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라진 대통령 ‘손가락 정치’…SNS 끌어와 강경파 때렸다 [SNS에 빠진 정치]

이재명 대통령의 엑스(X) 메시지는 위기의 순간이 되면 확연히 늘어났다. 중앙일보가 분석한 메시지 1000건 가운데 가장 많은 116건(하루 평균 3.87건)이 올라온 건 지난달이다. 이 대통령 지지율(한국갤럽 전화면접)이 40%(9월 1주)→38%(2주)→37%(3주)로 처음 30%대에 진입한 시기다. 지지율이 30%대 후반에 머문 이번 달에도 이 대통령은 하루 평균 5건이 넘는 메시지를 X에 올리고 있다.
‘X 정치’는 자타공인 이 대통령의 버팀목이다. 그는 지난달 30일 “모든 언론 기득권자들이 나서 저를 고립시키고 사실을 왜곡하고 허위사실로 음해하며 공격할 때 저와 국민들을 연결시켜 진실을 알리고 저를 살려 준 것도, 저를 지금의 이 자리까지 이끌어 준 것도 SNS”라며 “어려울수록, 왜곡된 공격이 심할수록 더욱 국민과 직접 소통하고 국민들께 기대야 한다”고 X에 적었다.

성남시장 시절만 해도 “SNS는 양날의 검”(2018년 1월 본지 인터뷰)이라고 했던 이 대통령은 두 차례 대선을 거치며 SNS에 대한 믿음이 더욱 강해졌다. 그는 지난해 대선 직전 SNS를 “내 목숨줄”(5월 21일)이라고 표현했고, 지난해 6월 취임 직후엔 X를 통해 접한 ‘청와대 브리핑 쌍방향 생중계’ 제안을 실행에 옮겨 SNS를 국정 운영의 한 축으로 공식화했다.
집권 2년차엔 X 활용 방식도 달라졌다. 취임 초반엔 외교·안보 이슈를 중심으로 원글(인용 없이 스스로 작성한 글) 메시지 발신에 치중했지만, 지난 2월부터 다른 계정과 상호작용하는 방식으로 진화한 것이다. 한 지지자가 “대통령님과 직접 소통하는 거 같다”는 글을 올린 지 13분 만에 “주권자 국민의 대리인이 주권자와 당연히 직접 소통해야지요”(2월 26일) 라고 적은 게 대표적이다.

이 과정에서 지난해 6월~지난 1월 한 자릿수에 머물렀던 인용글 비중은 지난 2월 13건(18.1%)으로 껑충 뛰었다. 9월 들어선 25.0%, 10월에는 1~12일(오후 6시까지) 47.1%에 달했다. 지난해엔 인용글이 ▶정책 성과 설명 ▶공직자·정부 격려 ▶해외 정상과 인사 등이 대부분이었다면, 최근 들어선 시민들이 올리는 다양한 글에 더 많이 반응하고 있다. 공유한 X도 정부·공공기관(48건), 정치인(17건)의 글보단 일반시민(58건)이 많아졌다.
정치적으로 민감한 게시물도 늘어났다. 김지용 중수청장 임명을 둘러싼 찬반 논란이 대표적이다. 이 대통령은 김 청장 임명을 반대하는 시민 글에 “김 후보자의 반윤 행적은 이미 언론 보도로도 다 확인되는 사실인데, 모르셨던 것 같다”(9월 30일)거나 “검사 출신이라고 다 버리자면 박은정 의원도 임은정 검사장도 이성윤 의원도 다 검사 또는 검사출신인데, 그분들은 어찌 되겠느냐”(10월 1일)고 적었다.

미국·멕시코 순방 직후엔 외교 성과가 잘 알려지지 않는다는 취지의 지지자 글을 인용하며 “믿었던 유튜브 채널이 알려주지 않는다고 섭섭해하지 말자”(9월 27일)며 친여 유튜브를 겨냥했다. 최근엔 시민 글을 인용하며 “검찰개혁은 특정 개인들의 정치적 유산을 만들기 위해 하는 것이 아니다”(10월 5일)라고 여권 강경파에 공개적으로 경고했다.
이 같은 이 대통령의 X 전략 변화에 대해 한규섭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우군이었던 김어준씨 등 진영 내 빅스피커가 서로 갈라지거나 비우호적 태도를 보이면서, 이 대통령 스스로 지지층에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건 직접 소통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훈 경희대 미디어학과 교수는 “여당 내 지지기반이 취약한 경우 국민 또는 지지층에 직접 메시지를 던지려는 유인이 커진다”며 “대중들에게 직접 호소해 정치적 동력을 확보하는 일종의 ‘고잉 퍼블릭(going public·대중 속으로)’ 전략”이라고 말했다.
■ 득보다 실 많은 지도자의 ‘손가락 정치’…“자칫 맘 편한 바보 돼”
「

성기홍 청와대 홍보소통수석은 지난 11일 “전 세계의 정상급 정치 지도자들이 SNS·유튜브·팟캐스트·생중계 채널 등을 통해 직접 국민과 소통하는 것은 보편적 경향”이라고 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유별난 건 아니란 얘기다. 그러면서 SNS ‘트루스소셜’에 지난해에만 총 6168건(일 평균 16.9건)의 글을 올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인스타그램 계정에 수시로 글을 올리는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멕시코 대통령 등을 예로 들었다.
그러나 이같은 전략은 득보다 실이 많다는 평가가 많다. 장덕진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는 “SNS를 활용하다 보면 본인을 둘러싼 네트워크 패턴 자체가 확증 편향적으로 변하게 된다”며 “지도자가 긍정적인 피드백만 주는 일부와만 소통하다가는 자칫 ‘마음 편하게 비합리적 결정을 하는 바보’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최진 대통령리더십연구원장은 “정치인에게 욕을 하고, 이를 받아치는 풍경이 고스란히 표출되는 것 자체로 지도자의 권위가 하락할 수 있다”며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안을 SNS에 다루는 건 정쟁에 소비되는 불쏘시개만 늘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장승진 국민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한동훈·주진우 의원의 경우)전형적으로 지지층을 동원하기 위한 메시지가 주를 이루며 중도 확장성에서 손실을 보고 있다”며 “기존 지지자들에게 잠시 기분 좋은 순간을 제공할 수 있을지 몰라도, 장기적으로 비토층을 확대하는 효과가 클 것”이라고 관측했다. 이현우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도 “SNS에의 과잉 의존으로 정치적 공간과 정치인들의 운신의 폭 자체가 좁아지고 있다”며 “팬덤 관리에 몰입한 활동이 유권자 다수의 정치적 혐오감을 키우는 부메랑으로 돌아오고 있다”고 말했다.
오소영 기자 oh.soyeong@joongang.co.kr
」
하준호 기자 ha.junho1@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예수 믿는 이명박 싫지?” 주지 100명 모은 오현스님 참뜻 | 중앙일보
- “항암 없이 췌장암 사라졌다”…‘이부진 요리스승’ 매일 먹은 이것 | 중앙일보
- “바보 같은 자식!”…尹 위해 희생 택한 장제원, 숨겨진 진실 | 중앙일보
- 일본서 숨진 23세 한국인 여대생…“징역 10년 너무 낮다” 40대 결국 | 중앙일보
- 합의 성관계 뒤 “6차례 성폭행당했다”…20대 여성 무고로 실형 | 중앙일보
- 배우 김세인 충격 폭로 “장자연 사건 때 나도 비슷하게 당했다” | 중앙일보
- “5시간째 감금, 집에 보내달라”…지옥 된 강남 백화점 주차장 | 중앙일보
- 유행보다 역행?…11년 만에 돌아온 ‘캪틴큐’ 품절대란, 왜 | 중앙일보
- [단독] 버려진 장애아동 용준이 어디에…고모의 18년 거짓말 | 중앙일보
- 이름까지 바꾸고 한국 또 왔다…‘영구 입국금지’ 뚫은 태국인 | 중앙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