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소연 향한 '걸스데이'... 800명 조사에 담긴 여자축구 현실

이주연 2026. 10. 16. 0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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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 잘 알려지지 않은 세계 여성 뉴스를 전합니다.

국제프로축구선수협회(FIFPRO)는 지난 12일 세계 여자 축구 선수 800명을 조사한 고용보고서를 발표했는데요.

FIFPRO는 '지난 10년 사이 여자 축구의 노동 환경을 다룬 가장 포괄적인 조사'라며 이번 보고서의 의미를 설명했는데요.

FIFPRO 보고서가 얘기하고자 하는 세계 여자 축구의 과제도 결국 여기에 닿아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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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먼 레이더] 국제프로축구선수협회 보고서 발표, 세계 여자 축구 선수 절반 '조기 은퇴' 고려하고 있다

국내에 잘 알려지지 않은 세계 여성 뉴스를 전합니다. 국내 소식은 '한걸음 더' 들어가봅니다. <편집자말>

[이주연 기자]

▲  세계 여자 축구 선수의 절반가량이 재정압박과 정신 건강 문제로 조기 은퇴를 고려하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 국제프로축구선수협회(FIFPRO)
세계 여자 축구 선수의 절반가량이 재정 압박과 정신 건강 문제로 조기 은퇴를 고려하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습니다.

국제프로축구선수협회(FIFPRO)는 지난 12일 세계 여자 축구 선수 800명을 조사한 고용보고서를 발표했는데요. 응답자의 49%가 조기 은퇴를 고려하고 있으며, 그 이유로 경제적 사정(59%), 심리적 스트레스(46%)를 복수로 꼽았다고 합니다. 또한 응답자의 57%가 정신 건강 문제를 겪었지만 그중 절반은 구단의 지원을 받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FIFPRO는 '지난 10년 사이 여자 축구의 노동 환경을 다룬 가장 포괄적인 조사'라며 이번 보고서의 의미를 설명했는데요.

보고서에 따르면, 고용계약을 체결한 선수는 56%였으며 구단의 퇴직연금을 받는 선수는 그 규모가 더 줄어들어 13%에 불과하다고 합니다. 월 평균 임금은 2017년 대비 세 배 늘어 2601달러(한화로 약 350만 원)가 됐지만, 중위임금은 1669달러(약 224만 원)에 머물렀습니다. FIFPRO는 상위 5%의 환경은 크게 개선됐지만 이 성장의 이익이 선수 전체로 퍼지지 않았다고 분석했는데요.

FIFPRO의 알렉스 컬빈(Alex Culvin) 여자 축구 담당 이사는 "여자 축구 산업은 많은 발전을 이뤄왔다"며 "(하지만) 나머지 95%의 선수들, 즉 업계 대다수에게는 아직 갈 길이 멀다"고 진단했습니다.

실제, 글로벌 회계·컨설팅 기업 딜로이트가 지난 1월 내놓은 스포츠 비즈니스 분석에 따르면 세계 여자 축구 고수익 구단 15곳의 '2024/25시즌' 합산 매출은 1억 5800만 유로(한화로 약 2372억 원)에 달합니다. 전년보다 35% 증가한 수치입니다. 경기일 수입(홈경기가 열리는 날 경기장에서 얻는 수입)이 구단 평균 130만 유로(약 19억 5000만 원)에서 150만 유로(약 22억 5000만 원)로 15% 증가했고, 상업 수익(스폰서십·브랜드 협업 등)도 증가한 결과입니다.

세계 여자 축구 현실 "5% 환경은 크게 개선, 95%는 아직 멀었다"

이처럼 여자 축구 산업이 비약적인 증가세를 보이고 있지만 선수에 대한 처우는 이를 따라가지 못한다는 진단입니다. 보고서는 선수가 서면 계약, 연금, 의료 보장, 출산·육아 휴직 등의 혜택을 받을 수 있을지는 선수의 실력보다는 거주 국가나 소속 클럽에 의해 좌우되는 경우가 많다고 짚었습니다. 컬빈은 "선수들에게 제공되는 환경이 열악하여 전문적인 여건이 갖춰지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에게는 프로 선수로서의 높은 수준의 기대치가 적용되고 있다"고 짚었습니다.

때문에 FIFPRO는 '급여, 시설, 인력, 의료 지원 등을 포괄하는 강제성 있는 최소 기준을 국가 차원의 고용 계약에 명시할 것'을 촉구했습니다. 더불어 선수를 대상으로 한 심리적 지원을 의무화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이 같은 규제가 선수들의 이탈을 막을 수 있다는 것인데요. FIFA가 지난 2021년 출산 관련 최소 기준을 도입한 이후, 출산을 이유로 은퇴를 고려하는 선수 비율이 2017년 47%에서 19%로 감소한 것을 그 예로 꼽았습니다.

컬빈은 "상업적 성장과 선수 보호는 반드시 함께, 그리고 유기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라며 "선수 개인의 야망만으로 부족하다, 구단 또한 걸맞는 야망과 이를 뒷받침할 자원까지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우리나라에도, 세계 정상급 여자 축구 선수가 있습니다. 현재 수원FC 위민에서 뛰고 있는 지소연 선수인데요. 2024년 지 선수는 한국프로축구선수협회 공동회장으로서 '작심 발언'을 했습니다. 그는 "WK리그가 2009년에 출범했는데, (최고) 연봉이 5000만 원으로 10년째 그대로"라며 "우리 선수들이 돈을 많이 달라는 게 아니다. 시대의 변화에는 맞춰가야 한다는 것"이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문제 제기 후, 2026년 시즌부터 일반 선수 연봉 상한이 6000만 원으로 올랐고, 구단별 2명은 상한 예외가 적용됐습니다. 다만 아직도 갈 길은 멉니다.
▲  지난 8월 28일, 수원FC위민 지소연(파란 머리띠) 선수가 경기 도중 배선영 주심의 발언을 듣고 항의하는 모습
ⓒ 한국여자축구연맹 유튜브 캡처
'프로다운 환경'은 연봉만으로 완성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지난 8월 지 선수는 WK리그 경기 중 심판진의 무선 교신에서 자신을 두고 생리를 뜻하는 은어인 '걸스데이', '예민하다'는 취지의 발언을 들었다며 공개적으로 문제를 제기했습니다. 국내 WK리그 최정상 선수를 향한 이 같은 대우, 선수협은 이를 "심각한 인권 침해이자 심판의 권력 남용"으로 규정했습니다. 해당 심판은 이후 사과했지만 '그라운드 전체 선수를 향한 것'이었다는 식의 해명이 이어졌다고 합니다. 이를 두고 지 선수는 "한 사람의 처벌로 끝날 것이 아니라 이번 일을 계기로 심판과 선수 사이에 존중이 생기고, 교육과 소통 방식 등 시스템이 확실히 개선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는데요.

FIFPRO 보고서가 얘기하고자 하는 세계 여자 축구의 과제도 결국 여기에 닿아있습니다. 선수에게 프로 수준의 경기력만 요구할 것이 아니라, '존중과 안전'을 보장하는 환경을 함께 구축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WK리그가 나아가야 할 방향도 같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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