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감사 달군 ‘암살자(들)’…국회는 무엇을 물었나 [쿠키 초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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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암살자(들)'을 둘러싸고 여야는 공방을 거듭했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는 지난 7일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 12일 영상물등급위원회(이하 영등위) 등 관계기관 국정감사(이하 국감)에서 '암살자(들)' 관련 질의를 이어갔다.
임오경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7일 국정감사에서 '윤석열차'와 '암살자(들)'을 함께 언급했다.
국정감사에서 사실관계에 입각한 정확한 정보 전달보다 각 진영의 해석이 먼저 전달되면 유권자들은 서로 다른 주장을 판단할 공통 근거를 확보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는 걱정도 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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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지점 상영 중단 등 논란 확대…쟁점별 판단 기준 엇갈려
전문가들 “정치적 논쟁 불가피…사실 확인과 공정한 기준 중요”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는 지난 7일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 12일 영상물등급위원회(이하 영등위) 등 관계기관 국정감사(이하 국감)에서 ‘암살자(들)’ 관련 질의를 이어갔다.
국민의힘은 역사 왜곡 가능성을 제기하며 제작진의 출석과 관람 등급 심의의 적절성에 대한 설명을 요구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작품에 대한 정치적 개입이 창작의 자유를 위축시킬 수 있다고 맞섰다. 관람 등급과 상영 중단 등 관련 질의에 다른 정치적 사건까지 비교 대상으로 등장하면서 논쟁의 초점이 확대되기도 했다.
지난달 23일 개봉한 ‘암살자(들)’은 1974년 8월15일 육영수 여사 피격 사건을 소재로 한 영화다. 당시 수사와 재판을 통해 문세광의 범행에 관한 사법적 판단이 내려졌지만 이후에도 사건의 일부 경위와 배후를 둘러싼 의혹이 제기됐다. 영화는 이러한 역사적 사건에 허구적 설정을 더해 이야기를 구성했다.
정치적 해석 불가피하지만…서로 다른 쟁점 뒤섞여
정치권이 역사적 사건을 서로 다른 관점에서 해석하는 일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정치적 해석이 충돌할 때 이를 뒷받침할 사실관계와 판단 기준이 중요한 이유다.
박동천 전북대학교 정치외교학과 명예교수는 “정치적 논쟁에서 무엇이 가치 있는 논쟁인지를 판단하는 기준 자체가 정치적 가치관에서 자유롭지 않다”고 짚었다. 박 교수는 ‘정쟁’이라는 표현이 정치적 논의 자체를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인식이 담길 수 있다며 대립이 있다는 사실만으로 논쟁의 가치를 평가하는 태도를 경계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복잡한 현실을 요약하고 해석하는 것 자체가 문제는 아니지만 논쟁에는 최소한의 합리성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이준웅 서울대학교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정치적 담론은 현실에 대한 일정한 해석의 틀을 전제한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그 조건으로 기만하지 않을 것, 사실을 왜곡하지 않을 것, 공정한 기준을 적용할 것 등을 제시했다.
이번 논란에서 정치권은 창작의 자유와 역사적 사실에 대한 일관된 기준을 강조했다. 다만 비교 대상으로 제시한 사례의 본질에서 차이가 있다.
임오경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7일 국정감사에서 ‘윤석열차’와 ‘암살자(들)’을 함께 언급했다. 창작과 표현의 자유에 진영 논리가 적용돼서는 안 된다는 취지에서다. 앞서 6일 법제사법위원회의 대법원 국정감사에서 김태규 국민의힘 의원은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 장소인 부엉이바위를 소재로 가상의 영화를 제작하면 어떻겠냐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두 사례는 모두 표현의 자유와 연결된다. 다만 내포한 쟁점은 다르다. ‘윤석열차’ 논란은 2022년 문체부가 대통령 풍자만화의 수상과 관련해 공모전 운영기관에 엄중 경고한 정부 조치의 적절성이 문제였다. 반면 이미 사회적 합의가 되어 있는 역사적 사건을 비틀어 가상의 영화로 재구성한다는 식의 주장은 역사적 사실과 허구적 표현의 관계를 묻는 문제다. 마찬가지로 김태규 의원이 발언해 큰 물의를 일으켰던 5·18 관련 영화화 주장도 여기에 해당한다.
박 교수는 “권력이 나서서 정답을 알려주게 되면 각 개인의 정직한 관심과 양심적 판단이 자라날 싹 자체가 죽어버린다”고 짚었다. 역사적 사건의 의미를 둘러싼 논쟁은 이어질 수 있지만 정부 권력이 특정한 해석을 정답으로 확정하려는 행위는 경계해야 한다는 것이다.
반복되는 정치적 공방…누구를 향한 메시지인가
정치권이 특정 사안을 진영 간 찬반 구도로 대립시키는 배경에는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이러한 현상이 정치적 의견 형성 과정과 정보 소비 환경의 변화에도 영향을 받는다고 설명한다.
한규섭 서울대학교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유권자들이 모든 정치적 사안에 대해 사전에 명확한 입장을 갖고 있는 것은 아니”라고 짚었다. 이에 따라 “정치권에서 입장이 갈리면 자신이 지지하는 정당의 주장에 따라 의견을 형성하거나 기존 입장을 바꾸는 경우도 나타난다”는 것이다.
정보 소비 환경의 변화 역시 이러한 현상과 맞물린다는 분석이다. 과거에는 신문과 방송 등 대중매체를 통해 중요한 정보를 접했다면 현재는 자신의 관심과 선호에 따라 정보를 선택적으로 소비하는 경향이 강해졌기 때문이다.
기존 지지층을 의식한 소통 방식도 거론된다. 김상일 정치평론가는 “국감장이 쇼츠 제작장”이라고 비판하면서 “국정감사에서 대안을 제시하기보다 짧은 영상으로 확산하기 쉬운 발언을 통해 주목받으려는 경향이 짙어졌다”고 지적했다.
정치인들이 실제 사실이 어떤지, 역사적 배경이 어땠는지 정확하게 알아보지 않고, 단지 그 순간에만 주목을 받을 수 있는 자극적인 발언을 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이러한 배경에는 자신을 지지하는 유권자들에게 상대를 공격하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마치 정치적 성과를 낸 것처럼 포장하려는 동기가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 잇따른다.
진영 논쟁의 그늘…남겨진 사실 확인과 책임 규명
정치적 논쟁이 진영 간 대립으로 굳어질수록 공적 기관의 판단 근거나 실제 책임 소재에 관한 질문은 상대적으로 주목받지 못한다. 이번 국정감사에서도 뜬구름 잡는 문제 제기와 답변만 오갔을 뿐 의혹의 경위조차 확인되지 않은 경우가 많았다.
대표적인 사례는 영화관의 상영 중단 논란이다. CGV 구미점은 지난 6일부터 ‘암살자(들)’을 상영작에서 제외했다. 앞서 지역 시민단체와 정치권을 중심으로 영화의 역사 왜곡을 주장하며 상영 중단을 요구하는 움직임이 있었다는 이유에서다.
정준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7일 국정감사에서 “외부 압력이 상영 중단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정종민 CJ CGV 대표는 “구미점이 위탁 운영 지점이므로, 상영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한다”고 답변했다.
윤태진 연세대학교 커뮤니케이션대학원 교수는 “작품에 대한 비판과 창작의 자유 침해를 구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 교수는 “비판이나 비난은 ‘평가’의 차원을 넘지 않는 한 창작의 자유를 침해하는 행동으로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다만 과거 ‘윤석열차’ 사건과 같이 “작품에 대한 비난이 실질적인 위협으로 이어지는 경우에는 달리 판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방으로 달궈진 국정감사…책임은 누가 져야 하나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결국 국정감사장에서 논쟁이 제로섬게임과 같아진다”고 우려했다. 서로의 정치적 입장만 재확인하며 알맹이 없는 날선 공방이 오가는 동안, 제기된 의혹에 대한 설명과 책임 규명은 뒤로 밀릴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다.
국정감사에서 사실관계에 입각한 정확한 정보 전달보다 각 진영의 해석이 먼저 전달되면 유권자들은 서로 다른 주장을 판단할 공통 근거를 확보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는 걱정도 커진다.
이준웅 교수는 “국정감사는 확인을 거쳐 사실을 합의하고, 그에 따라 책임을 규명해야 하는 자리”라며 실질적인 검증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영화의 역사적 해석을 두고 국회가 하나의 결론을 내려야 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공적 심의와 관련 기관의 판단, 상영 중단을 둘러싼 의혹에 대해서는 무엇이 확인됐고 어떤 책임이 남았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김정후 기자 kjh@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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