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질 쌓던 방식 대신 원자 바꿨더니... 에너지 장벽 3분의 1로 '뚝' [세상을 깨우는 발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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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를 이루는 원자를 다른 원자로 바꿔 하나의 얇은 막 안에 반도체와 절연막, 전극 연결 부분을 함께 만드는 기술을 국내 연구진이 개발했다.
연구진은 서로 다른 물질을 쌓는 대신 기존 반도체를 구성하는 원자 일부를 다른 원자로 바꿔 원하는 기능을 만드는 방법을 고안했다.
이를 통해 하나의 얇은 막 안에 전류가 흐르는 반도체 부분과 전류를 조절하는 절연막, 전극과 반도체를 연결하는 부분을 함께 만들었다.
조문호 IBS 단장은 "이번 연구는 원자 단위 물질 조작이라는 기초 물질과학의 기법을 현대 반도체 기술에 접목해 미래 반도체 기술의 질적 도약을 위한 돌파구를 마련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며 "초저전력·초미세 반도체는 물론 차세대 적층형 반도체 소자 기술로도 확장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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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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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좌측부터) IBS 반데르발스 양자 물질 연구단 조현제 학생연구원(POSTECH 신소재공학과 박사과정), 조문호 연구단장, 민석영 박사후연구원 |
| ⓒ 기초과학연구원 |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16일 기초과학연구원(IBS) 반데르발스 양자 물질 연구단의 조문호 단장(포스텍 석학교수) 연구팀이 이 같은 '모듈형 트랜지스터 제작 기술'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연구 결과는 이날 오전 3시(한국시각)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Science)>에 게재됐다.
인공지능(AI)이 발전하면서 반도체를 더 작게 만들고 전력 소비를 줄이는 기술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특히 원자 몇 개가 쌓인 두께에서도 전류를 조절할 수 있는 '2차원 반도체'가 차세대 반도체 소재로 주목받고 있다. 기존 실리콘 반도체를 더 작게 만드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2차원 반도체를 실제 전자소자로 만들려면 해결해야 할 문제가 있다. 전류가 흐르는 반도체 외에도 전류를 조절하는 절연막과 전류가 드나드는 전극이 필요하다. 이들을 서로 잘 연결해야 하지만, 2차원 반도체는 표면에 다른 물질을 고르게 입히기 어렵다. 금속 전극을 직접 붙이면 접촉면이 손상되거나 전기가 흐르는 데 방해가 되는 저항이 커질 수도 있다. 여러 물질을 얇게 만들어 차곡차곡 쌓는 방법도 있지만, 공정이 복잡해 넓은 면적에 적용하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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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원자층 단위의 선택적 치환을 이용한 모듈형 2차원 트랜지스터 제작 개념도 |
| ⓒ 기초과학연구원 |
실제로 원하는 위치의 셀레늄 원자를 산소·황·텔루륨 원자로 바꿨다. 그러자 전기가 잘 통하지 않는 절연체인 산화텅스텐, 전자의 움직임을 이용해 전류를 흐르게 하는 n형 반도체인 이황화텅스텐, 전기가 잘 통하는 준금속인 이텔루륨화텅스텐을 각각 만들 수 있었다.
원자를 바꾸는 위치와 깊이도 조절했다. 연구진은 얇은 막의 층과 층 사이에 있는 미세한 틈이 원자의 이동을 막는다는 점을 이용했다. 반응 온도와 기체 압력을 조절해 원자가 바뀌는 범위를 제어했고, 약 0.7나노미터(nm) 두께의 원자층 하나씩 물질을 바꾸는 데 성공했다. 반도체 공정에서 사용하는 가림막을 활용해 평면에서도 원하는 부분만 바꿀 수 있었다.
이를 통해 하나의 얇은 막 안에 전류가 흐르는 반도체 부분과 전류를 조절하는 절연막, 전극과 반도체를 연결하는 부분을 함께 만들었다.
전극과 반도체 사이에서 전기가 흐르는 것을 방해하는 에너지 장벽도 크게 낮췄다. 전극에서 반도체로 전자가 이동하려면 일정한 에너지 장벽을 넘어야 하는데, 연구진은 전기가 잘 통하는 준금속을 연결 부분에 넣어 이 장벽을 35.5밀리전자볼트(meV)까지 낮췄다. 기존처럼 금속 전극을 반도체에 직접 붙였을 때와 비교하면 약 3분의 1 수준이다. 전자가 더 쉽게 이동해 전류가 원활하게 흐를 수 있다는 뜻이다.
전류를 켜고 끄는 성능도 확인했다. 전류를 10배 바꾸는 데 필요한 전압 변화량은 61.3밀리볼트(mV)였다. 상온에서 트랜지스터가 도달할 수 있는 이론적 최솟값인 약 60밀리볼트에 가까운 수치다. 전류가 흐르는 상태와 흐르지 않는 상태의 전류 차이도 1000만 배 이상으로 나타났다. 작은 전압 변화만으로도 전류를 효과적으로 제어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전류를 조절하는 절연막도 얇게 만들었다. 산화텅스텐 절연막의 성능을 기존 실리콘 산화막의 두께로 환산한 값은 1나노미터 미만이었다. 초미세 반도체에 필요한 절연막 성능을 확보한 것이다.
연구진은 p형과 n형 트랜지스터를 위아래로 쌓아 디지털 회로의 기본 부품인 '상보형 인버터'도 만들었다. 인버터는 입력된 신호를 반대 신호로 바꾸는 회로다. 이번에 제작한 인버터는 1볼트(V)의 낮은 전압에서도 신호를 반대로 바꿨다. 원자 단위로 물질을 바꾸는 기술이 개별 트랜지스터뿐 아니라 여러 소자를 쌓아 만드는 집적회로에도 활용될 가능성을 확인한 것이다.
조문호 IBS 단장은 "이번 연구는 원자 단위 물질 조작이라는 기초 물질과학의 기법을 현대 반도체 기술에 접목해 미래 반도체 기술의 질적 도약을 위한 돌파구를 마련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며 "초저전력·초미세 반도체는 물론 차세대 적층형 반도체 소자 기술로도 확장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진은 앞으로 다양한 2차원 반도체 소재에 이 기술을 적용하고, 반도체 생산에 사용하는 웨이퍼처럼 넓은 면적에서도 균일하게 만들 수 있도록 공정을 발전시킬 계획이다. 여러 반도체 소자를 위아래로 쌓는 3차원 집적회로 등 차세대 반도체 기술로의 활용도 추진한다.
김성수 과기정통부 연구개발정책실장은 "이번 연구는 기초과학 연구가 차세대 국가 전략기술인 반도체 분야의 난제를 해결하고 새로운 공정 패러다임을 제시한 대표적인 혁신 사례"라며 "앞으로도 원천기술이 우리나라 산업 경쟁력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기초·원천 연구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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