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레스타인 감독 두 달째 연락 두절... 그 영화 보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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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는 반드시 해야 할 이야기가 있다.
이 영화제의 작품 선정과 프로그램 구성을 이끄는 총괄프로그래머는 세월호 다큐멘터리 <침몰 10년, 제로썸>을 만든 윤솔지 감독이다.
"처음부터 전쟁을 중심에 두고 선정한 건 아니에요. 그런데 올해 유독 우크라이나, 이란, 팔레스타인, 아프가니스탄 등에서 관련 작품들이 많이 들어왔어요. 전쟁을 직접 다루지 않더라도 그로 인해 달라진 삶과 척박한 현실이 영화의 배경에 자연스럽게 깔려 있죠. 감독들이 휘슬러영화제의 성격을 알고 작품을 보내온 것 같아 고무적입니다."
- 팔레스타인에서 영화를 보내온 두 감독과 연락이 끊겼다고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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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미강 기자]
세상에는 반드시 해야 할 이야기가 있다. 누군가는 불편하다는 이유로 외면하고, 누군가는 두려움 때문에 침묵하지만, 끝내 그 이야기를 세상 밖으로 끌어내는 사람들이 있다. 영화는 때로 그들의 목소리가 되고, 잊히는 진실을 붙잡는 기록이 된다.
올해로 3회를 맞는 서울국제휘슬러영화제는 바로 그런 영화들을 위한 자리다. 오는 23일부터 25일까지 서울 이화여자대학교 ECC 아트하우스 모모에서 열리는 영화제는 '너의 비밀을 말해봐'라는 슬로건 아래 인권과 평화, 민주주의와 환경은 물론 개인의 내밀한 고백까지, 세상을 향해 자신만의 이야기를 던지는 영화들을 소개한다.
올해는 세계 각국에서 260편이 출품돼 18개국 46편이 선정됐다. 특히 이란과 우크라이나, 팔레스타인, 아프가니스탄 등 전쟁과 폭력의 현실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두드러진다.
이 영화제의 작품 선정과 프로그램 구성을 이끄는 총괄프로그래머는 세월호 다큐멘터리 <침몰 10년, 제로썸>을 만든 윤솔지 감독이다. 시민들의 후원과 자원봉사로 운영되는 작은 영화제에 세계 각국의 감독들이 찾아오는 이유는 무엇일까. 윤 감독에게 영화제의 오늘과 미래를 들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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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휘슬러영화제 총괄프로그래머 윤솔지 감독 세월호참사의 진실을 다룬 다큐영화 '침몰10년 제로썸' 감독인 윤솔지 감독이 휘슬러영화제의 총괄프로그래머로 영화제의 정체성을 찾아가고 있다 |
| ⓒ 휘슬러영화제 조직위원회 |
"휘슬러영화제는 영화인들만의 영화제가 아니라는 점이 가장 큰 특징이에요. 영화인과 예술인은 물론 시인, 약사, 의사, 가정주부, 초등학교 선생님 등 다양한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 심사위원과 조직·집행위원으로 참여해요. 함께 영화를 보고 그 영화가 이야기하는 주제를 놓고 의견을 나누죠.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이 함께 만들어가는 영화제라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고 생각해요."
- '휘슬러'는 내부고발자를 뜻하지만 영화제는 인권, 평화, 민주주의, 환경 등 폭넓은 주제를 다룹니다. 작품을 선정하는 기준은 무엇인가요?
"'내부고발'만으로 한정하면 범위가 너무 좁아요. 자신의 내면에 있는 이야기, 세상에 꼭 알리고 싶은 소소한 이야기까지 포함하는 '내면고발'에도 주목해요. 중요한 것은 그 영화에 정말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는가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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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3회 서울국제휘슬러영화제 올해로 3회를 맞는 서울국제휘슬러영화제는 오는 10월 23일부터 25일까지 사흘간 서울 이화여자대학교 ECC 아트하우스 모모에서 열린다. |
| ⓒ 국제휘슬러영화제 조직위원회 |
"처음부터 전쟁을 중심에 두고 선정한 건 아니에요. 그런데 올해 유독 우크라이나, 이란, 팔레스타인, 아프가니스탄 등에서 관련 작품들이 많이 들어왔어요. 전쟁을 직접 다루지 않더라도 그로 인해 달라진 삶과 척박한 현실이 영화의 배경에 자연스럽게 깔려 있죠. 감독들이 휘슬러영화제의 성격을 알고 작품을 보내온 것 같아 고무적입니다."
- 팔레스타인에서 영화를 보내온 두 감독과 연락이 끊겼다고 들었습니다.
"팔레스타인 감독들이 직접 이메일을 보내왔어요. 자신들의 영화를 상영해달라고요. 두 감독이 함께 만든 다큐멘터리인데, 먹을 것이 없어 급식처럼 음식을 만들어 먹으며 살아가는 이야기예요. 옛날 꿀꿀이죽 같은 음식을 만들어 먹는 모습 자체가 전쟁의 참상이죠.
영화를 보니 상영하지 않을 수 없었어요. 작품 파일도 확보했고 상영할 예정인데, 이후 두 감독 모두 연락이 닿지 않고 있어요. 두 달째 연락하고 있지만 응답이 없어요. 정말 생사 여부라도 알았으면 좋겠어요."
- 올해 개막작과 폐막작도 눈길을 끕니다. 어떤 기준으로 선정했나요?
"개막작인 이란 영화 <레인보우 테일 Rainbow's Tale>은 서로 다른 폭력을 겪는 일곱 아이의 이야기예요. 아동폭력과 그로 인한 슬픔을 다루면서도 웃음이 있고, 영화 자체가 굉장히 좋아요. 이란이 어려운 상황이니까 봐줘야 한다는 차원이 아니라 작품의 완성도가 뛰어나서 선정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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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개막작 이란 영화 〈Rainbow's Tale〉 포스터 아동폭력과 그로 인한 슬픔을 다루면서도 웃음이 있는 개막작 〈Rainbow's Tale〉 |
| ⓒ 국제휘슬러영화제 조직위원회 |
- 지난해 150편에서 올해 260편으로 출품작이 늘었습니다. 해외 감독들도 직접 찾아온다고요?
"우리 영화제에 참여하는 분들이 국제적인 소통에 열려 있어요. 1회 때는 시리아에서 전쟁을 뚫고 찾아온 감독들도 있었어요. 해외 감독들이 오면 함께 관광도 하고 포장마차에서 개막 파티를 하기도 해요. 같이 이야기하고 어울리다 보면 친구가 되잖아요. 영화제는 작품을 선정하고 상을 주는 자리만이 아니라 사람들이 만나고 어울리는 자리라고 생각해요.
감독들 사이에서도 좋은 경험이 입소문으로 이어진 것 같아요. 사실 저희는 돈이 없어요. 항공료 지원도 못하고 신촌 모텔에서 사흘 정도 묵을 숙소와 커피 쿠폰 정도를 제공해요. 그런데도 올해 해외에서 열 팀 정도가 자기 비용으로 오겠다고 해요. 너무 고맙고 벅차죠."
- 특별히 소개하고 싶은 해외 감독도 있습니까?
"영국의 스물세 살 정도 되는 젊은 감독이 있어요. 12분짜리 영화 <케이블가의 후손들>을 만들었는데, 런던에서 파시즘에 반대했던 가족의 역사를 다룬 작품이에요. 영화에 등장하는 유대인 할아버지는 친팔레스타인 시위에 참여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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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화 <케이블가의 후손들> 영국의 젊은 감독의 영화 〈케이블가의 후손들〉은 12분짜리 영화로 유대인 할아버지가의 가족의 역사를 다룬 작품이다. |
| ⓒ 국제휘슬러영화제 조직위원회 |
- 올해 처음 저널리즘 섹션을 신설하고 '실시간 학살의 시대, 전쟁의 참상과 미디어 보도의 한계'라는 포럼도 마련했습니다.
"휘슬러영화제의 정체성 자체가 어떤 '고발'이잖아요. 현실에 기반할 수밖에 없고, 저널리즘과 맞닿는 것도 자연스러운 일이죠. 언론이 다룬 문제를 더 깊이 풀어내고 개인의 생각까지 담을 수 있는 것이 다큐멘터리라고 생각해요. 순간적으로 보도되고 휘발되는 사건을 깊이 들여다보게 하는 거죠. 저널리즘 섹션은 앞으로도 계속 유지하고 활성화하고 싶어요."
- 개막 포럼 '독립영화는 독립적인가'에서는 어떤 문제를 이야기하려고 하나요?
"영화제가 발전하려면 영화산업의 구조를 고민해야 해요. 영화제의 역할은 감독들이 만든 영화를 더 많은 사람에게 보여주고 평가받을 기회를 만드는 것이잖아요. 그런데 독립영화 감독들은 자기 작품을 알릴 기회가 정말 없어요.
20분짜리 단편영화를 만들면 어디에서 상영하겠어요. 유명한 사람, 이미 기회를 가진 사람들의 작품만 계속 상영되는 구조를 어떻게 바꿀 것인가. 이번 포럼에서는 독립영화가 관객을 만날 수 없는 현실과 유통·상영 구조를 이야기하려고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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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휘슬러영화제 개막포럼 윤솔지감독이 직접 사회를 맡는 개막 포럼 ‘독립영화는 독립적인가’는 독립영화의 현실을 조명하고 대안을 찾는 자리다. |
| ⓒ 국제휘슬러영화제 조직위원회 |
"결국 독립성의 문제겠죠. 돈이 없다는 건 정말 힘든 일이에요. 능력 있는 분들이 무급으로 일하고 계시는데 정당한 비용을 드리는 게 맞죠. 하지만 지원에 의존하다가 누군가 "지원을 끊겠다"고 하면 권력의 눈치를 보게 될 수도 있잖아요.
그렇다고 시민들에게 계속 후원해달라고 손을 벌리는 데도 한계가 있고요. 그래서 영화제 이후 지방 상영회를 마련하는 등 스스로 수익을 만들어 자립할 방법을 고민하고 있어요. 자유로운 시민영화제의 성격과 독립성을 지키고 싶습니다."
"감독도 관객도 모두 함께 걸판지게 놀자"
- 휘슬러영화제를 찾는 관객들에게 바라는 점은 무엇인가요?
'관객들은 정말 똑똑하다고 생각해요. 우리가 의도한 것보다 훨씬 뛰어난 해석을 할 때도 있어요. 우리는 좋은 영화가 있다는 것을 소개하는 것이고, 어떻게 보고 어떤 생각을 하는지는 관객의 몫이죠. 영화를 보고 어떤 운동을 하거나 행동으로 이어지길 바란다는 것도 건방진 이야기일 수 있어요. 사회고발이라는 외피를 쓰고 있더라도 결국 영화는 이야기잖아요. 극장에 와서 있는 그대로 즐겨주면 좋겠어요. 그러다 보면 자연스럽게 공감하고 함께 고민하게 되겠죠."
- 앞으로 서울국제휘슬러영화제가 어떤 영화제로 발전했으면 좋겠습니까?
"제가 계속 추구하고 싶은 것은 괴리감을 없애는 거예요. 감독 따로, 작품 따로, 관객 따로, 집행부 따로가 아니라 모두 함께 어울리는 거죠. "모두 같이 걸판지게 놀자." 그 생각은 앞으로도 변하지 않을 것 같아요. 우리나라 독립영화제에서 세계 곳곳의 다양한 영화를 만날 기회가 줄어드는 것 같아 아쉬워요.
| 서울국제휘슬러영화제 텀블벅 시민 후원 |
제3회 서울국제휘슬러영화제는 시민 후원과 자원봉사, 민간단체의 협력으로 운영되며, 영화제 운영비 마련을 위한 텀블벅 후원을 진행하고 있다. https://tumblbug.com/2026swff |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시민언론 민들레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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