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속살 보였다” 평가 최하점…성희롱 신고하자 해고 당했다

정부의 지하수 조사·관리 업무를 대행하는 한국지하수·지열협회가 협회장에게 성희롱과 강제추행을 당했다고 신고한 피해 직원을 부당 해고한 것으로 확인됐다.
15일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이용우 의원(더불어민주당)이 기후에너지환경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한국지하수·지열협회장 A씨는 2021년 6월과 2022년 7월 협회 직원 B씨를 성희롱·강제추행을 한 혐의로 신고·고소됐다. 이에 서울지방고용노동청은 2022년 10월 직장 내 성희롱을 인정하고 협회에 시정을 지시했다. 강제추행 관련 형사사건도 2024년 1월 1심 법원이 유죄로 판결했다.
이후 피해 직원은 인사상 불이익을 받았다. 2024년 협회는 B씨를 임금 인상 대상에서 제외했다. 같은 해 3월에는 근무태도 불량과 직무태만 등을 이유로 해고했다.
“성희롱 신고 보복성 조치로 해고 의심”
서울지방노동위원회는 2024년 7월 B씨에 대한 해고가 부당하다고 판정했다. 이에 불복한 협회는 행정소송을 제기했지만, 2025년 10월 1심(서울행정법원)에서 기각 판결을 받았다. 협회가 항소를 포기하면서 판결이 확정됐고, 결국 해당 직원은 복직 처리됐다.
인사 평가 과정에서도 문제가 발견됐다. 판결문에 따르면, 협회 측은 피해 직원에게 가장 낮은 평가 점수를 준 데 대해 “속살이 보이도록 옷을 입었다”는 등의 주관적인 이유를 들었다. 서울지방노동위원회는 인사고과 점수 등을 이유로 해당 직원만 임금 인상 대상에서 제외한 것은 성희롱 피해자에 대한 차별적 처우라고 판단했다.
가해자에 대한 징계 조치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협회는 2022년 10월 협회장 A씨에 대한 윤리위원회를 열어 ‘경고’를 의결했다. 하지만 위원회 구성부터 규정을 위반했다. 징계 대상이 협회장인 만큼 부회장이 윤리위원회를 구성해야 했지만, 당시 사무국장으로 근무하던 직원이 대신 처리했다. 또, 정해진 기한 내 이사회를 열어 징계를 확정해야 하는데도 이를 이행하지 않았다.
2023년 당시 환경부는 협회를 지도 점검하는 과정에서 이런 규정 위반 사항들을 발견했지만, 이후에도 부당 해고 조치가 이뤄지는 등 문제를 바로잡지 못했다.
“기후부 부실 감독한 결과…재발 방지 대책 필요”

논란이 커지자 기후부는 최근 현장 조사를 진행했으며, 협회장 A씨는 이사회를 통해 자진 사퇴 의사를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기후부 관계자는 “현장 조사 결과와 협회에서 제출한 자체 쇄신안 등을 검토한 뒤 후속 조치에 대한 결론을 내릴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용우 의원은 “기후부가 여러 차례 지도점검을 통해 문제를 확인하고도 제대로 바로잡지 못한 것은 관리·감독 의무를 부실하게 이행한 결과”라며 “정부 업무를 위탁받은 협회들의 운영 실태와 사업비 집행을 전반적으로 점검하고 책임자 조치와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천권필 기자 feeli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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