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속을 뚫고 켜진 플래시 물결… 폭우도 못 막은 GMF 열기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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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지금 어떻게 해야 될지 모르겠어."
18일 오후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케이스포돔(체조경기장) 앞.
실내 공연장인 케이스포돔 안의 분위기는 완전히 딴판이었다. 폭우를 피해 실내로 모여든 인파와 발길을 돌린 야외 관객들까지 한꺼번에 몰리면서 대한민국 대중음악의 성지로 불리는 대형 아레나급 KSPO돔은 빈자리 없이 빽빽하게 들어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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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럽 신에서 KSPO돔까지… 관객들의 플래시 세례 속 감격에 젖은 솔루션스
수변무대 지킨 신지훈의 빗속 미성… 악천후 속 돋보인 관객들의 집념
“나 지금 어떻게 해야 될지 모르겠어.”
18일 오후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케이스포돔(체조경기장) 앞. 쏟아지는 장대비를 피하던 관객 무리가 젖은 우비를 고쳐 입으며 허둥댔다. ‘그랜드 민트 페스티벌 2026’(GMF 2026) 둘째 날, 불청객처럼 찾아온 거센 폭우는 현장을 찾은 음악 팬들의 관람 동선과 축제의 풍경을 단숨에 바꿔놓았다. 공연이 전격 취소된 야외 무대에서는 철수 작업이 시작됐고, 비를 피해 실내 공연장으로 향하는 발길과 빗속에서도 자리를 지키는 우비 차림의 관객들이 교차했다.
주최사 민트페이퍼는 기상 악화로 정상적인 공연 진행이 어렵다고 판단, 이날 관람권 전액 환불 조치를 발표했다. 메인 무대인 88잔디마당은 폭우와 강풍으로 무대 설비 일부가 파손되면서 정승환, 로이킴 등이 예정돼 있던 남은 공연이 모두 취소됐다.

이날 오후 찾아간 88잔디마당에는 음악 소리 대신 무대를 해체하는 스태프들의 분주한 손길만 가득했다. 관객들이 두고 간 알록달록한 돗자리와 짐들이 빗물에 젖어 있었고 잔디밭에 둘러앉아 가을 운치를 즐기려던 관객들의 얼굴에는 짙은 아쉬움이 묻어났다.
그러나, 또 다른 야외 무대인 88호수수변무대에서는 빗속에서도 음악을 포기하지 않은 이들의 집념이 빛났다. 오후 4시 30분 예정이었던 가수 신지훈의 무대는 악천후로 인한 음향 점검 탓에 20분가량 지연된 4시 50분께야 시작됐다. 관객들은 장대비 속에서도 현장에서 배부된 우비를 눌러쓰거나 우산을 받쳐 든 채 무대 앞을 빽빽하게 채웠다.
첫 곡 ‘시가 될 이야기’를 마친 신지훈은 비바람으로 모니터 음향이 고장 난 듯 “비 때문에 소리가 제대로 나갔는지 모르겠다. 중간부터는 소리가 안 들렸다”라며 빗속 야외 라이브의 난항을 전했다. 길게 말을 잇기보다 곧바로 다음 곡을 이어간 그의 목소리에 관객들은 더 큰 집중으로 화답했다. 특유의 아련한 미성이 빗소리와 섞여 퍼지자 우비를 입은 관객들은 어깨를 좌우로 조용히 흔들며 촉촉하게 젖은 무대를 감상했다.

실내 공연장인 케이스포돔 안의 분위기는 완전히 딴판이었다. 폭우를 피해 실내로 모여든 인파와 발길을 돌린 야외 관객들까지 한꺼번에 몰리면서 대한민국 대중음악의 성지로 불리는 대형 아레나급 KSPO돔은 빈자리 없이 빽빽하게 들어찼다.
무대 위에는 밴드 솔루션스(THE SOLUTIONS)가 서 있었다. 2012년 데뷔 이래 홍대 라이브 클럽과 중소형 라이브 홀을 발판 삼아 단단하게 음악적 내공을 쌓아온 이들에게 KSPO돔 전체를 메운 관객이 만드는 인파는 그 자체로 남다른 감회를 안겼다. 솔루션스가 ‘파이어웍스’(Fireworxx)의 폭발적인 사운드를 내뿜자 밖에서 젖은 옷가지를 여미며 추위에 떨던 관객들은 제자리에서 환호하며 실내를 용광로 같은 열기로 가득 채웠다.

공연의 하이라이트는 마지막 무대 ‘숨’이었다. 케이스포돔을 가득 메운 관객들은 약속이라도 한 듯 일제히 스마트폰 플래시를 켜 들었고, 넓은 공연장 전체가 순식간에 은하수 같은 빛의 물결로 물드는 장관이 연출됐다. 눈앞에 펼쳐진 장관과 마주한 보컬 박솔은 노래를 이어가던 중 감격에 겨운 듯 울컥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이날 ‘그랜드 민트 페스티벌 2026’ 현장에는 무대를 철수하는 아쉬움과 악천후를 견디는 기다림, 그리고 실내를 가득 채운 뜨거운 열기가 공존했다. 갑작스러운 폭우로 잔디밭 위의 여유는 사라졌고 젖은 몸으로 이동해야 하는 불편함이 뒤따랐지만 비를 맞으면서도 무대를 향해 쏟아낸 관객들의 시선만큼은 페스티벌 그 자체였다. 축제는 비에 젖었을지언정 음악을 즐기러 온 이들의 진심은 뜨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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