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 맡겨 달라는 중국" 결국 머리가 됐다…'지프·푸조·마세라티' 명차들 파고든 中 '자율주행'[C쇼크, 벼랑 끝 K산업|자동차]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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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의 전통 자동차 브랜드 푸조와 미국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의 상징 지프 신차에 중국의 자율주행 기술이 들어간다. 해외 기술을 배우던 중국이 핵심 기술 공급자로 부상하면서 한국 자동차 산업은 가격·물량에 이어 자율주행 기술 경쟁에서도 압박받고 있다.
중국 정부도 스마트 커넥티드 신에너지차 산업 육성 계획에서 AI와 자동차의 결합, 자율주행, 차량용 운영체제와 소프트웨어를 핵심 과제로 제시했다.
중국 기술을 탑재한 차량이 늘수록 주행 데이터가 쌓여 성능 개선에도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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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멘타 기술 탑재 차량 전세계 100만대 넘어서
화웨이, 마세라티와 협력 논의…유럽 시장 확대
샤오펑은 유엔 자율주행 규제 협의체 실무진 합류
프랑스의 전통 자동차 브랜드 푸조와 미국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의 상징 지프 신차에 중국의 자율주행 기술이 들어간다. 이탈리아 고급차 브랜드 마세라티에도 화웨이 기술을 적용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저가·물량 공세로 해외 시장을 공략하던 중국이 이제는 글로벌 자동차의 '두뇌'까지 파고드는 것이다. 해외 기술을 배우던 중국이 핵심 기술 공급자로 부상하면서 한국 자동차 산업은 가격·물량에 이어 자율주행 기술 경쟁에서도 압박받고 있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중국 자율주행 기업 모멘타는 지난달 둥펑자동차와 스텔란티스그룹 등이 공동 설립한 선룽커지와 글로벌 전략적 협력 계약을 체결했다. 양 사는 모멘타의 R7 '월드 모델'을 기반으로 지능형 운전자보조시스템을 공동 개발해 푸조와 지프의 신형 양산차에 적용할 예정이다.
월드 모델은 인공지능(AI)이 현실 세계의 작동 원리를 학습해 주변 상황과 사물의 움직임을 예측하는 기술이다. 모멘타는 하나의 기반 모델로 레벨2부터 레벨4까지 다양한 주행 기술을 개발하고, 국가별 도로 환경과 교통 규칙에 대응한다는 전략이다. 완성차 업체의 제품 기획 단계부터 참여해 브랜드별 주행 특성에 맞는 시스템을 개발할 계획이다. 이번 협력으로 모멘타는 해외 완성차의 핵심 기능 개발에 참여하고, 스텔란티스의 글로벌 판매망을 통해 유럽 등으로 사업을 확대할 발판을 마련했다.

모멘타의 기술은 이미 여러 완성차 브랜드에 적용됐다. 회사의 2026년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기준 26개 완성차 업체의 105개 양산 차종, 누적 100만대 이상에 자율주행 기술을 공급했다. 이를 탑재한 차량은 10개 국가·지역으로 수출됐으며, 실제 주행 과정에서 확보한 데이터는 130억㎞를 넘었다.
메르세데스-벤츠는 2017년 모멘타에 투자한 이후 협력을 이어왔다. 최근에는 신형 GLE에 적용할 도심·고속도로 운전자보조 기술을 공동 개발했다. 차량 소프트웨어를 무선으로 업데이트해 새로운 주행 기능을 추가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모멘타는 지난 7월 독일 연방자동차교통청(KBA)으로부터 독일 전역에서 레벨4 자율주행 시험을 할 수 있는 승인을 받았다. 레벨4는 정해진 조건에서 운전자 개입 없이 차량이 스스로 달리는 수준이다. BMW·폭스바겐그룹과도 협력을 확대하며 중국에서 개발한 기술을 해외 도로에 맞춰 적용하고 있다. 사업 규모도 커졌다. 모멘타 매출은 2023년 7억4257만위안에서 지난해 24억1252만위안으로 3배 이상 늘었다.

중국 기업들은 기술 공급에 이어 국제 규제 논의에도 참여하고 있다. 샤오펑은 지난 10일 유엔유럽경제위원회(UNECE)의 차량 규정 조화 체계 아래 신설된 자율주행 시나리오 정보 교환 태스크포스(TF)의 사무총장으로 선출됐다고 밝혔다.
이 기구는 각국의 도로 환경과 운전 방식, 자율주행 차량의 안전성 시험 결과 등을 공유한다. 샤오펑은 국제자동차제조업체기구(OICA)를 대표해 프랑스·중국 공동 의장단, 각국 규제·인증기관 등과 협력한다. 기술 공급을 넘어 자율주행의 안전성을 검증하는 국제 논의에도 참여하는 셈이다.
샤오펑은 지난 7월 독일에서 자체 개발한 '튜링 AI 주행 시스템'도 시험했다. 회사는 중국과 유럽의 서로 다른 도로 환경에서 같은 AI 모델을 활용할 가능성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화웨이도 유럽 고급차 시장에 진출할 가능성이 거론된다. 중국 장화이자동차는 최근 화웨이, 스텔란티스와 3자 협력 의향을 놓고 협의하고 있다고 공식 밝혔다. 구체적인 협력 방식은 확정되지 않았으며 구속력 있는 계약도 체결되지 않았다.
시장에서는 스텔란티스 산하 마세라티에 화웨이의 첨단 운전자보조시스템과 전자·전기 아키텍처를 적용하고, 장화이차가 일부 생산을 담당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지난해 마세라티 판매량은 약 7900대로 2023년 2만7000대에서 크게 줄었다. 판매 부진에 빠진 마세라티가 중국의 스마트카 기술과 제조 역량을 활용해 전동화 전환 비용을 낮추려 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장화이차와 화웨이는 이미 중국에서 초고가 전기차를 공동 개발했다. 양사가 협력한 프리미엄 브랜드 '마에스트로'의 S800은 70만8000위안부터 시작하는 대형 세단으로, 화웨이가 디자인과 전장 시스템을 맡고 장화이차가 생산한다. 다만 마세라티 협력은 아직 논의 단계인 만큼 실제 적용 여부와 방식은 지켜봐야 한다.

중국 기술기업들이 글로벌 완성차와 협력할 수 있게 된 배경에는 빠르게 성장한 내수시장이 있다. 중국의 신에너지차 판매량은 2020년 136만7000대에서 2025년 1649만대로 약 12배 늘었다. 지난해 중국 전체 신차 판매에서 신에너지차가 차지하는 비중은 47.9%였다.
전기차와 운전자보조시스템의 확산은 중국 기업이 실제 도로에서 기술을 적용하고 데이터를 쌓을 기회를 늘렸다. 중국 정부도 스마트 커넥티드 신에너지차 산업 육성 계획에서 AI와 자동차의 결합, 자율주행, 차량용 운영체제와 소프트웨어를 핵심 과제로 제시했다.
해외 확장에는 변수도 있다. 화웨이에 대한 미국의 제재와 국가별 규제는 기술 공급과 차량 판매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자율주행 기술도 각국의 도로 환경과 법규, 안전 기준에 맞춰 검증해야 한다.
중국 기업의 글로벌 완성차 기술 공급 확대는 국내 자동차 업계에도 부담이다. 중국 기술을 탑재한 차량이 늘수록 주행 데이터가 쌓여 성능 개선에도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국내 업계는 품질·가격 경쟁에 더해 자율주행 소프트웨어 개발과 데이터 확보라는 과제까지 안게 됐다.
이승진 기자 promotion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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