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도 ‘반도체 쇼크’…삼전닉스 131조 증발했다

박유미 2026. 10. 18. 1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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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주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이 14일 국회에서 열린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위원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연금이 증시 급락으로 직격탄을 맞았다. 국내 주식 투자 비중을 확대한 게 ‘부메랑’이 됐다. 보유주식 평가액이 석 달 반 만에 182조원 넘게 줄면서 7분기 만에 감소세로 돌아섰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두 종목에 전체 감소액의 70% 이상이 집중되면서 반도체주 쏠림에 따른 위험이 부각됐다.

18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 자료에 따르면 국민연금이 지분을 5% 이상 보유했다고 공시한 상장사 287곳의 주식 평가액은 지난 15일 기준 333조5330억원이다. 올해 6월 말 515조9293억원에서 182조3963억원(35.3%) 줄었다. 분기별 흐름으로 보면 2024년 4분기 이후 7분기 만의 감소다. 감소액으로는 역대 최대 규모다. 국민연금은 지난 4월 1일~7월 6일 보유주식 평가액이 189조원 늘었지만, 이후 석 달여 만에 상승분을 사실상 반납한 셈이다.

평가액 감소는 반도체 대형주에 집중됐다. SK하이닉스(-74조2261억원)와 삼성전자(-56조8710억원)의 평가액 감소분을 합치면 131조971억원으로 전체 감소액의 71.8%에 해당한다. SK스퀘어(-10조8698억원)와 삼성전기(-7조5914억원)까지 포함하면 감소액은 149조5583억원으로 늘어난다. 전체 감소액의 약 82%가 이들 네 종목에서 발생했다.

특정 종목의 의존도가 커졌다는 점이 문제로 꼽혔다. 국민연금의 국내 주식 자산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 3월 말 40.4%에서 7월 6일 55.7%로 확대됐다. 상승장에서는 수익을 끌어올린 반도체 집중도가 하락장에서는 평가액 감소를 키우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국민연금의 자산배분 전략을 둘러싼 논란도 다시 불거지고 있다. 기금운용위원회는 지난 1월 국내 주식 리밸런싱(자산 재조정)을 한시적으로 유예했다. 국내 주식 목표 비중도 당초 14.4%에서 1월 14.9%, 5월 20.8%로 높였다. 실제 국내 주식 비중은 6월 말 29.1%까지 치솟았다. 국민연금은 7월부터 리밸런싱을 재개했지만 이후 증시 급락으로 평가액이 크게 줄었다.

김영옥 기자

종목별로 보면 GS건설(7.82→12.88%)과 현대해상(9.42→12.37%), 빙그레(6.47→9.37%) 등의 지분은 늘린 반면, 파라다이스(12.33→8.39%)와 삼성바이오로직스(10.27→6.56%) 등은 줄였다. 지분 5% 이상 신규 편입 종목은 자이에스앤디·파마리서치·고려아연 등 17곳이었다.

평가액이 증가한 종목도 있었다. SK이노베이션은 지분 확대(6.03→7.14%)와 주가 상승에 힘입어 평가액이 9041억원 늘었다. 에쓰오일(+7107억원), LG에너지솔루션(+5808억원), 한화솔루션(+4347억원) 등도 증가했다. 지분을 늘린 84개 종목 중 코스닥 기업은 7개였지만, 지분을 줄인 82개 종목 중에서는 21개였다.

다만 182조원에 달하는 평가액 감소분은 공시된 보유주식의 두 시점 평가액 차이로, 실제 매매로 확정된 손실이나 국민연금 전체 국내 주식 운용손실과는 구분해야 한다.

김성주 국민연금 이사장은 지난 14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리밸런싱 유예가 대규모 매도에 따른 시장 충격을 줄이기 위한 결정이었다고 설명했다. 김 이사장은 “올해 1월 기금운용위원회에서 리밸런싱을 유예하지 않고 규칙대로 했다면 매일 8000억원 이상, 코스피 거래대금의 10% 이상을 던져야 해 시장에 엄청난 충격을 줬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야당은 “국민의 노후를 생각하면서 결정한 것인지, 정부 입맛에 맞춰 결정한 것인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국민의힘 김태호 의원)며 운용 원칙의 일관성과 투명성 등을 지적했다.

박유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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