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풍마다 휘청… 맷집 잃은 K증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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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피는 15일 전 거래일보다 454.59포인트(7.57%) 하락한 5554.22에 마감했다.
한국 증시의 낙폭이 유독 큰 근본 원인은 '한국 증시=메모리 반도체'일 만큼 삼성전자·SK하이닉스(삼전닉스)에 대한 의존도가 높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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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거래일 연속 ‘20%’나 곤두박질
반도체 쏠림 탓 외부 변수에 취약

‘만스피'(코스피 1만)를 바라보던 한국 증시가 5000피 ‘악몽’에 시달리고 있다. 7거래일 연속 하락이라는 이례적인 상황에 처한 가운데 하루 만에 7%대 폭락까지 더해졌다. 인공지능(AI) 수익성 우려와 미국 인플레이션 우려 확대가 하락의 주요 원인이다. 문제는 한국 증시의 낙폭이 상대적으로 두드러진다는 데 있다. 맷집 약한 ‘K증시’의 한계를 재확인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코스피는 15일 전 거래일보다 454.59포인트(7.57%) 하락한 5554.22에 마감했다. 지난 6일 이후 7거래일 연속 내려갔다. 이 기간 코스피는 1449.52포인트(20.69%) 빠졌다. 코스닥은 전 거래일보다 63.06포인트(7.65%) 내린 760.82에 장을 마쳤다.
한국 증시만 ‘검은 목요일’을 맞은 것은 아니다. 아시아 주요 증시가 모두 동반 급락했다. 일본 닛케이225평균주가(닛케이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4.90% 하락한 6만4425.95에 마감했다. 대만 가권지수는 3.41% 내린 4만6969.87에 장을 마쳤다. 아시아 증시 하락을 유발한 미국 뉴욕 증시는 AI·반도체 관련 개별 종목의 낙폭은 컸으나 3대 지수 하락률이 0~1%대에 그치며 상대적으로 견조한 흐름을 보였다.

한국 증시의 낙폭이 유독 큰 근본 원인은 ‘한국 증시=메모리 반도체’일 만큼 삼성전자·SK하이닉스(삼전닉스)에 대한 의존도가 높기 때문이다. 두 종목의 시가총액은 코스피의 절반가량을 차지한다. 삼전닉스가 메모리 반도체 시장을 선도하고 있지만 대규모 AI 투자 열풍에도 여전히 메모리 수급에 따라 가격이 크게 출렁이는 ‘시클리컬’(경기 민감주) 성격을 갖고 있다고 보는 측면이 크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수석이코노미스트는 “한국이 주력으로 하는 범용 반도체는 ‘베타’(시장 변동에 대한 주가 민감도)가 높은 업종이다. 이에 대한 의존도가 절대적이어서 국내 증시의 변동성이 유독 높게 형성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삼전닉스가 급락하면 투자심리가 악화하면서 다른 기업의 주가도 상승하기 어려운 분위기가 형성된다. 이날도 반도체와 무관한 기업의 주가까지 폭락하는 ‘투매’ 현상이 나타났다.
외국인의 리밸런싱이 여전히 진행 중이라는 분석도 있다. 외국인은 이날도 3조원어치 넘게 코스피 주식을 내다팔았다. 올해 누적으로만 208조5100억원 규모를 순매도했다. 하지만 코스피는 여전히 연초 대비 30% 넘게 상승한 수준이다. 김열매 더큐리어스 대표는 코스피의 낙폭이 유독 큰 이유에 대해 “올해 가장 많이 오른 시장이기 때문”이라고 짚었다. 이어 “나스닥도 지수는 견조하지만 반도체 기업만 떼어놓고 보면 좋지 않았다. 반도체에 대한 우려가 가장 크게 작용한 탓”이라고 설명했다.
기관의 매수세가 약한 것도 작용한다. 이날 연기금은 코스피 주식 351억원을 순매수하는 데 그쳤다. 개인이 1조2800억원 순매수한 것을 고려하면 유의미한 규모라고 보기 어렵다. 익명을 요청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이렇게 지수가 빠질 때 연기금이 지수를 방어하기 위해 확실하게 들어와줘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고 있다”며 “증시의 가장 큰손인 국민연금이 리밸런싱을 유예한다는 사실을 전 세계 투자자들이 알아버렸고, 여기서 수급이 꼬여버린 것”이라고 비판했다.
시장의 신뢰 부족도 ‘빠르게 무너지는’ 현상을 부추긴다. 정부가 세 차례에 걸친 상법 개정으로 증시 체질 개선에 나섰지만 여전히 허점이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설익은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 출시와 의무공개매수제도 논란 등으로 정부의 증시 부양책에 대한 신뢰에 금이 간 상황이다. 최근 SK하이닉스 손자회사인 솔리다임의 미국 중복 상장 논란까지 더해지면서 외국인은 물론 개인투자자에게도 장기적으로 돈을 맡길 만한 시장으로 여겨지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이광수 기자 g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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