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론 나오지만 '여기' 와보니 기술은 무궁무진"…삼성·SK 부스 메운 발길 [르포]

정진주 2026. 10. 14. 1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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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화질 영화 2만편이 안전하게 들어갑니다."

14일 서울 코엑스에서 개막한 제28회 반도체대전(SEDEX 2026) SK하이닉스 부스.

올해 반도체대전은 '실리콘 지능의 시대로'를 주제로 300개사가 888개 부스를 꾸려 역대 최대 규모로 열렸다.

"PLEASE MAKE MORE(제발 더 만들어줘)." 황 CEO가 지난 6월 대만 타이베이 컴퓨텍스 2026 SK하이닉스 부스를 찾아 7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4E) 웨이퍼에 남긴 사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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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반도체대전 개막…역대 최대 300개사·888부스 참가
SK하이닉스 트랙 부스에 젠슨 황 '제발 더 만들어줘' 웨이퍼
삼성전자, HBM4E 국내 첫 공개…키캡 스탬프 투어로 참여 유도
하정우 AI전략위 부위원장, 양사 부스 돌며 파운드리 질문
하정우 국가인공지능전략위원회 상근부위원장(가운데)이 14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제28회 반도체대전(SEDEX 2026) SK하이닉스 부스에서 고대역폭플래시(HBF) 구조 모형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데일리안 정진주 기자

"고화질 영화 2만편이 안전하게 들어갑니다."

14일 서울 코엑스에서 개막한 제28회 반도체대전(SEDEX 2026) SK하이닉스 부스. 안내 직원이 작은 카드만 한 물건 하나를 가리켰다. 기업용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PS1101'이다. 설명판에 적힌 최대 용량은 128TB, 두께는 7.5㎜.

직원은 휴대전화 용량이 큰 게 500기가바이트쯤인데 이 제품은 128테라바이트라고 설명하며 "그만큼의 초고용량치고 굉장히 얇다"고 강조했다.

14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제28회 반도체대전(SEDEX 2026) SK하이닉스 부스에 AI 데이터센터용 초고용량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PS1101'이 전시돼 있다. ⓒ데일리안 정진주 기자

올해 반도체대전은 '실리콘 지능의 시대로'를 주제로 300개사가 888개 부스를 꾸려 역대 최대 규모로 열렸다. 개막 첫날부터 국내 메모리 양사 부스에 관람객이 몰렸다.

SK하이닉스는 전시장 최대 규모 부스 바닥에 붉은 육상 트랙을 깔았다. 입구에 스타트 라인, 반대편 끝에 피니시 라인을 그려 넣고 관람객이 트랙을 한 바퀴 돌며 다섯 구간을 차례로 지나게 동선을 짰다. 기술 혁신의 기록에서 시작해 생산 거점과 AI 메모리를 지나 사회공헌 전시로 이어지는 구성이다. 구간마다 휴대전화로 거리가 1㎞씩 적립되고 4㎞를 넘기면 기념품을 준다.

14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제28회 반도체대전(SEDEX 2026) SK하이닉스 부스. ⓒ데일리안 정진주 기자

트랙 초반 벽면에서는 웨이퍼 제조부터 패키징까지 여덟 단계의 공정을 영상으로 보여준다. 딱딱한 공정 설명 대신 대화로 쉽게 풀었다. 웨이퍼 제조부터 산화, 포토, 식각, 증착·이온 주입, 금속배선, 테스트, 패키징까지 여덟 단계를 영상으로 보여주는데, 공정 용어 대신 대화체로 설명한다.

모래에서 뽑아낸 덩어리를 얇게 잘라 매끄럽게 다듬는 장면 뒤에 "이렇게 만들어진 게 바로 웨이퍼"라는 설명이 이어지고, 필요 없는 부분을 녹여 깎아내는 공정은 식각이라고 부른다는 식으로 용어를 뒤에 붙였다.

14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제28회 반도체대전(SEDEX 2026) SK하이닉스 부스에 고대역폭메모리(HBM)의 내부 구조를 확대한 모형이 전시돼 있다. ⓒ데일리안 정진주 기자

사람이 가장 몰린 곳은 HBM 구역이다. 46만배로 키운 HBM 모형은 로직 다이 위로 실리콘관통전극(TSV) 구리 기둥이 빽빽하게 솟은 구조다. 로직 다이 안에는 신경망처리장치(NPU) 코어와 메모리 컨트롤러, 네트워크온칩 배선이 비쳐 보인다.

그 옆에는 2013년 세계 최초로 HBM을 내놓은 이후 세대별 제품이 투명 큐브에 담겨 계단처럼 쌓였다. 받침대에는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의 친필 사인이 들어갔다.

14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제28회 반도체대전(SEDEX 2026) SK하이닉스 부스에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PLEASE MAKE MORE' 문구와 함께 사인을 남긴 HBM4E 웨이퍼가 전시돼 있다. ⓒ데일리안 정진주 기자

바로 옆 웨이퍼에 적힌 문구가 눈길을 끈다. "PLEASE MAKE MORE(제발 더 만들어줘)." 황 CEO가 지난 6월 대만 타이베이 컴퓨텍스 2026 SK하이닉스 부스를 찾아 7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4E) 웨이퍼에 남긴 사인이다.

SK하이닉스가 HBM4E 샘플을 처음 공개한 자리였다. 당시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같은 부스에서 메모리 부족이 2030년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고 5년 안에 SK하이닉스의 웨이퍼 생산능력을 두 배로 늘리겠다고 밝혔다.

차세대 기술인 고대역폭플래시(HBF) 구조 모형은 같은 구역에 배치됐다. 이곳에서 브리핑이 시작되자 기자와 참관객이 전시대를 둘러쌌고, 하정우 국가인공지능전략위원회 상근부위원장도 이 자리에서 설명을 들었다. 이날 기조연설에 나선 안현 SK하이닉스 개발총괄 사장은 AI 인프라 성능 규모가 2030년 올해 대비 20배까지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14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제28회 반도체대전(SEDEX 2026) SK하이닉스 부스 '기술이 만드는 사회적 울림' 구간에서 관람객들이 발달장애인 핸드볼 사업 관련 체험형 콘텐츠를 즐기기 위해 줄을 서 있다. ⓒ데일리안 정진주 기자

트랙 후반은 제품이 아니라 사회공헌과 체험 공간이다. 발달장애인 핸드볼 사업과 지역 AI 교육 프로그램을 소개하는 벽면 앞에 관람객이 줄지어 섰고, 트랙 마지막 체험 공간 앞에는 차단봉을 따라 대기 줄이 길게 늘어섰다.

삼성전자 부스에서도 참여형 프로그램이 관람객 발길을 붙잡았다. 존마다 도장을 받아 반도체 키캡을 만들어 가는 스탬프 투어다. 삼성전자는 올해 'AI 시스템 설계(Architecting AI Systems)'를 주제로 차세대 기술과 클라우드 AI, 엣지 AI, 피지컬 AI, 반도체 클러스터, 상생협력 등 6개 존을 꾸렸고, 관람객들은 스탬프 종이를 들고 존을 차례로 돌았다.

14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제28회 반도체대전(SEDEX 2026) 삼성전자 부스. ⓒ데일리안 정진주 기자
14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제28회 반도체대전(SEDEX 2026) 삼성전자 부스에 7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인 ‘HBM4E’ 구조 모형이 전시돼 있다. ⓒ데일리안 정진주 기자

'클라우드 AI' 존 앞에서는 관람객들이 휴대전화를 들었고, 삼각대에 카메라를 올린 관람객은 모형 정면에 렌즈를 맞추고 한참을 서 있었다. 이들이 찍고 있던 건 국내에서 처음 공개된 HBM4E의 구조 모형이다. 맨 아래 패키지 기판부터 인터포저, 4나노 로직 베이스 다이, 1c D램 코어 다이가 층층이 쌓였고 옆에 GPU가 붙었다.

'3D 메모리 아키텍처' 코너에는 연산장치와 메모리를 더 가깝게 붙이는 차세대 3D HBM 아키텍처 zHBM과, 고집적 낸드에 3D 패키징을 결합한 zNAND-O가 목업으로 나란히 놓였다.

14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제28회 반도체대전(SEDEX 2026) 삼성전자 부스에 전시된 ‘3D 메모리 아키텍처'. ⓒ데일리안 정진주 기자

올해 신설된 '반도체 클러스터존'에서는 용인 국가산업단지 조성 계획을 소개했다. 약 360조원을 투자해 2027년 부지 조성과 착공을 시작하고 2029년 10월 첫 생산라인 가동이 목표다. 약 70개 소재·부품·장비 및 팹리스 기업이 들어온다.

하 부위원장은 삼성전자 부스까지 돌아본 뒤 취재진과 만나 파운드리 제품과, 피지컬 AI에서 삼성전자 제품이 얼마나 기여하고 있는지를 주로 물었다고 했다. 파운드리를 짚은 이유를 묻자 그는 "원래 삼성이 파운드리 쪽에 어려움이 있었는데 최근에는 실적이 좋아진다는 뉴스가 많이 들어왔다"며 "그와 관련해 물어봤다"고 답했다.

14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제28회 반도체대전(SEDEX 2026) 재단법인 트리니티팹 부스에 SK하이닉스 용인 클러스터 양산팹 안에 들어설 소재·부품·장비 양산 테스트베드의 위치가 표시돼 있다. ⓒ데일리안 정진주 기자

이날 전시장 한쪽에는 재단법인 트리니티팹이 부스를 꾸렸다. SK하이닉스가 용인 클러스터에 짓는 양산팹 가운데 약 1000평을 떼어내 국내 소재·부품·장비 기업이 실제 양산 조건에서 제품을 검증하도록 하는 시설이다. 산업통상부와 경기도, 용인시, SK하이닉스가 출자했고 SK하이닉스 몫이 가장 크다. SK하이닉스가 공간을 무상으로 빌려주고 장비는 정부가 산다.

하이닉스 팹 안에 있는데 경쟁사 협력사도 들어올 수 있느냐는 질문에 트리니티팹 관계자는 하이닉스의 계열사나 협력사가 아니라 산업통상부 주관으로 설립된 독립 비영리 재단이라고 답했다.

삼성전자 관련 기업도 대상에 포함되며 입주 기업은 운영위원회 심사로 정한다는 설명이다. 다른 공공팹이 주로 200㎜ 구형 장비를 쓰는 것과 달리 300㎜ 최신 장비를 갖춰 양산 조건과 같은 환경에서 테스트할 수 있다고도 했다. 입주는 내년 5월, 테스트 서비스는 내년 10월부터다.

14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제28회 반도체대전(SEDEX 2026) SK하이닉스 부스에 차세대 고대역폭 메모리(HBM) HBM4E(7세대)가 전시돼 있다. ⓒ데일리안 정진주 기자

전시장을 메운 건 업계 관계자만이 아니었다. 교복을 입은 단체 관람객과 대학생들이 무리 지어 두 회사 부스를 오갔다. 15일부터는 같은 전시장에서 반도체 기업 18개사와 구직자 433명이 참여하는 반도체 우수인재 채용박람회도 열린다.

올여름 메모리 업황이 정점을 지났다는 고점론이 불거지면서 반도체 위기론이 다시 거론되기도 했다. 두 회사 부스를 모두 둘러본 한 관람객은 "언론에서 위기론을 거론하지만 여기 와보니 아직 미래 기술들이 무궁무진하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한편, SEDEX 2026은 오는 16일까지 열린다. 한국반도체산업협회는 내년부터 전시회 명칭을 'K-CHIPS EXPO'로 바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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