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우겸, 믿음이 만든 마법 [쿠키인터뷰]

심언경 2026. 10. 15. 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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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김우겸(33)에게 제31회 부산국제영화제는 '마법' 같은 순간이다. 영화 '그날의 태주'가 경쟁 부문에 진출하면서 3년 만에 레드카펫을 밟게 된 것이다.

제28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 '한국이 싫어서'에 이어 두 번째 공식 참석이지만 여전히 떨린다고 털어놓는 모습도 그랬다.

"영화제 레드카펫 서는 건 모든 배우가 원하는 거잖아요. 군 휴가 때 부산에 왔었는데 배우분들을 보면서 나도 저 자리에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었어요. 어제만 해도 스크린에서만 보던 존경하는 배우분들과 앉아 있는데 얼떨떨했어요. 아직 실감이 안 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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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그날의 태주’ 주연 김우겸 인터뷰
제31회 부산국제영화제 경쟁 부문 초청
‘한국이 싫어서’ 이후 두 번째 레드카펫
거리 마술사 만혁 역…설득력 높인 연기
김우겸. VAST엔터테인먼트 제공

배우 김우겸(33)에게 제31회 부산국제영화제는 ‘마법’ 같은 순간이다. 영화 ‘그날의 태주’가 경쟁 부문에 진출하면서 3년 만에 레드카펫을 밟게 된 것이다. 허나 선후관계를 따져볼 필요가 있다. 그가 먼저 스크린에서 마법을 부렸다는 뜻이다. 공교롭게도 그는 ‘그날의 태주’에서 거리 마술사 만혁 역을 맡았고, 현실적인 주제와 환상적인 서사를 자유롭게 넘나들며 관객을 홀렸다.

지난 7일 부산 우동 모처에서 만난 김우겸은 만혁과 닮은 구석이 많았다. 지친 기색 하나 없이 유쾌했고 말마다 진솔함이 묻어났다. 제28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 ‘한국이 싫어서’에 이어 두 번째 공식 참석이지만 여전히 떨린다고 털어놓는 모습도 그랬다.

“영화제 레드카펫 서는 건 모든 배우가 원하는 거잖아요. 군 휴가 때 부산에 왔었는데 배우분들을 보면서 나도 저 자리에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었어요. 어제만 해도 스크린에서만 보던 존경하는 배우분들과 앉아 있는데 얼떨떨했어요. 아직 실감이 안 나요.”

‘그날의 태주’(감독 임하연)는 태주(박한솔)가 자신을 둘러싼 소문을 뒤로하고 떠난 바닷가에서 우연히 만혁을 만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만혁은 태주에게 늘 살갑고 다정하지만 마냥 해맑은 사람은 아니다. 태주가 소문으로부터 도망쳐온 이 마을에서 소문에 시달리는 이가 바로 만혁이다. 태주마저 그 풍문을 믿고 그를 지레 판단하고 피한다. 그럼에도 그는 태주에게 친절을 베풀고 마음을 나눈다. 이 지점은 작품이 말하고자 하는 바와 연결된다.

늘 미소를 잃지 않지만 한편으로는 의뭉스러운 면모를 지녔고 주제의식과도 이어지는 인물이라니, 연기하는 입장에서는 난감할 법하다. 김우겸은 처음 시나리오를 읽으며 캐릭터를 구축하는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었다고 했다. 그리고 그 돌파구는 촬영지인 남해의 한 카페에 있었다며, 관련 일화를 전했다.

“등장인물이 되게 사람 같은 거예요. 캐릭터는 보통 일관적인데 사람은 이런 모습도 저런 모습도 있잖아요. 어떻게 연기해야 할지 막막했어요. 그러다 촬영 이틀 전 남해에 갔어요. 근처 카페에서 아메리카노 하나 시켜서 계속 대본을 봤죠. 그렇게 해가 질 때까지 고민했어요. 그러고 다음날 카페에 또 갔어요. 그런데 사장님이 괜찮냐고 물어보시더라고요. 밥을 같이 먹자고 얘기할지 고민하셨대요. 서울에서 겪기 힘든 정서잖아요. 그때 만혁이라는 사람이 이런 정서에 익숙하고 남을 생각할 여유가 있지 않을까 생각하게 됐어요. 오지랖이라고 하죠. 서울에서는 실례가 될 수도 침해가 될 수도 있지만 이곳에서는 아닌 거예요.”

영화 ‘그날의 태주’ 만혁(김우겸) 스틸. KAFA한국영화아카데미 제공

만혁이 마술사라는 설정 역시 흥미롭다. 다양한 해석이 존재하겠지만, 마술도 사람도 결국 눈앞에 보이는 그대로를 믿을 것인가 말 것인가의 문제로 읽힌다. 작품의 메시지와 무관하지 않다. 이 대목에서 김우겸은 캐릭터를 깊이 이해하고 연기해냈다고 평가할 만하다. 복잡다단한 이 인물을 보고 있자면, 한때 몹시 궁금했던 전사와 실체가 더는 중요하지 않다고 직감하게 된다. 왜 만혁이 하필 마술사였을지 묻는 말에 김우겸이 내놓은 답도 이와 일맥상통했다.

“마술사에 대해 공부하다가 최현우 마술사님 영상을 보게 됐어요. 스승님이 초능력을 믿냐고 물어보셨는데 최현우 님은 안 믿는다고 하셨대요. 그러자 스승님이 중국인 자매를 데려오신 거예요. 그리고 최현우 님한테 메모지랑 펜을 사서 쓰고 싶은 숫자 적고 오라고 하셨대요. 최현우 님은 멀리 가서 화장실 문을 잠가 놓고 숫자 쓴 종이를 주머니에 넣고 갔대요. 그런데 그분들이 숫자를 맞춘 거예요. 그때 스승님이 관객들은 어딘가 마법이 있을 거란 희망을 안고 보는데 마술사가 왜 의심하냐고, 본 적은 없어도 믿어야만 마술에 대한 연기가 진실될 수 있다고 말씀하셨대요. 저는 이 이야기가 대본과 맞닿아 있는 것 같았어요. 만혁은 척박한 환경에서도 좋은 세상을 꿈꾸게 하는 것이 자기 일이라고 생각하는 순박한 사람이라고 느꼈고요.”

김우겸 역시 연기를 향한 애정과 노력의 힘을 믿으며 지금에 이르렀다. 데뷔한 지 어느덧 12년, 때때로 태주와 만혁처럼 흔들리지만 단단히 땅에 발을 붙이고 자신만의 속도로 발걸음을 옮겨왔다. 그의 모든 행보가 마법 같은 순간이다.

“이런 자리에 ‘그날의 태주’로 함께하고 있다니 더 기뻐해도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처음에는 목표를 세울 수 없을 정도로 막연한 꿈이었던 것 같아요. 그런데 정신 차려 보니 계속 연기하고 있네요(웃음). 저도 인간인지라 조급하고 불안한 마음이 들 때도 있죠. 그래도 부산국제영화제에 온 것을 제가 좋은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신호로 받아들이려고 해요. ‘네가 한 게 틀리지 않았어’라고 말해주시는 것도 같고요. 엄청 큰 힘이 됩니다.”

심언경 기자 notglasses@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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