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먹밥에 담은 그리움, 끝나지 않은 진상규명…이태원참사 유가족의 ‘보랏빛 밥상’

유정민 2026. 10. 17.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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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오전 서울 종로구 이태원참사 기억소통공간 '별들의집'에서 보라색 티셔츠와 앞치마를 입은 유가족 10여명이 주먹밥을 빚고 있었다.

이태원참사진상규명법에 따라 지난 2024년 9월 '10·29 이태원참사 특별조사위원회(특조위)'가 출범했다. 진상규명을 위해 만든 기구와 유가족이 맞서고 있는 셈이다.

이어 "연장된 조사 기간 동안 철저한 조사로 의혹을 해소해야 한다"며 "진상규명이라는 기구 설치 취지에 맞게 유가족들이 궁금해야 하는 것들을 풀어달라"고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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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참사 4주기 앞두고…‘보랏빛밥상’ 행사 열어
유가족 “10월 한 달만큼은 이태원참사 기억해 주길”
16일 오전 서울 종로구 이태원참사 기억소통공간 ‘별들의집’에서 유가족들이 ‘보랏빛밥상’ 행사를 열고 있다. 유정민 기자
“청년들을 보면 우리 아이들 보는 것 같아요. 엄마들이 해주는 밥 한 끼 든든히 먹고 갔으면 좋겠어요”

16일 오전 서울 종로구 이태원참사 기억소통공간 ‘별들의집’에서 보라색 티셔츠와 앞치마를 입은 유가족 10여명이 주먹밥을 빚고 있었다. 이들은 전날 아침부터 직접 장을 봐 온 멸치와 소고기, 맛살 등을 손수 양념해 밥 속에 넣었다. 주먹밥 150인분에 과일까지 곁들여 상을 차렸다. 서로의 이름 대신 먼저 떠난 자녀의 이름에 ‘엄마’, ‘아빠’를 붙여 불렀다.

10·29 이태원참사 유가족협의회와 시민대책회의는 ‘보랏빛밥상’ 행사를 3년째 이어오고 있다. 참사로 떠나보낸 자녀의 또래이자, 진상규명 활동에 연대해 준 청년들에게 고마움을 전하려 마련한 자리다.

고(故) 이남훈씨의 어머니 박영수씨는 “아이를 보내고 2년 정도는 주변을 돌아볼 여유도 없을 만큼 힘들었다”며 “그때는 또래들을 보면 가슴이 아프고 슬프기만 했다”고 털어놨다. 이어 “밥상 행사를 시작하면서 그런 마음이 조금씩 풀어졌다”며 “1년에 한 번이지만 이태원참사를 기억해 주는 청년들에게 보답할 기회가 있어 다행”이라고 말했다.

오후 12시가 되자 별들의집에청년들이 하나둘 모였다. 청년들은 주먹밥을 받아 들고 유가족들과 반갑게 안부를 나눴다. 전남광주에서 왔다는 김수환(25·남)씨는 “찬 바람이 불면 이태원참사가 생각난다”고 했다. 김씨는 “명절에 부모님을 찾아뵙듯 자식의 마음으로 왔다”며 “4년이 지나도록 시원하게 해결된 게 없는 상황에서 우리가 곁에 있다는 사실이 유가족들에게 힘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1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이태원참사 기억소통공간 ‘별들의집’에 ‘보랏빛밥상’ 행사에 대한 감사 메시지가 붙어 있다. 유정민 기자
참사 초기부터 유가족 곁을 지켜왔다는 노서영씨도 이날 행사에 참여했다. 노씨는 “세월호 참사를 겪은 세대로서 나처럼 평범하게 살던 또래 청년들을 한꺼번에 떠나보냈다는 사실에 절망감이 컸다”며 “그럼에도 힘을 내려는 유가족들을 보며 억울함이 남지 않도록 함께 싸우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다”고 이야기했다.

시민들의 연대에도 진상규명은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유가족들의 불안과 답답함도 현재 진행 중이다.

고(故) 이동민씨 아버지 이성기씨는 “진상규명이 계속 안 되니까 너무 갑갑하다”며 “4년 동안 많이 지쳤다. 잠도 잘 못 자고 계속 깬다”고 했다. 이씨는 “혼자 있으면 이상한 소리가 계속 들리는 것 같고 힘들다”며 “별들의집에 나와서 가족들과 이야기하면 좀 풀리는 것 같다”고 했다. 그는 청와대 앞에서 매일 진상규명을 촉구하는 1인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1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이태원참사 기억소통공간 ‘별들의집’에서 한 시민이 추모 공간을 둘러보고 있다. 유정민 기자
이태원참사진상규명법에 따라 지난 2024년 9월 ‘10·29 이태원참사 특별조사위원회(특조위)’가 출범했다. 하지만 유가족들은 특조위가 희생자 관련 정보공개 청구에 대부분 비공개 처분을 내리는 등 알권리를 보장하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지난 8월에는 송두환 특조위원장과 박진 특조위 사무처장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의 혐의로 고발하기도 했다. 진상규명을 위해 만든 기구와 유가족이 맞서고 있는 셈이다. 특조위 조사 기간은 법 개정을 통해 오는 2027년 9월16일까지로 1년 연장된 상태다.

고(故) 이상은씨 어머니 강선이씨는 “특조위에 기대를 너무 많이 했던 것 같다”며 “한시적인 공무원 조직이라는 것을 알고부터는 우리가 직접 진상규명 공부를 하고 있다”고 했다. 강씨는 “시간이 갈수록 자료는 사라지고 공소시효도 끝나간다”며 “가족들이 지치지 말고 해내야 한다고 계속 마음을 다잡고 있다”고 했다.

이정민 유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은 “지난 1년 동안 특조위가 너무 많은 실망 안겨 고발까지 가게 됐다”며 “특조위는 그 책임을 절실히 통감하고 유가족들의 불신을 씻어내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연장된 조사 기간 동안 철저한 조사로 의혹을 해소해야 한다”며 “진상규명이라는 기구 설치 취지에 맞게 유가족들이 궁금해야 하는 것들을 풀어달라”고 요구했다.

이어 이 위원장은 “이태원참사를 1년 내내 기억할 수는 없겠지만, 10월 한 달만큼은 기억해 주면 좋겠다”며 “참사가 왜 일어났는지, 우리 사회가 안전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 함께 고민해 달라”고 부탁했다.

10·29 이태원참사 유가족협의회와 시민대책회의는 지난 1일 10월을 ‘기억과 애도의 달’로 정했다.오는 29일에는 광화문 북광장에서 4주기 기억식이 엄수된다.

유정민 기자 yu@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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