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에 가려고 아시아를 버린다... K리그 팀의 역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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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27시즌 아시아축구연맹(AFC) 클럽 대항전에 출전한 K리그 팀은 모두 다섯 팀이다. 최상위 대회인 AFC 챔피언스리그 엘리트(ACLE)에는 전북 현대 모터스, 대전 하나 시티즌, 포항 스틸러스가 나섰고, 한 단계 아래 대회인 AFC 챔피언스리그 2(ACL2)에는 강원 FC와 FC 서울이 이름을 올렸다.
이번 시즌 출전권 배분의 기준이 된 AFC 클럽대회 랭킹에서 대한민국은 90.982점으로, 동아시아에서 일본(107.663점)에 이어 2위에 올라 있다.
한 단계 아래 대회인 ACL2도 K리그 기준으로 보면 결코 작은 돈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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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윤 기자]
2026-27시즌 아시아축구연맹(AFC) 클럽 대항전에 출전한 K리그 팀은 모두 다섯 팀이다. 최상위 대회인 AFC 챔피언스리그 엘리트(ACLE)에는 전북 현대 모터스, 대전 하나 시티즌, 포항 스틸러스가 나섰고, 한 단계 아래 대회인 AFC 챔피언스리그 2(ACL2)에는 강원 FC와 FC 서울이 이름을 올렸다.
이번 시즌 출전권 배분의 기준이 된 AFC 클럽대회 랭킹에서 대한민국은 90.982점으로, 동아시아에서 일본(107.663점)에 이어 2위에 올라 있다. 수치만 보면 여전히 아시아 강호지만, 최근 K리그 팀들이 아시아 무대에서 거둔 성적은 초라하기 그지없다.
사정이 나은 쪽은 전북과 대전이다. 전북은 현재 J리그 선두를 달리는 가시와 레이솔을 안방으로 불러들여 한 골 차 신승을 거뒀고, 이어진 빗셀 고베 원정에서는 아쉽게 패했다. 대전 역시 안방에서 J리그의 교토 상가를 한 골 차로 꺾은 데 이어, 중국 슈퍼리그의 상하이 하이강과 비기며 승점을 보탰다.
반면 나머지 팀들의 상황은 심각하다. 포항은 베이징 원정에서 패한 데 이어, 안방에서 맞붙은 말레이시아 강호 조호르 다룰 탁짐 FC를 상대로 한 골도 넣지 못한 채 무릎을 꿇었다. ACL2에 나선 두 팀은 더 처참하다. 서울은 인도네시아 리그의 페르십 반둥을 안방에서 맞아 패했고, 호주 멜버른 원정에서도 고개를 숙였다. 강원은 홍콩 원정에서 상대 선수 한 명이 퇴장당하는 수적 우위를 안고도 득점 없이 비겼고, 캄보디아의 프놈펜 크라운을 안방으로 불러들인 경기에서는 페널티킥을 한 골씩 주고받은 끝에 패했다.
'로테이션'이라는 이름의 아시아 포기
결과를 가른 것은 명단이었다. 전북은 가시와전과 고베 원정 모두 주전을 빠짐없이 내세웠다. 대전도 교토와의 안방 경기에는 최정예로 나섰고, 상하이 원정에서는 이명재와 김문환을 명단에서 제외하고 일부 주전을 교체 명단에 앉히는 선에서 로테이션을 조절했다.
포항은 경기마다 다른 팀이었다. 베이징 원정에서는 최근 리그 부진과 중국 원정 일정을 이유로 기성용을 비롯한 주축을 선발에서 뺐고, 수비 라인 네 자리를 모두 바꿨다. 반면 안방 조호르전에는 기성용, 완델손, 트란지스카, 조르지, 주닝요 등이 선발로 돌아왔다. 두 경기 선발 명단에서 겹친 선수는 트란지스카와 니시야 켄토 단 두 명이었다. 11명 중 9명이 바뀐 셈이고, 포백과 골키퍼는 다섯 자리 모두 달랐다.
서울은 아예 '아시아용 팀'을 따로 꾸렸다. 페르십 반둥과의 1차전 선발 11명은 직전 리그 전북전 선발과 단 한 명도 겹치지 않았다. 멜버른 원정에는 직전 제주SK전에 출전한 선수를 한 명도 데려가지 않았다. 원정 선수단은 20명, 외국인 선수는 후이즈와 바또 둘뿐이었다. 대신 ACL2 두 경기에는 후이즈, 천성훈, 정현우, 이한도 등 같은 8명이 연달아 선발로 나섰다. 멜버른전 후반에는 2009년생 정하원까지 투입됐다.
강원은 같은 아시아 무대를 두 번에 걸쳐 전혀 다르게 대했다. 8월 ACLE 본선행이 걸린 감바 오사카와의 단판 플레이오프에서는 김대원, 고영준, 서민우, 이기혁, 강투지 등 주축을 총동원해 연장까지 120분을 버텼다. 그러나 그 경기에서 패해 ACL2로 내려오자 명단이 통째로 바뀌었다. 플레이오프 선발 11명 가운데 키치전 선발에 이름을 올린 선수는 한 명도 없었고, 프놈펜전에는 홍철 한 명만 다시 선발로 나섰다. 프놈펜전에 출전한 14명의 평균 연령은 20.7세였다.
돈은 아시아에 있는데
돈만 놓고 보면 계산은 간단하다. 한 시즌 내내 순위 싸움을 버텨 정상에 올라야 받는 K리그1 우승 상금은 5억 원이다. 2026-27시즌부터 5억 원으로 오른 코리아컵 우승 상금을 더해도 10억 원에 그친다. 반면 ACLE은 리그 스테이지에 이름만 올려도 참가비 80만 달러(약 11억 원)를 준다. 리그와 컵대회를 모두 우승해야 받는 돈보다, 아시아 무대에 출전하는 것만으로 받는 돈이 더 많은 셈이다. 2025년 K리그1 국내 선수 평균 연봉이 2.38억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5명 연봉을 벌 수 있다.
승리 수당도 만만치 않다. ACLE에서는 리그 스테이지 8경기에서는 1승마다 10만 달러(약 1억4000만 원)가 더해진다. 아시아 무대에서 두 번만 이겨도 3억 원 가까운 돈이 들어오고, 네 번 이기면 승리 수당만으로 K리그1 우승 상금을 넘어선다. 8경기를 모두 이기는 팀은 참가비를 합쳐 리그 스테이지에서만 160만 달러(약 23억 원)를 챙긴다. 토너먼트로 가면 격차는 더 벌어진다. 2024-25시즌 첫 대회 기준으로 16강에 오르면 20만 달러, 8강은 40만 달러, 4강은 60만 달러가 추가된다.
한 단계 아래 대회인 ACL2도 K리그 기준으로 보면 결코 작은 돈이 아니다. 본선에 오르기만 해도 참가 지원금 30만 달러(약 4억3500만 원)가 들어온다. 국내 선수 두 명에 가까운 연봉이다. 조별리그 승리 수당은 경기당 5만 달러(약 7000만 원)라 단 1승만 거둬도 누적 상금이 K리그1 우승 상금을 넘어선다. 조별리그 6경기를 모두 이기면 60만 달러(약 8억7000만 원)로, 리그 우승 상금의 두 배에 가깝다. 토너먼트에서는 16강 8만 달러, 8강 16만 달러, 4강 24만 달러가 차례로 쌓이고, 준우승 팀은 100만 달러(약 14억 5,000만 원), 우승 팀은 250만 달러(약 36억 원)를 받는다.
게다가 ACL2는 ACLE과 달리 동남아시아와 홍콩 등 상대적으로 리그 경쟁력이 떨어지는 국가의 클럽들이 대거 참가하는 대회다. 실제로 서울은 인도네시아·베트남·호주 팀과 강원은 말레이시아·홍콩·캄보디아 팀과 한 조에 묶였다. K리그 상위권 팀이 제대로 힘을 싣는다면 조별리그 통과는 물론, 결승 진출과 우승도 꿈같은 이야기가 아니다. 서울과 강원이 어린 선수들로 내려놓은 대회에는, 손만 뻗으면 닿을 수도 있었던 리그 우승 여러 번에 맞먹는 돈이 걸려 있었던 셈이다.
광주가 증명한 길
아시아 무대에 진심으로 부딪혔을 때 무엇을 얻는지는 이미 광주 FC가 보여줬다. 2024-25시즌 광주는 8강에 오르기까지 참가비 80만 달러, 리그 스테이지 승리 수당 40만 달러, 16강과 8강 진출 상금 60만 달러를 차곡차곡 쌓아 총 180만 달러(약 26억 원)를 손에 넣었다. K리그1 우승 상금의 약 5배다. 당시 광주의 연간 선수단 연봉 총액은 약 96억7000만 원으로, 1년 연봉의 4분의 1에 가까운 돈을 아시아 무대에서 벌어들였다.
상금이 전부가 아니었다. 2023년 헝가리 키스바르더 FC에서 영입한 아사니는 그 시즌 ACLE 10경기에서 9골 1도움을 몰아치며 대회 득점 2위에 올랐다. 큰 무대에서 통한다는 것을 증명하자 몸값이 뛰었고, 일본 J리그 요코하마 F. 마리노스까지 관심을 보였다. 결국 아사니는 2025년 여름 이란 명문 에스테그랄로 떠났다. 계약 만료를 6개월도 남기지 않아 이적료 없이 놓아줄 수도 있던 상황이었지만, 광주는 100만 달러(약 14억 원)의 이적료를 받아냈다. 아시아 무대에서 활약이 선수의 몸값을 끌어올렸고, 그 몸값이 고스란히 구단의 이적료 수익으로 돌아온 것이다.
선수에게 아시아 무대는 해외 진출의 문이고, 구단에는 상금에 더해 이적료까지 벌 수 있는 시장이다. 일본과 중동, 동남아 구단의 스카우트가 지켜보는 무대에서 좋은 활약을 펼치면 선수의 가치는 저절로 올라간다. 그런데도 지금 K리그 구단들은 그 무대에 주전을 내보내지 않는다. 상금도, 선수의 미래도, 이적료 수익도 걸린 대회를 '리그를 위한 휴식 시간'으로 쓰는 셈이다. 아이러니하게도 같은 구단들이 리그에서는 바로 그 아시아 무대에 나가기 위해 시즌 내내 순위 싸움에 사력을 다한다. 출전권을 따내기 위해서는 1년을 걸면서, 정작 그렇게 따낸 무대는 스스로 외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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