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삶 닮은 지리산 구절초

백애송 2026. 10. 19. 0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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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작가회의 시분과위원회에서 기획한 '시로 읽는 오늘'을 연재합니다. 시로 아침을 시작한다면, 수많은 갈등과 전쟁도 줄어들 것입니다. 독자들은 힘 있는 언어를 익혀 튼튼한 내면을 가꿀 수 있고, 다양한 시를 통해 새로운 시민의 감수성을 만들어 갈 수 있을 것입니다.

자연은 자연대로, 인간은 "쪼그려 앉아 다리가 저린 세상"속에서 저마다의 시간을 살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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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로 읽는 오늘] 박두규 '뒷간에 앉아 보낸 세월'

한국작가회의 시분과위원회에서 기획한 '시로 읽는 오늘'을 연재합니다. 시로 아침을 시작한다면, 수많은 갈등과 전쟁도 줄어들 것입니다. 독자들은 힘 있는 언어를 익혀 튼튼한 내면을 가꿀 수 있고, 다양한 시를 통해 새로운 시민의 감수성을 만들어 갈 수 있을 것입니다. 세계의 첨예한 문제를 시인의 예민한 감각으로 길어 올린 한국시를 매주 두 편씩 선정하여, 추천 글과 함께 독자 여러분께 소개합니다. <기자말>

[백애송]

뒷간에 앉아 보낸 세월
- 박두규

두텁나루숲 뒷간에 앉아 있으면 강이 자연스럽게 눈에 들어온다. 서서히 안개가 걷히며 강이 모습을 드러내는데 쪼그려 앉아 바라보는 두텁나루의 아침은 또 다른 세상이다. 새들은 날아오르거나 자맥질하거나 바위에 외다리로 서 있다. 그래, 나도 그러고 있을 뿐이다. 그렇게 경이로운 풍경 속 점 하나로 쪼그려 앉아 있는 것이다. 그 세상은 그 세상대로 이 세상은 이 세상대로 쪼그려 앉아 다리가 저린 세상, 그렇게 하루가 가고 한 해가 가고 한 생이 간다. 그렇게 지리산 어느 구석 바위틈에 아무도 눈길 주지 않는 구절초 하나 홀로 피었다 진다.

출처_시집 <두텁나루숲 뒷간에 앉아>, 솔출판사, 2025.
시인_박두규: 1985년 <남민시>로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시집으로 <은목서 피고 지는 조울躁鬱의 시간 속에서> <가여운 나를 위로하다> <두텁나루숲, 그대> <숲에 들다> <당몰샘> <사과꽃 편지>가 있다.
▲  아무도 눈길 주지 않는 구절초 하나가 홀로 피었다 진다.
ⓒ 박유하 시인(디지털 포엠 아티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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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텁나루숲 뒷간에 쪼그려 앉아 바라보는 풍경 속에서는 안개가 걷히고 새들이 날아오르며 구절초가 피었다 진다. 그 경이로운 풍경 속에서 시인은 하나의 '작은 점'으로 존재한다. 인간은 풍경 속 '작은 점'에 불과하지만, 이 '작은 점' 하나하나가 모여 풍경을 이루기도 한다. 이를 통해 시인은 자신이 세상의 중심이 아니더라도 '작은 점' 하나로도 충분히 존재할 수 있음을 깨닫는다. 인간은 자연 앞에서 미미한 존재이지만 자연과 분리될 수 없는 세계의 일부이기도 하다. 자연은 자연대로, 인간은 "쪼그려 앉아 다리가 저린 세상"속에서 저마다의 시간을 살아간다. 그렇게 "하루가 가고 한 해가 가고 한 생이 간다". 마침내 지리산 어느 바위틈에서 "아무도 눈길 주지 않는 구절초 하나"가 홀로 피었다 지듯, 인간 또한 저마다의 자리에서 살아가다 사라진다. (백애송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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