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과 함께 돌아보는 전시의 역사…아르코 ‘소장품, 시대의 장면들’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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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실을 나누는 벽에 커다란 창이 뚫렸다.
15일 오후 서울 종로구 아르코미술관에서 '소장품, 시대의 장면들' 기자간담회와 전시 투어가 열렸다. 전체 소장품 423점 가운데 미술관 전시에 참여했던 작가 60명의 작품 70점을 선별했다.
'소장품, 시대의 장면들'은 오는 16일부터 12월 6일까지 아르코미술관 제1·2전시실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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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도록·연표 함께 배치…작가의 활동과 미술관의 전시 역사 연결
소장품 운영 방향 재검토…전시 종료 시점 전문가 라운드테이블 예정
전시실을 나누는 벽에 커다란 창이 뚫렸다. 그 앞에 놓인 최종태의 납작한 얼굴 조각을 바라보면, 창 안으로 다른 시대의 작품들이 함께 들어온다. 제작 시기에 따라 공간을 구분하면서도 작품 사이의 연결을 열어둔 구성이다. 아르코미술관 특별기획전 ‘소장품, 시대의 장면들’은 이렇게 개별 작품을 살피는 시선을 한국 현대미술과 미술관의 역사로 확장한다.

15일 오후 서울 종로구 아르코미술관에서 ‘소장품, 시대의 장면들’ 기자간담회와 전시 투어가 열렸다. 전체 소장품 423점 가운데 미술관 전시에 참여했던 작가 60명의 작품 70점을 선별했다. 197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 제작된 작품에 당시의 도록과 전시 연표, 작가들의 활동 기록을 곁들였다.
2008년에 이어 두 번째로 마련된 소장품전으로, 최근 수년간 진행한 소장품 전수조사가 계기가 됐다. 아르코미술관 관계자는 “많이들 알고 있는 작가들의 대표작은 아닐 수 있다”며 “그렇기 때문에 작가의 다양한 경향을 조금 더 입체적으로 살펴볼 수 있는 전시”라고 설명했다.

전시의 시작인 1970년대 공간부터 여러 화풍이 함께 눈에 들어온다. 이 중 한봉덕의 ‘숲’(1972)은 청록과 푸른색 바탕 위에 붉은색과 노란색이 겹쳐진 반추상적 회화다. 나무와 잎의 구체적인 형태를 찾기보다 색과 필선이 만들어내는 자연의 인상을 따라가게 한다. 단색화와 구상, 반추상 등 여러 경향이 공존했던 당시 미술의 폭을 보여주는 구성이다.

1980년대 전시실에서 만나는 박생광의 ‘이조’(1980)는 작가의 독자적인 화풍이 형성되던 시기의 작업이다. 붉은 원과 푸른 새, 주황색 윤곽선이 어우러진 화면에는 오방색과 불교적 색채가 드러난다. 차승주 아르코미술관 큐레이터는 “박생광 특유의 화풍이 작고 전 약 5년 동안 자리 잡았으며 이 시기에 많은 작품을 남겼다”고 설명했다.

1990년대 전시실에서는 회화에 다양한 재료를 결합한 작업이 눈에 띈다. 미디어 작업으로 알려진 양만기의 ‘다윈의 정원’(1996)은 거칠고 갈라진 표면에 초록 잎이 보이는 작은 화면 오브제를 결합했다. 영상과 설치 작업으로 알려진 작가가 평면 작업에서는 어떤 재료와 구성을 활용했는지 살펴볼 수 있다.
이러한 변화는 젊은 작가들을 소개했던 ‘한국현대미술 신세대흐름전’의 기록과 함께 제시된다. 1992년부터 2002년까지 이어진 이 전시는 도시와 기술, 생태 등 시대의 관심사를 다루며 새로운 작업들을 선보였다. 대관 중심으로 운영되던 미술관이 자체 기획전을 확대하고 창작의 무대를 마련해온 과정이 작품과 자료 사이에서 드러난다.

2000년대 공간에 놓인 박기원의 ‘더운 곳’(2004)은 지나간 전시가 소장품으로 남는 방식을 잘 보여준다. 투명한 상자 안에는 노란 비닐이 여러 겹 접혀 있다. 2004년 ‘구름’(Rolling Space)전에서 전시장 천장을 채웠던 재료다. 지금은 상자에 담긴 비닐이지만 당시 관객의 움직임과 공기의 변화에 반응했던 공간을 떠올리게 한다.
아르코미술관 관계자는 “2000년대 이후 미술계의 지형이 많이 달라졌는데 그런 것들이 소장품에서 드러나지 않는다는 아쉬움이 있었다”며 “소장품은 미술관 정체성의 큰 축 중 하나”라고 말했다.
미술관은 전시 종료 시점에 전문가 라운드테이블을 열어 향후 소장품 운영과 정책 방향에 관한 자문을 받을 예정이다. 과거 전시의 기록을 다시 연결한 이번 작업이 앞으로의 수집과 공개 방식에 어떤 변화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소장품, 시대의 장면들’은 오는 16일부터 12월 6일까지 아르코미술관 제1·2전시실에서 열린다. 관람료는 무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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