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AI, 새책도 노리나…교보문고에 들어온 ‘10만권’ 주문

윤성민 2026. 10. 15. 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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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서울 종로구 광화문 교보문고를 찾은 시민들이 책을 읽고 있다. 뉴스1

국내 최대 서점인 교보문고에 인공지능(AI) 학습용으로 의심되는 대량 도서 주문이 들어온 것으로 14일 확인됐다. 앞서 AI 기업이 배후에서 주도하는 것으로 의심되는 헌책 대량 매입 시도가 확인된 데 이어 새책 주문 사례도 발견된 것이다.

이날 교보문고에 따르면, 교보문고는 올해 초부터 미국·영국 등 해외 소재 업체들로부터 한국어로 된 도서를 대량으로 사고 싶다는 문의를 접수했다. 교보문고는 소매업체 등을 대상으로 한 도매 도서유통사업도 하고 있다. 교보문고는 “미국 업체가 가장 많았다”며 “현재까지 문의 업체 수는 약 10개”라고 설명했다.

이들 업체의 도서 구입 문의는 기존과 다른 이상한 점이 있었다. 특정 도서를 사겠다고 한 것도 아니고, 특정 분야를 사겠다고 한 것도 아니었다. 도서명·분야 상관 없이 약 10만 종의 도서를 ‘1종당 1권씩’ 사겠다고 했다.

교보문고는 “가능한 한 많은 종류의 도서를 확보하려는 형태라는 점에서 일반적인 거래와 차이가 있었다”며 “미국·유럽·베트남 등 한국 도서를 사가는 해외 서점들은 일반적으로 도서 목록과 구매 목적을 제시한다”고 밝혔다.

일본 도쿄의 대표적 헌책방 거리인 진보초의 한 서점. 유성운 특파원

지난 8월 예스24 중고서점과 서울책보고에 헌책 대량 매입 문의를 한 미국 애리조나주의 B사의 도서 매입도 비슷한 방식이었다. 기자가 B사와 접촉해보니, B사는 어린이 도서 등을 제외한 도서를 구입한다며 “도서별로 한 권씩 매입하니, 전체 권수보다 서로 다른 도서의 종수가 더 중요하다”고 밝혔다. AI 학습은 같은 책을 두 권으로 할 필요는 없다. B사는 교보문고에도 구입 문의를 했다고 한다.

교보문고는 대량 구입 문의를 한 업체들에게 최종 납품처가 어디인지 물었다. 그러나 이들 업체는 “최종 납품처 정보는 비밀유지 사항으로 공개할 수 없다”고 답했다. 구매 목적이 무엇인지도 물었지만 답은 없었다. “AI 학습 목적은 아니다”라고 답하면서도 “최종 납품처는 데이터 관련 기업”이라고 답하는 업체도 있었다.

교보문고는 결국 거래 논의를 중단했다. 교보문고는 “AI 학습에 활용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며 “이런 거래가 국내 출판사와 서점 등 도서 유통업계에 미칠 수 있는 잠재적 위험을 고려해, 최종 납품처와 도서 활용 목적이 확인되지 않는 경우 거래를 진행할 수 없다는 입장을 전달했다”고 설명했다.

교보문고는 “(AI 학습용으로 의심되는 구매에 대한) 출판사와 유통업계 간 정보 공유와 대응 원칙 마련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14일 일본 도쿄에서 열린 앤트로픽 도쿄 사무소 개소 1주년 기념 언론 브리핑에 앤트로픽 로고가 표시돼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해외에서도 AI 기업들은 헌책뿐 아니라 새책도 사들이고 있다. 일본서적출판협회에 따르면, 도서 유통업체인 일본출판판매(닛판·日販)는 미국 AI 기업 앤트로픽에 2024년 12월부터 1년 동안 일본어로 된 새책을 판매했다. 앤드로픽이 헌책뿐 아니라 새책을 AI 학습에 이용했다는 사실도 지난해 7월 확정된 미국 법원 판결에서 확인됐다.

헌책·새책 가리지 않고 AI 학습용 구입으로 의심되는 도서 주문이 확인되자, 출판 업계의 대응도 빨라지고 있다. 대한출판문화협회는 전날 이사회를 열고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논의 결과 일반 서점, 중고 서점, 유통업체에 공문을 보내 실태조사를 하기로 했다. 다른 출판 관련 단체와 실무진 중심의 협의체를 구성하자는 아이디어도 나왔다.

또 지난 6일(현지시간) 독일 프랑크푸르트 도서전에서 발표된 ‘프랑크푸르트 호소문’에 동참한다는 내용의 공동 성명서를 다른 출판 단체들과 연대해 발표하기로 했다. 프랑크푸르트 호소문은 작가 동의 없는 AI의 출판물 학습을 비판하며 “AI 학습에 사용된 작품 밝히라”는 게 주요 내용이다.

윤성민 기자 yoon.sung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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