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구려” 다카이치도 개각 후폭풍…최측근 낙마에 취임 1년 만 최대 위기

오누키 도모코 2026. 10. 14. 16:27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그 발언이 사실이라면 정말 부적절하고, 정말 구리다(ダサい).”

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 일본 총리는 지난 13일 중의원 예산위원회에서 야당 의원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그의 측근인 야나 가즈오(簗和生) 농림수산상이 과거에 뱉은 발언에 대해서다.

14일 일본 국회에서 야나 가즈오 농림수산상이 질문에 답하는 모습을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오른쪽)가 심각한 표정으로 지켜보고 있다. AFP=연합뉴스


‘ダサい(다사이)’는 세련되지 않고 촌스럽다는 뜻으로, 보통 국회와 같은 공식적인 자리에선 사용하지 않는 구어체 말이다. 이런 ‘돌발 발언’이 튀어나올 정도로 다카이치 총리는 취임 1년 만에 처음으로 궁지에 몰린 상황이다.

야나 농림수산상은 이 발언이 나온 지 하루 만에 물러났다.
다카이치 총리와 14일 저녁 면담을 가진 야나 농림수산상은 기자들에게 “(다카이치) 총리에게 사표를 제출했다”고 밝히면서 “국회 심의에 더 이상 폐를 끼칠 수 없어 스스로 결단을 내렸다”고 말했다. 지난해 10월 21일에 출범한 다카이치 정권에서 장관이 낙마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야나 농림수산상을 둘러싼 문제는 주간지 슈칸분슌 전자판이 지난달 말에 공개한 녹음 파일에서 시작됐다. 그가 지난 5월 자신의 지역구인 도치기(栃木)현에서 연 자민당 모임에서 “나스카라스야마시(那須烏山市)와 나카가와초(那珂川町)의 도로 예산은 대폭 삭감했다. 당연한 일”이라고 말했다는 것이다.

두 지자체 수장들은 지난 2월 중의원 선거에서 야나를 지지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이 지역에서 야나의 득표수는 경쟁 상대였던 무소속 후보보다 적었다. 예산 삭감이란 수단으로 자신을 지지하지 않았던 지자체와 주민들에게 복수했다는 이야기다.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오른쪽)가 지난 2월 중의원 선거에서 야나 가즈오 의원 지역구를 방문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자민당 공식 사이트 캡처

녹음 파일이 공개돼 파장을 일으키자, 야나는 지난 5일 해당 발언을 인정하고 사과하며 철회했다. 한편 도로 예산을 삭감하라고 국토교통성에 압박한 의혹은 부인했다.

문제가 된 것은 야나와 다카이치가 매우 친한 사이기 때문이다. 다카이치가 2월 중의원 선거 당시 야나의 지역구를 방문해 “나의 소중한 야나짱” “없으면 정말 큰일 난다”며 지지를 호소할 정도였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총리를 “정치적 스승”으로 여기는 것도 공통점이다.

야나는 옛 아베파 소속으로, 파벌 정치 자금 문제에 연루됐던 의원이다. 그런데도 다카이치는 그가 지난 선거에서 6선 연임에 성공하자 국민의 신임을 얻었다는 이유로 지난달 17일 개각에서 농림수산상으로 발탁했다.

지닌딜 17일 개각에서 농림수산상에 발탁된 야나 가즈오 의원이 총리관저에 들어오고 있다. EPA=연합뉴스

주간지의 첫 보도 이후에도 다카이치는 야나를 계속 기용할 생각을 밝혔었다. 하지만 지난 7일 슈칸분슌이 또 다른 의혹을 제기하면서 상황이 급격히 바뀌었다. 야나가 지난 중의원 선거 당시 지지자들을 버스에 무료로 태워 자신의 출정식 장소로 데려왔다는 문제가 불거진 것이다.

이 보도가 사실이라면 공직선거법 위반에 해당할 가능성이 있다. 야나는 버스를 제공한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유권자에게) 이익을 제공하거나 기부한 적은 없다”며 위법성은 부인했다.

하지만 다카이치는 지난 13일 국회에서 “행정을 운영해도 되는지 여부를 신중히 검토하겠다”며 야나를 경질할 가능성을 시사했다. 그걸 들은 야당 의원이 말을 바꾼 것 아니냐고 추궁하자, 그는 “새로 버스 문제가 제기됐다”며 “만약 위법성이 있다면, 나는 (해임을) 주저하지 않겠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다카이치가 위기감을 느낀 것은 참의원의 현재 구성 때문이었다. 양원제인 일본에선 참의원도 과반 확보가 중요한데 현재는 ‘여소야대’ 상태다. 또 참의원에선 각료의 사임을 요구하는 문책결의안을 제출할 수 있다. 야당은 야나가 사퇴하지 않을 경우 15일에 제출하겠다고 압박했다.

문책결의안은 과반의 찬성으로 가결된다. 가결되더라도 법적 구속력은 없어 당장 야나를 끌어내리지는 못하지만, 정권 운영에 큰 타격을 주는 효과가 있다. 가결되면 국회의 각종 심의가 지체되고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진행 중인 임시국회에서 다카이치는 숙원으로 삼아온 식료품 소비세 감세 법안의 통과를 목표로 하고 있으나, 문책결의안이 가결되면 이 계획도 무산될 가능성이 높았다.

‘야나 문제’는 이미 다카이치 정권 지지율 하락을 초래하고 있다. NHK가 지난 10~12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정권 지지율이 전달 대비 2%포인트 하락한 51%였다. 이는 지난해 10월 출범 이후 최저치다. 야나의 설명에 대해 ‘납득할 수 없다’는 응답은 78%에 달했다. ‘납득할 수 있다’는 응답은 고작 8%에 그쳤다.

특히 눈길을 끄는 점은 여당 지지층에서도 77%가 “납득할 수 없다”고 답한 것이다. 이런 상황을 반영하듯 지난 13일 국회에서도 집권 자민당 의원이 “자신을 지지해 주지 않았다는 이유로 예산을 삭감한다니 믿을 수 없다”며 이례적으로 비판했다.

도쿄=오누키 도모코 특파원 onuki.tomoko@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