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 현장 30여년, AI시대 맞아 ‘기계를 위한 건물’ 짓는다

정진영 2026. 10. 16. 0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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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아닌 기계를 위한 건물을 짓는다는 게 처음엔 좀 어색했습니다. 공간의 편의성, 효율적 동선, 마감 품질을 따지는 게 아니라 서버가 요구하는 전력과 냉각 환경, 안정성 기준에 맞춰 건물을 짓는다는 점이요."

지난 13일 이야기를 나눈 이무희(58) 현대건설 '프로젝트 팀북투 데이터센터' 소장은 처음 데이터센터 현장을 맡게 됐을 때를 회상하며 "모든 게 생소했다"고 말했다.

그게 이 소장이 데이터센터 현장소장을 맡게 된 이유다.

이 소장은 "데이터센터를 시공할 때마다 단순히 건물을 짓는 게 아니라 사회의 디지털 서비스를 움직일 기반을 만든다는 책임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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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현장의 고수들]
팀북투 데이터센터 시공
이무희 현대건설 소장
이무희 현대건설 프로젝트 팀북투 데이터센터 소장이 지난달 21일 경기도 안산 현장 ‘팀북투 데이터센터’ 현장에서 진행 상황을 설명하며 손짓을 하고 있다. 이 소장은 데이터센터 시공 분야 전문가로 꼽힌다. 안산=최현규 기자

“사람이 아닌 기계를 위한 건물을 짓는다는 게 처음엔 좀 어색했습니다. 공간의 편의성, 효율적 동선, 마감 품질을 따지는 게 아니라 서버가 요구하는 전력과 냉각 환경, 안정성 기준에 맞춰 건물을 짓는다는 점이요.”

지난 13일 이야기를 나눈 이무희(58) 현대건설 ‘프로젝트 팀북투 데이터센터’ 소장은 처음 데이터센터 현장을 맡게 됐을 때를 회상하며 “모든 게 생소했다”고 말했다. 데이터센터는 서버가 24시간 멈추지 않게 하는 것에 초점을 맞춘 건물이다. 그래서 완공의 기준도 다르다. 일반 건축 현장은 구조물 완성이 목표지만, 데이터센터는 구조물을 다 짓고 난 후에도 서버와 설비가 안정적으로 운영되는 것까지 확인해야 한다. 실질적 완공은 6개월~1년 후로 보는 이유다.

이 소장은 데이터센터 시공 분야 전문가로 꼽힌다. 국내 데이터센터의 역사는 20여년에 불과하지만, 이 소장은 현재 이끌고 있는 경기도 안산의 팀북투 데이터센터가 벌써 2번째 데이터센터 현장이다. 현재까지 국내 건설사 중 가장 많은 19개의 데이터센터를 수주한 현대건설에서도 데이터센터 현장을 2개째 맡은 사례는 이 소장이 유일하다.

팀북투 데이터센터는 수전 용량 100㎿의 대규모 데이터센터다. 일반적인 데이터센터의 수전 용량이 30~40㎿ 수준임을 고려하면 2~3배 규모다. 태양광, 연료전지 등 신재생에너지를 활용하는 친환경 데이터센터라는 것도 특기할 점이다. 경기도 안산 시화공업단지 안에 지하 4층~지상 10층 규모의 건물 2개가 들어설 예정으로, 현재는 초기 공정의 약 10%를 마쳤다. 팀북투는 아프리카 말리에 있는 도시로 과거엔 책들이 가득 보관된 도서관이 자리잡아 ‘지식의 보고’로 불렸다. 이런 역사적 상징에 비유해 사업명이 채택됐다.

33년 베테랑도 공부합니다
1993년 대학을 졸업하자마자 현대건설에 입사한 이 소장은 그간 병원, 호텔, 박물관, 체육시설 등 다양한 일반 건축물을 지었다. 그게 이 소장이 데이터센터 현장소장을 맡게 된 이유다. 일반 건축물은 주택과 달리 현장마다 설계가 모두 다르고, 지하 구조부터 외장마감까지 제각각이어서 하나의 현장에도 여러 공법이 쓰인다. 변화에 익숙한 그에게 새로운 기술의 집약체인 데이터센터는 맞춤이었던 셈이다.

그런 그에게도 첫 데이터센터는 부담이었다. 공간마다 다르게 설정된 기온 조건과 설비, 소방시설 등을 고려해 전기·설비·통신 시스템까지 정밀하게 맞춘, 이제껏 본 적 없는 건물을 지어야 했기 때문이다. 현대건설이 2021년 수주한 서울 영등포구 ‘양평동 데이터센터’(수전 용량 40㎿)가 그의 첫 데이터센터 현장이었다.

그는 “건물 구조체가 ‘톱-다운’(지하를 파 내려가면서 동시에 지상 건물을 올리는 공법)으로 진행되는 건 이전에도 해봤지만, 전기·설비 장비가 (건물에) 들어와서 어떻게 돌아가는지는 본 적이 없었다”며 “직원들과 전기·설비 용어와 시스템을 공부하느라 바빴다”고 회상했다. 초기 토공사를 하는 1년 정도는 수시로 사전 검토 자료를 들여다봤고, 중요한 자료는 집까지 챙겨가 공부했다. 스터디에만 하루 2~3시간 이상을 쏟았다.

이 소장은 데이터센터를 ‘거대한 컴퓨터’에 비유했다. 민감한 서버가 문제없이 24시간 돌아가도록 스스로 모든 걸 제어하는 건물이어서다. 그래서 다른 건축물보다 특별히 높은 신뢰성과 정밀성이 요구된다. 공기가 외부로 빠져나가지 않도록 문 한쪽도 더 튼튼하고 정교하게 시공하고, 서버의 온도가 높아졌을 때 즉각 대응하도록 전기·통신 시스템도 끊김이 없어야 한다. 기술도 계속 발전하다 보니 공사 중간에 설계가 변경되는 일도 있다. 그럴 때면 스트레스도 받지만, 이 소장은 “그래도 해야지 어쩌겠느냐”며 웃어 보였다.

이무희 소장이 데이터센터 사무실에서 인터뷰를 하는 모습. 안산=최현규 기자
잔소리의 힘
흔히 건설 현장을 생각하면 먼지가 날리고 크고 작은 건설장비들이 분주히 오가는 장면을 떠올린다. 하지만 지난달 21일 찾은 팀북투 데이터센터 현장은 생각했던 건설 현장과는 사뭇 달랐다. 직원들이 다니는 길에는 장애물이 보이지 않았고, 공중을 날아다니는 먼지도 적었다. 데이터센터 현장 근처에 자리 잡은 그의 사무실조차 깔끔하게 정돈돼있었다.

현장이 유달리 깨끗한 이유를 묻자 이 소장은 이렇게 답하며 웃었다. “제가 좀 까다롭습니다. 현장이 깨끗하면 근로자 본인도 깨끗하게 해야 한다는 생각이 생기고, 그래야 사고도 안 나거든요. 제가 계속 현장을 돌아다니면서 ‘통로 확보해라’ ‘고리 매라’고 계속 잔소리를 합니다.”

데이터센터 현장은 고위험 작업이 많다. 일반 건물의 천장이 4m라면 데이터센터는 8~10m 수준이다. 거대한 장비들이 들어가고 천장엔 배관도 많아서다. 데이터센터는 공법도 까다롭고 어렵지만, 대형 장비 반입, 중량물 취급, 고소작업, 전기·기계 분야의 고난도 작업 등 여러 공정이 동시에 진행돼 안전에 특히 신경 써야 한다. 그래서 이 소장의 하루는 현장 안전 챙기기로 시작해 다음 날 안전대책 세우기로 끝난다. “공정은 어떻게든 끝낼 수 있지만 안전은 그렇지 않다”는 게 이유다.

꼼꼼하고 까다로운 성격은 그가 2번째 데이터센터 현장소장을 맡는 이유 중 하나가 됐다. 양평동 데이터센터 발주처에서 그의 결과물에 만족해 후속 사업으로 2.5배 규모의 현장을 맡긴 것이다. 이 소장은 “데이터센터를 시공할 때마다 단순히 건물을 짓는 게 아니라 사회의 디지털 서비스를 움직일 기반을 만든다는 책임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결국은 사람이 짓습니다
건설 현장은 새로운 기술의 도입이 활발히 이뤄지는 산업군 중 하나다. 드론으로 현장 진행 상황을 확인하고, 사람이 이르기 어려운 곳을 실시간 촬영하며 안전과 품질 요소를 점검하는 건 일상이 됐다. 건설정보모델링(BIM)을 활용해 공종 간 간섭을 미리 확인해 재시공 위험을 줄이는 등 효율성도 높였다.

이 소장은 “제가 처음 현장 근무를 시작했을 때는 많은 부분이 개인의 경험과 노하우에 의존했고, 현장 관리 기준도 사람의 경험이 중심이었다”며 “지금은 새로운 기술들이 도입되며 안전과 품질을 관리하는 방식 자체가 완전히 달라졌다. 정밀도가 높은 시설을 짓고 있다 보니 디지털 기술의 효과를 더 크게 체감한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그는 사람의 손길이 필요한 부분은 반드시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변화가 많은 현장에서 사람의 진가가 드러난다는 설명이다. 이 소장은 “장비가 고도화될수록 기계가 보조하는 역할은 늘겠지만, 건물을 짓는 일은 인공지능(AI)이 대체하기 어려운 일 중 하나라고 본다”며 “변화를 수용하려면 작업을 검토하고 새로운 장비를 알아보고 새 시스템에 맞게 수정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이건 사람의 손길이 닿아야 한다”고 했다.

기회는 준비된 사람에게
현장소장이 되어 많은 사람과 소통하다 보니 격세지감을 느끼는 일도 많다. 새벽이나 밤늦게 일하기도 하고, 토요일에도 교대로 근무하는 터라 젊은 직원들은 이 생활을 어려워한다. 현장엔 사람이 줄고 있고, 그 역시 시간이 지나면 간소한 건물은 기계만으로 지을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그래서 여전히 새로운 기술과 공법이 나오면 공부하고, 배움을 위한 해외 출장도 마다하지 않는다.

“나라고 데이터센터라는 게 생길 줄 알았겠느냐”고 운을 뗀 이 소장은 “어떤 기회가 어떻게 올지 모르니 현업에서 열심히 기술을 쌓고, 꾸준히 공부하다 보면 좋은 기회가 찾아오는 것 같다”고 했다. 이 소장은 퇴직 후에도 데이터센터 관련 분야에서 일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팀북투 데이터센터는 그의 마지막 현장이다. 공교롭게도 데이터센터의 준공(2028년 12월 1일) 시점과 이 소장의 퇴임 시기가 같다.

“35년 여정을 이 현장에서 모두 마무리하고 나갈 수 있어서 행운입니다. 새벽 일찍 출근해서 야근도 많고 쉬는 날도 없다 보니 초반에는 ‘이 일이 맞나’ 고민도 많았지만, 돌이켜보면 각 현장에서 쌓은 경험과 기술이 제 가장 큰 자산으로 남았네요.”

안산=정진영 기자 you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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