은 극단적인 언어를 쓰면서 우리 사회 극우 세력의 지지를 끌어당기고 있습니다. 극우 세력은 자신들을 호명해 주고 정체성을 확인해 주는 이진숙 의원 같은 정치인에게 더더욱 지지를 보내는 상황 같습니다."

- 정치 양극화가 심해지면 혐오 표현도 영향 받을까요?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양극화가 심해질수록 서로 소통하고 대화하려는 자세와 태도가 많이 부족해집니다. 또 양극단이 서로 극단적인 언어를 쓰는 가운데, 우리가 평소에 사용하지 않았거나 문제시했던 언어를 더더욱 많이 쓰게 되는 것 같습니다.

제가 다뤘던 5·18에 대한 폄훼와 왜곡도 예전에는 국민의힘에서 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국민의힘도 당 강령에 5·18 정신을 수록하는 등 5·18의 진실을 분명히 확립하려고 노력했습니다. 그런데 정치적 양극화가 심해지면서 5·18 같은 진실의 영역에 대해서도 왜곡하는 형태가 드러나는 것이 아닌가 생각했습니다."

- 언론의 역할이 중요할 것 같아요.

"동의합니다. 공동체 안에서 함께 지식을 나누고 공통된 경험을 이야기하며 무엇이 사실이고 진실인지 대화하는 시간이 많이 사라진 것 같습니다. '부족주의'라는 표현처럼 각자 자기 진영 안에서 잘못된 이야기를 유통하며 결속력만 강화하고 있고, 이런 분열을 통합해야 할 정치와 언론은 오히려 특정 진영의 환호를 받기 위해 존재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 정말 아쉽습니다."

- 세월호와 이태원 참사 유가족들이 서로를 위로하고 연대하는 장면이 깊은 인상적이었습니다.

"이번 다큐를 통해 '국가란 무엇인가'를 처음으로 심각하게 고민해 보게 됐습니다. 세월호 참사와 이태원 참사 모두 국가가 참사 당시 제대로 된 행정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역할을 다하지 못해 벌어진 일입니다. 참사가 발생한 뒤에도 국가는 없었던 것 같습니다. 유가족을 향한 혐오와 악의적인 비방이 커지는데도 국가가 이를 막기 위한 제대로 된 역할을 하지 못한 현실을 보면 아쉬움이 많이 느껴집니다.

우리 사회가 많이 발전했고 문화적으로 강국이라고들 하지만, 국가가 시민의 삶을 책임지고 안전을 지키는 데에는 아직 갈 길이 멀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더 좋은 공동체가 돼야 하는데 아직은 그렇지 않다는 점이 많이 아쉬웠습니다."
▲  <다큐뉴스타파>의 한 장면
ⓒ 뉴스타파
- 다큐멘터리 엔딩에서 아이들의 목소리로 "다음 세대에 어떤 세상을 물려줄 것인가" 물었잖아요. 이 작품을 시청한 대중과 독자들이 어떤 화두를 안고 가길 바라나요?

"지금 우리가 서로 혐오하고 있고, 우리 사회의 갈등이 계속 심화되고 있다는 사실을 직면했으면 좋겠습니다. 이 문제는 알아서 자정되거나 가만히 있는다고 나아지지 않습니다. 이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혐오가 아닌 존중, 극우가 아닌 사회 통합의 가치를 찾아 나갔으면 합니다. 제도적으로 법이나 정책을 마련하든, 문화적으로 통합의 가치를 실현하려고 다양한 방법으로 애쓰든, 그런 노력이 이어지길 바라는 것이 제가 전하고 싶었던 내용입니다. 취재하면서 우리 사회에 국가 폭력이나 참사 같은 어두운 그림자도 분명 있지만, 한편으로는 민주주의의 역사가 끈질기고 시민들은 강하며 우리 사회는 굉장히 희망적이기도 하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 취재했는데 다큐에 못 담은 게 있나요?

"세월호 유가족분들을 만났던 장소는 4·16 희망 목공소였습니다. 그날 유가족 아버님들이 열심히 일하고 땀 흘려 노동하는 모습을 촬영하기는 했지만, 이번 다큐에 들어가기에는 적절히 맞아떨어지지 않아 편집 과정에서 빠지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유가족 중 한 분이 저에게 펜을 하나 선물해 주셨습니다. 죽은 나무로 만든 펜이라고 하시더라고요. 죽은 나무를 통해 새로운 것이 재생되고 만들어지듯, 그분들도 상처가 있지만 새롭게 살아가고 있다는 의지를 저에게 전해 주신 것 같습니다. 그런 시간이 저에게 큰 감동으로 남아 있습니다."
▲  <다큐뉴스타파>의 한 장면
ⓒ 뉴스타파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전북의소리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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