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면서 돈 번다"는 무인 매장, 실제는 '자면서도 마이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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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거리를 걸어 다니면 무인 매장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이 : "무인 매장은 거스를 수 없는 사회 변화의 흐름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임대료와 인건비는 계속 오르는데 매출을 늘리기는 쉽지 않잖아요. 그런 상황에서 기술 발달로 인건비를 획기적으로 줄일 방법이 생긴 거죠. 앞으로도 무인 매장은 계속 늘어날 것 같아요. 다만 차별화된 기술력이나 경쟁력이 없다면 오래 살아남기는 어렵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누구나 쉽게 창업할 수 있다는 건, 그만큼 누구나 쉽게 경쟁에 뛰어들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니까요."
이 : "인건비 부담이 적다는 게 장점이죠. 그런데 흥미로웠던 건, 광안리에서 장사가 잘되는 대형 인형뽑기방일수록 오히려 직원이 상주하며 기계를 관리하고 손님을 응대하고 있었다는 점이에요. 결국 무인 매장도 경쟁력이 있으려면 다시 사람의 손길이 필요해진다는 게 인상적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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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광 기자]
요즘 거리를 걸어 다니면 무인 매장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인형뽑기방이나 사진관은 물론 카페나 식당까지 무인으로 운영하는 매장이 늘고 있다. 인건비 부담과 구인난으로 고민이 깊어지는 자영업자들에게 무인 매장은 새로운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하지만 무인 매장을 창업하고 오히려 고통을 호소하는 자영업자들도 적지 않다. 왜 그런 걸까?
지난 9일 KBS 1TV <추적 60분>에서는 '자면서도 마이너스, 무인 매장 잔혹사' 편이 방송되었다. 부산 광안리 해수욕장 이야기로 시작한 이날 방송에서는 무인 매장 점주들의 목소리로 무인 매장의 문제점을 짚었다. 취재 이야기를 듣기 위해 지난 13일 서울 여의도 KBS 신관에서 해당 회차 취재한 오형석·이주아 PD를 만났다. 다음은 이들과 나눈 대화를 일문일답으로 정리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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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형석(우), 이주아(좌) PD |
| ⓒ 이영광 |
이주아 PD(이하 이) : "최근 주변에 무인 매장이 많이 보이잖아요. 무인 매장의 가장 큰 특징은 상주 인력이 없어 인건비를 줄일 수 있다는 건데요. 그렇다면 실제로 인건비를 절감한 만큼 자영업자들에게 수익이 돌아가고 있을까 하는 궁금증에서 취재가 시작됐습니다."
- 무인 매장에 대해 평소 어떻게 생각했나요.
이 : "동네 무인 아이스크림 할인점을 종종 이용했는데요. 24시간 운영하다 보니 편리하다는 생각은 했지만, 사실 그 이상으로 깊이 생각해 본 적은 없었던 것 같아요."
오형석 PD(이하 오) : "홍대처럼 소위 목 좋은 주요 상권에 인형뽑기방이 많이 들어서는 게 눈에 띄었어요. 저 매장들은 누가 운영하는지, 수익이 얼마나 나길래 이렇게 많이 생겨나는지 궁금했습니다."
- 이번 취재를 통해 생각이 달라진 점이 있다면요.
이 : "무인 매장은 거스를 수 없는 사회 변화의 흐름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임대료와 인건비는 계속 오르는데 매출을 늘리기는 쉽지 않잖아요. 그런 상황에서 기술 발달로 인건비를 획기적으로 줄일 방법이 생긴 거죠. 앞으로도 무인 매장은 계속 늘어날 것 같아요. 다만 차별화된 기술력이나 경쟁력이 없다면 오래 살아남기는 어렵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누구나 쉽게 창업할 수 있다는 건, 그만큼 누구나 쉽게 경쟁에 뛰어들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니까요."
오 : "무인 매장은 소자본으로 할 수 있고 인건비도 안 들어간다는 이미지가 있잖아요. 그래서 부업이나 은퇴 후 노후 계획 느낌이 강했는데, 실제로는 프랜차이즈도 많고 거대 자본의 특성이 있는 시장이더라고요. 처음엔 개인이 소일거리 삼아 하는 자영업의 대안 같았던 무인 매장이, 점점 하나의 산업으로 커지고 있다는 걸 느꼈던 것 같아요."
- 부산 광안리의 번화가에 있는 무인 매장 이야기로 시작했잖아요. 서울도 무인 매장 많을 텐데 부산에 간 이유가 있나요?
이 : "서울에서도 홍대나 건대 같은 주요 상권을 취재했는데요. 무인 매장이 늘어나는 현상을 직관적으로 보여줄 곳을 찾고 싶었어요. 그러던 중 광안리에서 20년 넘게 영업하며 사랑받던 식당이 문을 닫고 그 자리에 대형 인형뽑기방이 들어섰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광안리는 관광지라는 특색이 뚜렷하잖아요. 무인 매장 확산이 지역 상권 풍경까지 바꾸고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또 무인 매장의 확산은 서울만의 현상이 아니라 전국 곳곳에서 나타나는 변화라는 점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 광안리는 여름 한 철 장사 하는 곳 아닌가요. 겨울에 해수욕장 안 가잖아요.
이 : "저도 처음에는 그렇게 생각했는데요. 광안리는 매주 드론쇼가 열리는 등 사계절 관광객을 끌어들이기 위한 행사가 이어지고 있더라고요. 이제는 단순한 여름 휴양지를 넘어 연중 관광객이 찾는 상권으로 변하고 있었습니다.
현지 부동산에선 광안리 해변을 따라 약 3km에 이르는 상권을 S급 상권이라고 부르더라고요. 국내외 관광객이 몰리며 최근 2년 새 임대료도 크게 올랐다고 했습니다. 눈에 띄었던 건, 그 비싼 임대료를 감당하며 새로 들어서는 가게들이 인형뽑기방이나 무인 사진관이었다는 거예요. 인건비를 줄여 지출을 낮췄기에 가능한 일이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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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추적60분>의 한 장면 |
| ⓒ KBS |
이 : "인건비 부담이 적다는 게 장점이죠. 그런데 흥미로웠던 건, 광안리에서 장사가 잘되는 대형 인형뽑기방일수록 오히려 직원이 상주하며 기계를 관리하고 손님을 응대하고 있었다는 점이에요. 결국 무인 매장도 경쟁력이 있으려면 다시 사람의 손길이 필요해진다는 게 인상적이었습니다."
- 자영업 하려는 사람들은 고용을 부담스러워하는 거 같아요.
오 : "올해 상반기가 반기 기준으로 자영업자 폐업 수가 역대 최다라고 하는데, 그런 소식이 자영업자들의 현실을 여실히 보여주는 것 같아요. 점점 힘들어지는 와중에 인건비와 임대료 같은 고정비는 꾸준히 나가다 보니, 그중에서 줄일 수 있는 걸 찾다 보면 아무래도 인건비를 줄이려 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어찌 보면 무인카페의 등장은 사람들이 무인 매장을 받아들이는 허들이 낮아졌다는 의미이기도 한 것 같아요. 겉보기엔 자판기 형태인 무인카페를 사람들이 이용하고, 또 급속도로 늘어나는 것 자체가 '무인'이 우리 일상으로 자리 잡았음을 보여주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 혼자 탁구 칠 수 있는 공간을 운영하는 강지수(가명)씨 이야기가 나오던데 광고나 기계의 결함 등이 있어서 운영에 어려움이 있는 것 같아요.
이 : "이번 취재에서 중점을 둔 것 중 하나가 새롭게 성장하는 무인 프랜차이즈 시장이 과연 건강하게 운영되고 있느냐는 점이었어요. 가맹사업법에서는 예상 매출이나 순수익 같은 정보를 제공할 때 반드시 서면으로 제공하도록 엄격하게 규정하고 있습니다. 구두로만 예상 수익을 설명하는 건 허용하지 않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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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추적60분>의 한 장면 |
| ⓒ KBS |
이 : "정확히는 정보공개서와 예상 수익에 관한 서면 제공 의무는 구분됩니다. 정보공개서는 가맹본사의 사업 현황이나 창업비용, 가맹점 운영 현황 등을 계약 전에 확인할 수 있도록 하는 자료고요. 예상 매출이나 순수익을 설명할 때는 그 내용을 별도로 서면 제공하고 산출 근거도 확인할 수 있게 해야 합니다.
이런 제도가 마련된 이유는 가맹본사와 창업자 사이에 정보 격차가 크기 때문이에요. 창업자는 본사가 제공하는 정보를 믿고 적게는 수천만 원을 투자하잖아요. 그래서 막연한 수익 전망이나 구두 설명만 믿고 계약하지 않도록, 객관적인 정보를 토대로 사업성을 판단할 수 있게 보호하는 거죠. 그런데 이번 취재에서 만난 점주들은 이런 기본적인 절차조차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고 하더라고요.
만약 정보공개서를 주지 않고 가맹계약을 맺었다면 위법입니다. 가맹사업법은 본사에 정보공개서 등록과 계약 전 제공 의무를 두는데, 이는 예비 창업자의 알권리를 보호하기 위한 규정이기 때문입니다."
- 무인 편의점에서 발생하는 절도사건이 많은 거 같아요. 그런데도 왜 무인 편의점을 하는 걸까요.
이 : "적은 자본으로 시작할 수 있고, 인건비 부담이 없다는 점이 큰 매력입니다. 취재한 사례의 초기 투자금은 3천만 원 정도였습니다. 문제는 진입장벽이 낮아 옆에 비슷한 매장이 생기면 매출이 크게 줄 수 있습니다. 인건비를 아끼려고 시작했어도 경쟁이 심해지면 임대료, 관리비, 도난 손실까지 떠안게 되어 손에 남는 돈이 거의 없을 수 있습니다."
- 무인 매장 폐업이 늘었다던데 생각만큼 수익이 안 나서겠죠?
오 : "네, 수익 악화가 주된 배경으로 보입니다. 한 프랜차이즈 분석 업체의 통계를 받아 보니, 무인 매장 프랜차이즈의 평균 매출이 몇 년 전보다 크게 줄었습니다. 초기에는 매장 수가 적어 입지 효과를 누렸기 때문에 평균 매출이 높게 나왔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진입장벽이 낮아 매장이 빠르게 늘었고, 경쟁이 과열되면서 매출이 급격히 떨어진 것으로 해석됩니다"
경제학과 교수님이 무인 매장 창업을 '불황형 창업'이라고 하신 게 기억에 남습니다. 자영업 폐업이 역대 최다를 기록할 만큼 일반적인 방법으로는 돈 벌기 어려워졌고, 그런 절박한 마음을 노린 것이 무인 매장 프랜차이즈라는 말씀인데, 저도 공감했습니다.
무인 매장 자영업자분들은 큰 자본도, 특출난 기술력도 없고 당장 뛰어들 노동시장도 좁아 선택지가 적었습니다. 실제로 만난 사장님들은 공통으로 '큰돈을 벌려던 게 아니라 가계에 보탬이라도 되고 싶었다'고 하셨습니다. 본사의 예상 매출을 그대로 믿었다기보다, 적은 돈이라도 벌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으로 시작한 분이 많았습니다. 그래서 쉽게 벌 수 있다는 말에 속았다기보다, 거짓말인 줄 알면서도 다른 방법이 없어 믿을 수밖에 없었다고 보는 편이 맞다고 느꼈습니다."
- 취재하며 느낀 점이 있다면요.
이 : "무인 프랜차이즈의 일부 문제가 과거 일반 프랜차이즈 시장에서 반복되던 문제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이 인상 깊었습니다. 가맹점을 모집할 때 인테리어와 장비 공급으로 높은 수익을 챙기고, 개점 이후에는 관리에 소홀한 이른바 '출점 마진' 중심의 사업 방식입니다.
결국 기술은 새로워졌지만 창업자가 겪는 피해의 양상은 그대로라는 점이 안타까웠습니다. 새로 만들어진 시장인 만큼, 과거의 문제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공정거래위원회 등 관련 기관의 세심한 감독과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오 : "AI 기술 발전과 코로나를 거치며 사회 변화가 크게 일어났고, 그 과정에서 무인 매장의 등장은 자연스러운 흐름이라고 생각합니다. 문제는 제도가 사회 변화를 따라가지 못할 때 생깁니다. 이번 방송에서도 새로운 사업 분야가 생겼지만 이를 관리할 제도가 없어 개인이 피해를 보는 사례들을 다뤘습니다. 제도가 변화를 따라가도록 마련되어 사각지대를 해소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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