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여운 줄만 알았던 '치이카와', 어려운 질문 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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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살아가면서 얼마나 많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그리고 우리가 아무리 노력해도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면, 그 노력에는 어떤 의미가 남을까.
어쩌면 선과 악을 구분하는 것보다 더 어려운 일은, 잘못을 저지른 존재에게도 우리가 미처 알지 못했던 이야기가 있을 수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것인지도 모른다.
치이카와 일행이 움직였기 때문에 섬의 혼란은 어느 정도 가라앉을 수 있었고, 더 큰 위험을 막는 데에도 힘을 보탤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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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근 기자]
우리는 살아가면서 얼마나 많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누군가 어려움에 빠져 있을 때 도와주고 싶고, 잘못된 일이 벌어지면 바로잡고 싶어진다. 하지만 세상에는 아무리 노력해도 해결되지 않는 일이 있다. 최선을 다했는데도 누군가는 상처받고, 좋은 마음으로 시작한 일이 예상하지 못한 결과로 이어지기도 한다. 그렇다면 우리가 했던 노력은 아무 의미가 없는 걸까.
어릴 때 보았던 이야기에서는 선한 사람이 결국 승리하고 악한 사람은 벌을 받았다. 그래서 착하게 살면 언젠가는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고 믿었다. 하지만 어른이 되어 바라보는 세상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누가 옳고 그른지 쉽게 판단할 수 없는 순간이 많고, 누군가의 행복이 다른 누군가의 불행 위에 세워지기도 한다. 그럼에도 우리는 매일 무엇이 옳은지 고민하고 선택하며 살아간다.
영화 <치이카와: 인어섬의 비밀>은 귀여운 캐릭터들의 모험처럼 시작한다. 치이카와와 하치와레, 우사기는 새로운 섬으로 향하고, 그곳에서 예상하지 못한 사건을 만난다. 작고 사랑스러운 존재들이 펼치는 이야기지만 그 안에 담긴 질문은 결코 가볍지 않다. 누가 선하고 누가 악한 존재일까. 자신의 행복을 위해 다른 존재를 희생시켜도 되는 걸까. 그리고 우리가 아무리 노력해도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면, 그 노력에는 어떤 의미가 남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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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화 <치이카와: 인어섬의 비밀> 장면 |
| ⓒ CJ ENM |
치이카와가 느끼는 두려움은 단순히 무서운 존재를 만났기 때문에 생겨나는 감정이 아니다. 자신이 이해할 수 없는 일이 눈앞에서 벌어지고, 무엇이 옳은 선택인지 알 수 없다는 불안도 함께 있다. 누군가를 도와주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고, 친구들과 함께 안전하게 돌아가고 싶지만 눈앞의 문제를 외면할 수도 없다. 어쩌면 우리가 살아가면서 느끼는 두려움도 그런 모습에 가깝지 않을까.
그런데 치이카와는 두려워하면서도 도망치기만 하지는 않는다. 하치와레와 우사기 역시 먹는 것에 집착하지만, 결국 자신들이 할 수 있는 방법을 찾으려 한다. 세상을 구할 만한 대단한 힘을 가진 존재들은 아니지만, 눈앞에서 벌어지는 일을 그냥 지나치지 않는다. 나는 그 모습이 좋았다. 용기란 두려움을 느끼지 않는 것이 아니라, 무서워하면서도 누군가를 위해 한 걸음 움직이는 마음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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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화 <치이카와: 인어섬의 비밀> 장면 |
| ⓒ CJ ENM |
물론 상처받았다는 이유로 다른 존재를 해치는 행동까지 정당화할 수는 없다. 자신이 겪은 고통이 크다고 해서 다른 사람에게 똑같은 고통을 돌려줄 권리가 생기는 것은 아니니까. 하지만 그렇다고 세이렌의 분노를 아무 이유 없는 악의라고만 생각할 수도 없다. 영화는 누군가의 잘못된 선택이 또 다른 분노를 만들고, 그 분노가 다시 다른 존재의 삶을 위협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그래서 세이렌을 바라보는 마음은 복잡해진다. 처음에는 무섭고 미웠던 존재가 어느 순간 조금 다르게 보인다. 그렇다고 그를 용서해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다만 누군가의 행동을 비판하는 일과 그 행동이 시작된 이유를 이해하려는 일은 서로 다를 수 있다. 어쩌면 선과 악을 구분하는 것보다 더 어려운 일은, 잘못을 저지른 존재에게도 우리가 미처 알지 못했던 이야기가 있을 수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것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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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화 <치이카와: 인어섬의 비밀> 장면 |
| ⓒ CJ ENM |
그런데 그 욕망이 아주 낯설게 느껴지지는 않는다. 우리는 누구나 조금 더 편안하게 살고 싶고, 가능하다면 오래 행복하게 살아가기를 바란다. 문제는 그런 마음이 다른 존재의 고통을 외면하게 만들 때 생겨난다. 자신에게 이익이 되는 일이라면 그 과정에서 누가 상처받는지 굳이 확인하지 않으려는 마음. 어쩌면 섬 주민들의 모습은 우리가 살아가는 현실과도 닮아 있다.
그래서 그들을 단순히 나쁜 존재라고 말하고 끝내기가 어렵다. 그들의 선택을 옳다고 할 수는 없지만, 우리 역시 비슷한 상황에서 언제나 올바른 선택을 할 수 있다고 자신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내가 누리는 행복이 누군가의 희생과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그 행복을 포기할 수 있을까. 아니면 모르는 척하면서 지금의 삶을 계속 이어가게 될까. 영화 속 섬은 작지만, 그 안에 담긴 욕망은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만큼이나 복잡하다.
노력은 언제나 좋은 결과를 만들어야 할까
<치이카와: 인어섬의 비밀>에서 가장 마음에 남았던 것은 치이카와 일행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이었다. 그들은 자신들이 할 수 있는 일을 찾고,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다른 존재들을 도우려 한다. 하지만 그 노력이 모든 갈등을 해결하지는 못한다. 누군가의 선택을 완전히 되돌릴 수도 없고, 이미 벌어진 일을 없었던 일로 만들 수도 없다.
그럼에도 그들의 행동은 아무 의미가 없지 않았다. 치이카와 일행이 움직였기 때문에 섬의 혼란은 어느 정도 가라앉을 수 있었고, 더 큰 위험을 막는 데에도 힘을 보탤 수 있었다. 처음부터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존재들이 아니었기에 그 작은 변화가 오히려 더 소중하게 느껴진다. 어쩌면 우리는 언제나 결과만으로 노력의 가치를 판단하려 했던 것은 아닐까.
생각해 보면 우리의 삶도 그렇다. 누군가를 위로한다고 그 사람의 슬픔이 모두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잘못된 일을 바로잡으려고 애쓴다고 세상이 곧바로 달라지는 것도 아니다. 어떤 문제는 해결되지 않은 채 남고, 어떤 선택은 시간이 지나도 후회로 돌아온다. 하지만 그렇다고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 옳은 선택일까. 결과를 장담할 수 없다는 이유로 누군가를 돕는 일을 포기해야 할까.
영화의 연출 역시 이런 이야기를 효과적으로 보여준다. 밝고 귀여운 그림체와 달리 섬의 분위기는 점점 불안해지고, 익숙한 캐릭터들의 작은 표정 변화만으로도 두려움이 전달된다. 특히 평화로운 풍경 속에 위험한 상황을 배치하는 방식이 인상적이다. 귀여움과 잔혹함이 함께 존재하기 때문에 오히려 그 세계가 더 현실적으로 느껴진다.
다만 원작의 세계관을 충분히 알지 못하는 관객이라면 일부 인물의 행동이나 사건의 흐름이 낯설게 느껴질 수도 있겠다. 치이카와 특유의 독특한 분위기 역시 일반적인 가족 애니메이션을 기대한 사람에게는 조금 당황스러울 수 있다. 하지만 그런 낯섦이야말로 이 작품이 가진 개성이다. 모든 갈등을 명쾌하게 해결하고 관객에게 편안한 결말을 건네는 대신, 귀여운 캐릭터들을 통해 생각보다 어려운 질문을 남긴다.
무엇보다 이 영화는 선한 마음이 언제나 좋은 결과를 가져온다고 말하지 않는다. 착한 사람이 노력하면 모든 문제가 해결된다는 익숙한 이야기를 조금 비껴간다. 세상에는 우리가 이해하지 못하는 분노가 있고, 쉽게 버릴 수 없는 욕망이 있으며, 아무리 애써도 완전히 해결할 수 없는 갈등이 있다. 하지만 그런 세상에서도 누군가는 다른 존재를 위해 움직인다.
어쩌면 삶에서 중요한 것은 모든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이 아니라, 해결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외면하지 않는 마음인지도 모른다. <치이카와: 인어섬의 비밀>을 보고 나서 내게 남은 것은 바로 그 작은 존재들의 노력이었다.
우리는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없는데도, 왜 계속 누군가를 위해 노력하며 살아가는 걸까. 어쩌면 그 노력이야말로 우리가 조금 더 나은 세상을 포기하지 않았다는 증거이기 때문은 아닐까.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브런치와 개인 블로그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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