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정훈의 푸드로드] “이게 왜 이렇게 줄었지?”

2026. 10. 15. 00:13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문정훈 서울대 농경제사회학부 교수·푸드비즈니스랩 소장

“이게 왜 이렇게 줄었지?” 서울대학교 푸드비즈니스랩의 랩 세미나 시간, 대학원생들이 분석한 결과를 보고 나도 모르게 터져 나온 말이었다. 최근 탄수화물 섭취를 줄이고 단백질 섭취를 늘리려는 경향이 확산되는 식생활의 변화 속에서 실제 육류 소비는 어떻게 달라지고 있는지 확인하던 참이었다.

분석에 활용한 자료는 농촌진흥청이 구축한 수도권 1247가구(가구원 3309명)의 주부 패널 장보기 데이터였다. 이 데이터는 가정에서 소비하기 위해 어떤 식재료를 얼마나 구매하는지 살펴볼 수 있는 유용한 자료다.

■

「 집밥·외식 모두 육류 소비 감소세
식사 횟수, 음식 가짓수도 줄어
건강엔 좋지만 외식산업엔 도전
」

물가 상승분을 반영해 분석한 결과, 2025년 수도권 주부 패널의 가구당 평균 신선 소고기 실질 구매액은 이전 2년 대비 11.9% 감소했으며, 구매 횟수 역시 10.5%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신선 돼지고기의 실질 구매액과 구매 횟수는 각각 7.9%, 6.7% 감소했으며, 신선 닭고기 역시 각각 6.8%, 5.4% 감소했다.

반면에 신선란의 가구당 평균 실질 구매액은 10% 증가해 다른 축산물과 대조적인 흐름을 보였다. 우리 식생활에서 계란이 단백질 공급원으로서 점차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는 점은 확인했다. 그러나 사회적으로 단백질 섭취에 대한 관심은 분명히 높아지고 있는데, 정작 가정에서의 전반적인 육류 구매는 왜 줄어들고 있는 것일까? 고민은 깊어졌다.

우리는 여기서 또 다른 질문을 던졌다. “농촌진흥청의 주부 패널 데이터는 주로 가정 내 소비를 위한 식품 구매 기록이다. 그렇다면 가정에서의 육류 소비는 줄어드는 대신, 외식을 통한 육류 소비가 늘어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 이번에는 리서치 기업 오픈서베이의 푸드다이어리 데이터를 분석했다. 푸드다이어리는 인구 구성비를 고려해 표본을 구성한 패널이 일상에서 섭취한 음식들을 기록한 데이터다. 가정에서의 식사뿐 아니라 외식과 배달 음식까지 포괄하기 때문에, 실제 식생활에서 육류 소비가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지 보다 폭넓게 살펴볼 수 있다.

결과는 의외였다. 외식에서도 육류 관련 메뉴의 섭취 빈도는 대체로 감소하고 있었다. 수육이나 국밥처럼 섭취 빈도가 증가한 메뉴도 있었지만, 전반적인 흐름은 감소세였다. 특히 눈에 띈 것은 삼겹살을 포함한 돼지고기구이 메뉴의 감소였다. 2023년 6월부터 2025년 5월까지의 2년과 그 이후 1년을 비교했을 때, 돼지고기구이 메뉴의 섭취 횟수는 전체적으로 12.1%, 외식에서는 11.7% 감소했다. 양념 돼지고기 요리 역시 전체 섭취 횟수가 1.7%, 외식에서는 6.9% 줄었다. 한국인들이 즐겨 먹던 돼지고기 요리가 가정뿐 아니라 외식에서도 위축되고 있었던 것이다. 소고기구이 메뉴 역시 외식에서 전반적인 감소세를 보였다.

그러던 중 문득 한 가지 생각이 스쳤다. “육류뿐 아니라 전체적인 음식 섭취 빈도는 어떻게 달라졌을까?” 그다음 주 랩 세미나에서 확인한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육류만 줄어든 것이 아니었다. 전반적인 식사 빈도와 한 끼 식사를 구성하는 반찬의 수도 줄고 있었다. 오픈서베이의 푸드다이어리 데이터에 따르면, 우리 국민의 1인당 연간 평균 식사 횟수는 24.8회, 반찬을 포함한 음식 섭취 총건수는 130건 감소했다. 식사 유형별 섭취 빈도도 아침 8.4%, 점심 4.4%, 저녁 6.4%, 야식 11.3%가 줄었다. 식사 횟수뿐 아니라 반찬의 수도 줄면서 우리의 식탁이 점차 단출해지고 있었던 것이다. 경제 성장과 함께 늘어왔을 것으로 여겨졌던 음식 소비가 이제 감소하는 국면에 접어든 것은 아닐까?

아직 이러한 감소의 가장 큰 원인이 무엇인지는 알 수 없다. 웰니스 라이프스타일이 확산되면서 더 건강하고 아름다워지고 싶은 욕망이 음식 소비를 줄인 것인지, 위고비와 마운자로 같은 GLP-1 계열 약물의 확산이 영향을 미친 것인지, 관련 약물에 대한 지출 증가가 다른 소비를 위축시킨 것인지, 아니면 혼밥이 확산되면서 함께 식사하는 기회가 줄어들고 전반적인 음식 섭취까지 감소한 것인지 아직은 명확하지 않다.

과도한 음식 섭취를 줄이는 것이 건강에 도움이 되는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이러한 변화가 식품 산업과 자영업자가 많은 외식산업에는 새로운 도전이 되리라는 것 역시 분명하다.

문정훈 서울대 농경제사회학부 교수·푸드비즈니스랩 소장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