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호주는 약국으로 갔는데... 임신중지약의 딜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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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약이 알고 싶다'는 건강사회를 위한 약사회(건약)가 <오마이뉴스>에 연재하는 의약품 칼럼입니다. 이번 시즌2에서는 약국 현장의 약사와 의약품 정책 활동을 해 온 건약 회원들이 필진으로 참여합니다.
의약품 가격과 접근성, 건강보험, 의약품 안전 등 보건의료 제도 전반을 감시하고 대안을 제안해 왔습니다.
호주약사회는 이러한 변화가 지역약국의 접근성을 활용해 특히 농촌과 지역의 재생산건강 의료 접근을 높일 수 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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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약이 알고 싶다'는 건강사회를 위한 약사회(건약)가 <오마이뉴스>에 연재하는 의약품 칼럼입니다. 지난 시즌은 이동근 회원이 집필했습니다. 이번 시즌2에서는 약국 현장의 약사와 의약품 정책 활동을 해 온 건약 회원들이 필진으로 참여합니다.
건약은 시민의 건강권과 의약품의 공공성을 위해 활동하는 약사 단체입니다. 의약품 가격과 접근성, 건강보험, 의약품 안전 등 보건의료 제도 전반을 감시하고 대안을 제안해 왔습니다. 이번 연재에서는 일상에서 만나는 약에 대한 궁금증에서 출발해, 약을 둘러싼 제도와 정책이 우리 삶에 미치는 영향까지 현장과 정책의 시선으로 짚어 보려 합니다. 연재는 매달 두 차례 이어집니다.
<기자말>
[서은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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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원민경 성평등가족부 장관이 9월 16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임신중지 약물 도입 방안 브리핑에서 자료를 보고 있다. |
| ⓒ 연합뉴스 |
현재 현대약품이 2024년 12월 수입품목 허가를 신청한 미프지미소는 라인파마(Linepharma)의 첫 번째 복용하는 약 미페프리스톤 200mg 1정과 이후 두 번째 복용하는 약 미소프로스톨 200㎍ 4정이 한 팩에 들어 있는 콤비팩이다. 같은 제품은 호주에서 MS-2 Step, 캐나다에서 Mifegymiso(미프지미소), 일본에서 MEFEEGO Pack(메피고팩)이라는 이름으로 판매되고 있다. 본고에서는 이 제품을 이용하는 해외 사례의 의약품 조제 방식 변화와 당사자가 약국에서 이용하는 과정 중심으로 살펴보고자 한다.
캐나다의 미프지미소 조제방식과 복용 : 원내조제에서 약국조제로
캐나다는 2015년 미프지미소를 허가했고 2017년 실제 이용을 시작했다. 초기에는 의사가 약을 직접 제공하는 방식이 중심이었지만 이후 이러한 조건은 완화되었다. 초기에는 제조사가 조제 약사를 대상으로 별도의 교육 이수를 요구했다. 2017년 5월에는 제조사가 약사에게 요구하던 6시간의 사전교육 이수 의무가 없어졌고, 또한 농촌과 지역의 의약품 접근성을 낮출 수 있다는 문제 등이 제기되면서 2017년 11월 캐나다 보건부는 약사가 처방전에 따라 환자에게 직접 의약품을 조제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캐나다약사회는 미프지미소 조제에서 업무흐름도와 체크리스트를 제안하며, 지역약사들은 이를 적극 이용한다. 약사는 환자를 확인하고, 보험 적용 여부를 점검한 뒤 처방의 적절성을 검토한다. 복약상담에는 복용방법, 예상되는 증상, 과다출혈, 지속적 통증 등 주의해야 할 신호를 안내한다.
필요하면 약사가 2~3일 뒤 확인 연락을 할 수 있고, 처방자는 7~14일 후 추적관찰을 한다. 약국의 조제와 복약상담, 처방자의 추적관찰을 연결해 안전성을 관리하는 구조다. 미프지미소는 국가에서 공적으로 보장되며, 이용자는 약값을 전액 직접 부담하지 않는다.
호주의 MS-2 Step 조제방식과 복용: 인증등록제를 폐지하다
호주 역시 처음부터 현재와 같은 제도를 운영한 것은 아니다. 과거에는 MS-2 Step을 처방하는 의료인이 별도의 인증을 받아야 했고, 약사도 조제를 위해 등록해야 했다. 이러한 추가 규제로 실제 처방 등록을 한 의료인은 전체의 약 10%, 조제 등록을 한 약사는 약 30% 수준에 머물렀다고 알려졌다(2023년 7월 게드 커니 호주 연방 하원의원의 < ABC 뉴스 브렉퍼스트 > 인터뷰 참고).
호주 정부와 의약품규제기관은 접근성 문제를 고려해 2023년 8월부터 별도의 처방자 인증과 약사 등록 제한을 폐지했다. 호주약사회는 이러한 변화가 지역약국의 접근성을 활용해 특히 농촌과 지역의 재생산건강 의료 접근을 높일 수 있다고 평가했다.
호주에서는 처방을 받은 뒤 지역약국에서 MS-2 Step을 조제받는다. 진단과 임상적 추적관찰은 처방자와 의료기관이 담당하며, 약사는 복약상담을 통해 복용순서와 예상되는 출혈, 통증, 응급진료가 필요한 상황, 사후확인의 필요성을 안내한다. MS-2 Step는 건강보장체계 안에 공적으로 보장되며, 2026년 환자의 본인부담은 최대 $25(약 2만 3천 원)이다.
일본의 메피고팩 조제방식과 복용: 있지만 사실상 쓰기 어려운 약
일본은 2023년 4월 메피고팩을 허가했지만, 일반 약국조제를 허용하지 않는다. 모체보호법 지정의사와 등록 의료기관을 중심으로 공급과 사용을 관리하며, 입원이 가능한 병원이나 병상이 있는 의원에서 사용할 수 있다.
일본에서는 의료기관에서 약을 투여하고, 두 번째 약인 미소프로스톨을 투여한 뒤에는 원내에서 경과를 관찰하는 것이 기본이었다. 2024년 11월부터 자택 경과관찰이 일부 완화됐지만, 거주지가 의료기관 반경 16km 이내이고 2차 혹은 주산기(분만을 전후한 시기) 의료권 안에 있어야 한다. 이후에도 특정 기간 이내에 의료기관에서 임신중지 완료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비용은 비급여로 의료기관마다 지불하는 비용이 다르다. 예를 들어 지난 2024년 9월 기준, 후지요시다 시립병원은 메피고팩만으로 임신중지가 완료되는 경우 외래와 입원, 약물사용, 추적관찰을 포함해 총 18만 엔(약 152만 원)을 안내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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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 2023년 12월 15일 오전 서울 광화문 이순신 동상 앞에서 '안전한 임신중지약(미프진) 도입과 모자보건법 개정을 가로막는 보건복지부 규탄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 |
| ⓒ 연합뉴스 |
한국에서 예상되는 미프지미소 도입방식은 의료기관 내 직접조제와 비급여라는 점에서 일본과 가장 가깝다. 원내조제 이후 관찰 및 입원이 요구될 경우 약제비 외에도 추가 비용이 발생할 수 있고, 특히 비급여 상태는 이러한 부담을 통제하기 어렵다. 캐나다와 호주는 의약품을 집에서 복용하며, 개인의 경제적 이유로 의약품의 이용 어려움을 막기 위해 급여화하고 있다. 덧붙여 일본은 지정의사, 등록 의료기관, 병상요건, 원내관찰이라는 부가적인 제한조건이 있다.
이러한 조건들로 2024년 8월 기준 일본에서 메피고팩을 사용할 수 있는 의료기관은 전국 190곳이었고, 8개 현에는 없었으며, 2023년 전국 임신중지 12만 6734건 가운데 메피고팩을 이용한 경우는 1440건(1.1%)이었다.
한편 일본의 메피고팩 공급방식을 국내에 그대로 적용하기에는 제도적 차이가 있다. 일본은 처방과 조제의 분리에 대해 예외 구조가 더 포괄적이다. 한국에는 처방과 조제를 분리해 온 체계가 이미 자리 잡고 있으며, 예외조건에 대한 규정도 존재한다. 한국에서도 일본과 비슷한 조건을 이용한다면, 미프지미소 이용이 제한적일 수 있다.
정부는 헌법불합치 결정을 근거로 되려 약국 조제시 약사에게 법적 위험이 있다고 한다. 낙태죄 관련 형법 조항에는 의사 및 '약제사'와 '약종상'에 의한 임신중지를 처벌하는 내용이 있었는데,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은 의사 행위에 대한 불합치를 판결했다. 의사에 대한 판결이라는 이유로 약사의 처벌 규정만 온전히 유지되는 점은 재검토 되어야 한다. 이는 헌법불합치 결정 이후에도 약사의 형사처벌 가능성만을 앞세워 낙태죄의 처벌 논리를 사실상 유지하는 결과가 될 수 있다.
미국에서는 비아그라(실데나필)의 더 높은 사망 보고수와 비교하며 왜 임신중지의약품에만 안전성을 이유로 유독 강한 제한이 붙는지를 묻는 주장도 있었고, 국내에서는 임신중지의약품을 마약에 비유하는 표현까지 등장했다. 모든 의약품에는 위험이 있다. 하지만 보건의료체계의 역할은 그 위험을 처방과 조제, 복약상담, 사후관리와 의료기관 연계를 통해 관리해, 개인이 의약품의 효과를 충분하고 안전하게 이용하는 데 있다.
미프지미소도 같은 원칙 아래 도입되면 된다. 해외 사례를 통해 안전은 약을 병원 안에 두는 것만으로 확보되지 않음을 알 수 있다. 처방과 조제, 복약상담과 사후관리를 연결해 필요한 사람이 제때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보건의료체계의 역할이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는 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 서은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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