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돌·배우들 150명 이미 등록" 보이지 않는 '표식' 붙은 '디지털DNA'로 초상권 지킨다[AI 콘텐츠 명암]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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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메라 앞에 선 사람 없이도 인공지능(AI) 배우가 탄생하고, 실존하지 않는 인플루언서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주목받는다.
유지왕씨는 "젊은 시절의 얼굴이 필요할 때를 대비해 AI 영상 제작이 가능한 스튜디오를 찾았다"며 "AI 활용이 활발해지는 콘텐츠 제작 환경 변화에 대비하면서도 디지털 초상권을 지키고 싶다"고 말했다.
KDDC 관계자는 "과거에는 콘텐츠 규모를 키우려면 많은 제작비가 필요했지만, 디지털DNA와 생성형 AI로 제작비 장벽이 낮아져 중소 기획사나 1인 아티스트도 고품질의 콘텐츠를 만들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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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초상권과 IP 수익 한번에
연내 구축 데이터 200명↑…국가 표준이 목표
편집자주
카메라 앞에 선 사람 없이도 인공지능(AI) 배우가 탄생하고, 실존하지 않는 인플루언서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주목받는다. AI가 콘텐츠 제작 문턱을 낮추면서 소규모 제작자에게 새로운 기회를 열었다. 전문 장비나 큰 예산 없이도 콘텐츠를 제작하는 환경이 만들어진 동시에 타인의 얼굴과 목소리, 작품을 무단으로 활용할 위험도 커졌다. 아시아경제는 AI로 인한 콘텐츠 시장의 변화를 살피고, 기술의 가능성과 사람의 권리가 공존할 방안을 살펴본다.
"큐 사인이 들리면 프롬프트에 나오는 표정과 대사를 연기해주세요. 30초 동안 얼굴 주름과 목소리를 기록할 예정입니다."

지난 12일 서울 용산구 한국디지털DNA센터(KDDC). 카메라 40대와 조명으로 둘러싸인 이글루 모양의 촬영 공간 '라이트 케이지'에서 배우 유지왕씨(47)가 연기를 시작했다. 한쪽 눈을 감았다 뜨고, 입을 벌리거나 미간을 찡그리기도 했다. 환호하다가 절망에 빠져 눈물을 글썽이는 등 30초 간격으로 여러 감정을 오가며 대사를 뱉었다.
270도로 배우를 둘러싼 카메라와 마이크가 배우의 얼굴 주름과 표정, 목소리를 수집해 3차원(3D) 데이터를 만들고 있었다. 3D 데이터는 빛과 질감을 보존해 렌더링하는 '가우시안 스플랫팅' 기술을 통해 얼굴의 일관성을 살려 배우의 모습을 AI 디지털 영상으로 재현한다.
라이트케이지 옆 공간에서는 배우의 전신을 DSLR 카메라로 촬영해 신체 비율과 피부톤 등 세부 정보를 보강하는 작업이 진행되고 있었다. 이렇게 3시간에 걸쳐 만든 데이터는 KDDC 폐쇄망 서버 내 저장장치(DAS)에 200기가(GB) 용량의 '디지털DNA'로 등록된다. 디지털DNA는 보이지 않는 워터마크가 붙은 채 드라마, 뮤직비디오, 광고 등에서 배우의 모습을 구현하는 데 쓰인다.
'콘텐츠 제작의 생산성을 높이는 동시에 인간의 권리를 지킬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콘텐츠 업계 전반에 퍼진 질문에 KDDC는 디지털DNA를 구축하는 방식으로 답을 찾고 있다.
디지털DNA는 배우의 얼굴과 표정, 목소리, 신체 특징 등을 수집해 디지털 공간에서 실제 인물처럼 재현할 수 있도록 만든 데이터다. KDDC는 이러한 데이터를 촬영·구축·관리하고, 당사자의 허락을 받아 드라마·뮤직비디오·광고 등 AI 콘텐츠 제작에 활용할 수 있도록 연결한다.
KDDC 관계자는 "각종 지식재산권(IP)이 AI 콘텐츠에 안전하고 합법적으로 사용되고, 확장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라며 "무단 사용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권리 기준점인 동시에 라이선스, 승인, 수익 배분이 가능한 사업 자산이 된다"고 설명했다.
현행 법체계에는 디지털 초상권 개념이 없다. 촬영, 공표 행위를 중심으로 유권 해석을 할 뿐, AI 기술로 합성된 디지털 초상물에 관한 적용 기준이 모호하다. 이런 현실에서 디지털DNA는 건전한 AI 콘텐츠 생태계를 만드는 보완재 역할을 하고 있다.

디지털DNA를 등록해 놓으면 배우는 자신의 모습이 AI에 활동될 때 이를 통제할 수 있고 사용에 대한 대가를 받을 수 있다. 제작자는 배우의 허가를 받고 데이터를 활용해 제작 시간과 비용을 줄일 수 있는 셈이다. 유지왕씨는 "젊은 시절의 얼굴이 필요할 때를 대비해 AI 영상 제작이 가능한 스튜디오를 찾았다"며 "AI 활용이 활발해지는 콘텐츠 제작 환경 변화에 대비하면서도 디지털 초상권을 지키고 싶다"고 말했다.
실제로 아이돌 그룹 어센트는 등록해 놓은 디지털DNA를 뮤직비디오 촬영에 활용했다. 아티스트의 3D 데이터와 생성형 AI를 기반으로 구현한 세계관을 결합한 방식이다. 그룹 노라조의 조빈도 디지털DNA를 활용해 노래 '살겠다'에 맞춰 AI 쇼츠 시리즈를 제작했다.

KDDC 관계자는 "과거에는 콘텐츠 규모를 키우려면 많은 제작비가 필요했지만, 디지털DNA와 생성형 AI로 제작비 장벽이 낮아져 중소 기획사나 1인 아티스트도 고품질의 콘텐츠를 만들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KDDC는 더 많은 아티스트의 데이터를 확보해 디지털 초상권 보호와 활용 기반을 넓힐 계획이다. 현재 등록된 디지털 DNA 프로필은 150명으로, 연내 200명 이상 확보할 계획이다. KDDC 관계자는 "최근 방송연기자노동조합과 업무협약을 맺은 뒤에는 일주일 동안 연예인 300명이 데이터 등록을 신청했다"며 "축적한 데이터를 국가 공인 절차를 거친 표준화된 원천 데이터로 등록·인증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이은서 기자 libr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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