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 패배 공식’ 다 갖췄다…20년전 악몽 떠올리는 공화당
" “분명히 내가 봤던 영화다. 그리고 그 영화는 내가 낸시 펠로시 신임 하원의장에게 의장실 열쇠를 넘겨주는 장면으로 끝났다.” "

2006년 당시 집권 공화당 소속 데니스 해스터트 하원의장의 보좌관이었던 존 러셀(글로벌 컨설팅 회사 DGA그룹 파트너)은 다음 달 3일(현지시간) 열리는 미국 중간선거가 20년 전 선거의 데자뷔가 될 수 있다며 이렇게 말했다. 20년 시차를 둔 두 선거의 공통분모는 전쟁과 경제, 정부의 도덕성에 대한 불신이다.
패배의 공식…‘전쟁·물가·도덕성’
조지 W 부시 2기 행정부 2년 차이던 2006년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은 상원 6석과 하원 30석을 잃었다. 2002년 ‘9·11 테러’ 이후 상·하원에서 각각 2석과 8석을 추가하는 이변을 연출한 지 불과 4년 만에 기록한 참패였다.

당시 미국은 2003년 시작된 이라크 전쟁의 수렁에 빠져 있었다. 전쟁의 명분이었던 대량살상무기(WMD)는 나오지 않았고, 미군 사상자와 피해는 계속 누적되고 있었다. 중동 전쟁은 휘발유 가격 상승으로 이어졌다.
여기에 2005년 허리케인 카트리나로 1800명 넘게 사망하고 45만명의 이재민이 발생하며 미 남동부가 살인과 약탈·방화가 난무한 무법지대가 됐는데도 정부는 책임 전가에 급급했다. 이런 와중에 여당의 부패 스캔들이 이어지며 ‘무능한 부패 세력’에 대한 심판론에 기름을 부었다. 부시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은 40% 초반으로 급락했다. 선거 직전 유가가 극적으로 안정세를 보였지만 돌아선 민심을 되돌리기엔 역부족이었다.
20년 만의 데자뷔…‘3중고’ 오히려 강화


특히 선거 직전 유가를 잡았던 부시 때와 달리 유가가 아직도 오르고 있다. 비난을 감수하고 우크라이나전쟁 비용으로 직결되는 러시아 경유까지 수입하기로 했지만, 경윳값은 연일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우고 있다. 그러면서도 물가의 원인을 아직 “바이든 탓”으로 돌린다.
13일 AP통신과 시카고대 여론조사센터(NORC)의 여론조사에선 유권자의 59%가 “트럼프가 재임 중 불법적 또는 비윤리적으로 사익을 취했다”고 답했다. 73%는 “트럼프가 국가보다 자기 자신을 비롯해 가족과 친구들의 이득과 사업을 우선시했다”고 했다.

이런 가운데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날 트럼프가 현역인 존 코닌 대신 내세운 켄 팩스턴 텍사스 상원의원 후보가 2024년 말 아랍에미리트(UAE)에서 열린 파티에 200억원을 횡령하고 도피 중이던 수배자와 함께 참석했다고 보도했다. 팩스턴은 이들이 기소된 뒤에도 거액의 정치 후원금을 받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100년간 예외 3번…‘여당 심판’ 반복
이러한 악재가 없더라도 중간선거는 기본적으로 집권당에 불리하다. 지난 100년간 중간선거에서 집권당이 의석을 늘린 사례는 단 3번에 불과하다. 이때는 납득할 만한 대형 이슈가 있었다. 1934년 대공황을 돌파한 ‘뉴딜 정책’에 대한 국민적 지지, 1998년 빌 클린턴에 대한 탄핵 역풍, 그리고 2002년 미국 본토가 처음으로 공격받았던 9·11 테러에 따른 여론 결집 등이다.

예외 상황까지 포함한 중간선거에선 집권당은 하원에선 평균 26석을, 상원에선 4석을 잃었다.
현재 미국의 하원은 무소속 1석과 공석 2석을 제외하고 공화당이 218석, 민주당이 214석을 차지하고 있다. 상원은 공화당 53석, 민주당 47석이다. 상·하원 모두 공화당의 과반을 점유하고 있지만, 100년간의 평균을 대입하면 양원 모두에서 민주당이 다수 정당이 된다.
2006년 공화당의 참패를 직접 지켜봤던 존 러셀은 “우리는 원칙에 따라 투표한다고 믿고 싶겠지만, 사실은 지갑 사정에 따라 투표한다”며 “이번 선거는 행정부에 대한 총체적 심판이며, 유권자들은 지금 미국이 나아가는 방향을 지지하지 않는다”고 했다.
지지율 40% 미만 때는 하원 42석 줄어
더구나 트럼프와 공화당은 이번 선거에서 평균적 상황을 넘는 악재를 안고 있다. 가장 먼저 지적되는 요인은 선거 결과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는 현직 대통령의 지지율이다. 트럼프의 지지율은 기관에 따라 30% 초반까지 떨어졌다. 특히 AP의 조사에선 경제 운영 지지율이 26%, 생활비 대응은 17%에 그쳤다. 이런 상황에서도 트럼프는 선거 구도를 자신에 대한 재신임 투표로 이끌고 있다.

갤럽 조사를 기준으로 대통령의 지지율이 40%를 밑도는 상황에서 치러진 선거는 1946년(33%)과 1950년(39%) 등 두 차례다. 두 번의 선거에서 집권당은 하원에서 평균 42석을 잃었다. 반면 대통령 지지율이 60%가 넘었던 5번의 선거에선 의석 감소분이 3석이었다.
초단기 승전을 바탕으로 선거의 재료로 쓰려던 이란전쟁이 장기전으로 전환된 점도 트럼프를 압박하고 있다. 2차 세계대전과 한국전쟁과 연관되면 여당이 참패를 기록한 1946년과 1950년 선거 외에도, 베트남 전쟁에 대한 부정 여론이 최고조에 달했던 1966년 선거와, 이라크 전쟁의 역풍 속에서 치러진 2006년 선거에서 집권당이 잃은 하원 의석은 각각 47석과 30석에 달했다.
현금 가진 트럼프…“민주당 압승도 어렵다”
미국의 주요 선거 분석 기관들도 대체로 민주당의 승리를 예상한다. 그러나 민주당의 압도적인 의회 장악을 예상하는 곳은 드물다. 특히 하원과 달리 상원의 경우 여전히 박빙 승부가 될 가능성이 있다.
로이터통신은 이날 ‘민주당이 기대에 미치지 못할 수 있는 이유’라는 기사를 통해 “극단적 양극화와 선거구 재조정을 통해 실제 경쟁이 벌어질 수 있는 의석은 40~50석 정도에 불과하다”며 “민주당이 다수당이 되더라도 압도적이진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트럼프의 극렬 지지층인 마가(MAGA)의 표심을 반영하지 못했던 기존의 여론조사 방식도 선거 예측의 한계로 지적했다.

또 젊은층과 흑인, 히스패닉 등 민주당 지지층은 투표 참여율이 낮은 점도 변수로 꼽았다. 60~65%에 달하는 대선 투표율과 달리 평균 40%대의 투표율을 보이는 중간선거에선 투표율은 예상외의 큰 변수가 될 가능성이 있다. 막대한 선거자금을 확보한 트럼프가 민주당을 “극단적 사회주의자”로 몰아가며 ‘5000달러 지급’ 등을 내세워 지지층 결집에 나선 것도 변수를 극대화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송원석 미주한인유권자연대 사무총장은 “선거 막판 물량 공세를 펼칠 공화당의 압도적 자금력과 광고 우위를 무시하기 어렵다”며 “민주당이 유리한 것은 사실이지만, 민주당이 승리하더라도 정권 심판론의 반사이익을 온전히 의석수로 치환하지 못하는 ‘불완전한 승리’에 그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워싱턴=강태화 특파원 th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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