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호황에도 내수는 한파…커지는 ‘K자형 양극화’ 우려

김지현 2026. 10. 14. 2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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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경제의 'K자형 양극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반도체 슈퍼사이클(초호황)에 힘입어 주요 국제기구들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상향 조정하고 있지만 수출 호조가 내수 전반으로 확산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14일 재정경제부에 따르면 국제통화기금(IMF)은 10월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3.3%로 상향 조정했다. 인공지능(AI) 하드웨어와 반도체 수출 호조가 전망치 상향의 주요 배경으로 꼽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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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F, 韓 성장률 전망 3.3%로 상향…반도체 수출 급증
신현송 한은 총재도 K자형 양극화 경고…“물가 안정 중요”
전문가 “현금 지원 넘어 일자리·주거 구조 개선해야”
쿠키뉴스 자료사진
한국 경제의 ‘K자형 양극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반도체 슈퍼사이클(초호황)에 힘입어 주요 국제기구들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상향 조정하고 있지만 수출 호조가 내수 전반으로 확산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성장의 과실이 일부 산업과 계층에 집중되면서 내수 회복을 통한 성장 기반 다변화가 과제로 떠올랐다. 전문가들은 단기적인 현금 지원을 넘어 일자리 창출과 주거 안정, 자산 형성을 뒷받침하는 구조적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반도체 호황에 성장률 전망 상향…한은 총재는 양극화 경고

14일 재정경제부에 따르면 국제통화기금(IMF)은 10월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3.3%로 상향 조정했다. 지난 7월 전망보다 0.7%포인트(p) 높아진 수치다. 인공지능(AI) 하드웨어와 반도체 수출 호조가 전망치 상향의 주요 배경으로 꼽혔다.

IMF는 한국을 AI 하드웨어의 핵심 교역국으로 지목하며 관련 산업의 성장이 원자재 수출국과 제조업 거점국 등으로 파급효과를 낼 수 있다고 평가했다. 내년 성장률 전망치도 기존보다 0.3%p 높인 2.8%로 올려 잡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아시아개발은행(ADB)도 최근 한국의 성장률 전망치를 각각 3.7%, 3.2%로 제시하는 등 성장률 전망을 상향하고 있다.

실제 수출 실적에서도 반도체의 존재감은 두드러진다. 관세청의 10월 1~10일 수출입 현황 잠정치에 따르면 이 기간 반도체 수출액은 121억9800만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70.9% 증가했다. 전체 수출에서 반도체가 차지하는 비중은 46.7%로, 전년 동기보다 11.9%p 상승했다. 반도체에 대한 수출 의존도가 한층 높아진 셈이다.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 쿠키뉴스 자료사진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도 한국 경제의 K자형 양극화를 경계했다. 신 총재는 14일(현지시간) IMF 태국 방콕 연차총회와 연계해 열린 CNN 패널 토론에서 이 같은 양극화 현상이 뚜렷하다고 진단했다. 이어 물가 상승이 저소득층에 가장 큰 타격을 주는 만큼 물가 안정을 위한 통화정책 운용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신 총재는 AI 투자 호황이 경제에 미치는 긍정적 효과가 중동전쟁의 부정적 영향을 압도하고 있지만, 두 요인 모두 물가 상승 압력으로 작용한다고 분석했다. 수출 호조에 따른 성장세를 이어가는 동시에 물가와 금융 불안 요인을 관리해야 하는 정책적 과제를 제시한 것이다.

수출 호조에도 내수 회복은 더뎌

문제는 수출 호조가 내수 회복으로 충분히 이어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재경부의 ‘최근 경제동향’ 9월호에 따르면 지난 7월 소매판매액지수는 전월보다 2.4% 감소했다. 내구재 판매가 7.7% 줄었고 준내구재와 비내구재 판매도 각각 1.4%, 0.1% 감소했다. 내구재부터 일상 소비재까지 판매가 일제히 감소하면서 소비 회복세가 여전히 불안정한 모습을 보였다.

체감경기 역시 좀처럼 살아나지 않고 있다. 중동전쟁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이어지는 가운데 고유가에 따른 물가 상승 압력과 취약계층·취약 부문의 어려운 고용 여건이 민생을 압박하고 있다. 수출과 기업 실적이 개선되더라도 가계의 실질 구매력이 회복되지 않으면 소비 확대로 이어지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금 지원 넘어 자산 형성 구조 만들어야”

서울 동대문구 한 부동산 중개업소에 붙은 매물 모습. 연합뉴스
전문가들은 자산양극화와 소비양극화가 맞물리면서 성장의 과실이 고르게 분배되지 않는 구조에 주목한다. 소비는 현재 소득뿐 아니라 부동산과 금융자산 등 보유 자산의 규모에도 영향을 받는다. 물가 상승으로 실질 구매력이 떨어진 가계는 소비를 줄일 수밖에 없는 반면, 자산을 보유한 계층은 상대적으로 소비 여력을 유지하기 유리하다. 경제가 성장하더라도 그 효과가 가계 전반으로 확산하지 못하면 내수 회복이 지연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김태봉 한성대 교수는 “기술 발전과 경제성장이 반드시 모든 계층의 소득과 자산 증가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며 “새로운 기술을 활용해 돈을 버는 사람도 있지만 그 기술과 생산수단을 소유한 쪽으로 더 많은 부가 집중될 수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단기적인 현금 지원만으로는 양극화 문제를 해소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양극화 문제를 해결하려면 단순히 돈을 지급하는 데 그치지 않고, 사람들이 안정적으로 일자리를 얻고 자산을 형성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며 “일자리와 서민금융 지원, 주택 공급을 통해 소득과 주거의 기반을 마련하는 정책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지현 기자 kjh01@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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