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6000선마저 무너질까…증권가 “추가 투매 실익 제한적”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코스피가 이틀 새 9% 가까이 급락하면서 증시 반등 가능성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인공지능(AI) 인프라 투자 둔화 우려에 외국인 매도세까지 더해지며 낙폭을 키웠지만, 증권가에서는 반도체 기업의 실적 전망이 크게 훼손되지 않은 만큼 주가 하락이 과도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같은 발언이 AI 인프라 투자 지출 둔화와 관련 기업의 이익 전망에 대한 우려를 키웠다는 평가다.
외국인 매도세가 둔화하고 금리 변동성이 완화되는 가운데 반도체 기업의 실적 전망이 유지되는지를 확인해야 한다는 것.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반도체 실적 견조·과매도 구간 진입…반등에는 신중론도

14일 한국거래소(KRX)에 따르면 전날 코스피 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5.5% 내린 6035.00에 거래를 마쳤다. 장중 한때 5911까지 밀렸고, 코스피200 선물 급락으로 매도 사이드카가 발동했다. 지수가 200일 이동평균선을 밑돈 것은 7월 말 이후 처음이다.
외국인 매도에 AI 투자 우려까지…실적보다 수급 충격
낙폭을 키운 건 외국인이다. 외국인은 전날 유가증권시장에서 4조5000억원어치를 순매도했고, 이 가운데 약 4조3000억원이 전기·전자 업종에 집중됐다. 6거래일 연속 순매도다. 개인과 기관은 각각 2조2000억원, 1조7000억원을 순매수하며 물량을 받아냈다. 올해 들어 외국인의 코스피 누적 순매도 규모는 203조원을 넘어섰다.
외국인 매도세가 주가에 미치는 영향이 커진 것은 국내 투자자의 매수 여력이 제한된 상황과 맞물려 있다. LS증권에 따르면 개인투자자들은 2024년 7월 이후 약 195조원을 주식시장에 투입했다. 투자자금이 증시로 이동하면서 가계와 비영리단체의 유동성 자산은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다운 LS증권 연구원은 “급락의 배경은 수급 취약성의 현실화”라며 “국내 기관 투자자든, 개인 투자자든 매수 여력이 제한적인 상황에서 외국인의 순매도가 가격의 변동 폭을 확대하는 양상”이라고 설명했다.
외국인 매도를 촉발한 요인으로는 AI 인프라 투자에 대한 불확실성이 꼽힌다. 중국 메모리 반도체 기업 CXMT의 신규 칩 개발 소식에 이어 브로드컴과 인텔 최고경영자(CEO)의 자금조달 관련 발언이 투자심리를 위축시켰다는 것이다.
특히 혹 탄 브로드컴 CEO는 AI 인프라 초과수요가 향후 2~3년 지속될 수 있지만 반도체 공급보다 자본과 자본조달 비용이 더 큰 제약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이 같은 발언이 AI 인프라 투자 지출 둔화와 관련 기업의 이익 전망에 대한 우려를 키웠다는 평가다.
황수욱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AI 인프라 투자가 본격적으로 레버리지 사이클에 진입했기 때문에 레버리지 투자 둔화가 주식시장 추세에 가장 치명적인 요소 중 하나일 것”이라고 진단했다.
실제 AI 관련 자금조달 시장에서도 둔화 조짐이 나타났다. 파이낸셜타임스(FT) 보도에 따르면 글로벌 AI 관련 신규 부채 조달 규모는 지난 6월 1130억달러에서 9월 230억달러로 약 80% 감소했다. 다만 빅테크 기업들의 AI 설비투자 전망은 여전히 상향되고 있으며, 브로드컴과 인텔 CEO도 실제 자금 부족이나 자금조달 한계에 도달했다고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다.
증권가에선 이 같은 우려가 반도체 기업의 실적 전망 악화로 이어졌다고 판단하기는 이르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삼성전자가 사상 최대 분기 실적을 기록하고 SK하이닉스의 이익 전망도 상향되는 상황에서 주가는 오히려 급락했기 때문이다.
특히 반도체 수출 지표가 그 근거다. 지난 9월 국내 메모리 반도체 수출 단가는 전월 대비 10.7% 하락했지만 수출 중량은 27.2% 증가했다. 이에 따라 전체 수출 금액은 오히려 13.5% 늘었다.
양일우 삼성증권 글로벌투자전략팀장은 “시장이 수출 단가 하락에 주목할 때, 수요의 가격 탄력성과 전체 수출 금액에 주목해야 할 필요가 있다”며 “전월 대비 수출액 13.5% 증가는 최종 수요가 매우 견고함을 보여주는 것으로 해석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설명했다.
과매도 진입에 반등 기대…외국인 복귀·실적 확인 관건
지난 이틀간의 급락으로 코스피가 과매도 구간에 진입하면서 기술적 반등 가능성이 커졌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이재원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최소한 기술적 반등을 기대할 수 있는 가격 영역에 진입했다는 판단”이라며 “현재 하락을 업황 훼손으로 해석할 근거는 부족하다”고 분석했다. 코스피의 전일기준 상대강도지수(RSI)는 29까지 하락했다. RSI는 주가 상승과 하락의 강도를 나타내는 지표로 통상 30 이하를 과매도 구간으로 본다.
반도체 대형주의 밸류에이션 부담도 크게 낮아졌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12개월 선행 주가순자산비율(PBR)은 각각 1.48배, 1.61배로 하락했다. 24개월 선행 PBR은 두 기업 모두 1배 수준에 근접했다.
정다운 연구원은 “코스피 5000선에서는 분할매수 관점 접근이 유효하다”고 판단했다. 코스피 6000선의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은 4.58배로, 장기 평균 수준인 10배와 비교하면 크게 낮아진 상태다.
양일우 팀장도 기업 이익 전망 둔화와 자사주 매입 종료에 따른 수급 공백 우려가 시장에 과도하게 반영됐을 가능성에 주목했다. 지정학적 추가 악재가 없다는 전제 아래 10월 말로 갈수록 증시가 안정을 찾을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기술적 반등이 본격적인 상승 추세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외국인 수급 안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김석환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200일선 이탈에 따른 매물 부담까지 누적되면 기술적 반등이 나타나더라도 추세 회복까지는 시간이 필요할 수 있다”고 봤다. 이어 “좋은 실적은 하락의 하단을 만들 수 있지만, 새로운 매수 주체가 없으면 상승추세를 만들기는 어렵다”고 덧붙였다.
김 연구원은 외국인 매도 강도의 변화와 미국 장기금리 안정, 삼성전자·SK하이닉스의 2027년 이익 추정치 유지 여부를 반등의 주요 변수로 꼽았다. 외국인 매도세가 둔화하고 금리 변동성이 완화되는 가운데 반도체 기업의 실적 전망이 유지되는지를 확인해야 한다는 것.
AI 인프라 투자에 대한 우려가 해소되는지도 관건이다. 황수욱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10월 말 본격적인 실적 시즌에서 우려를 확인하기 전까지는 트레이딩 관점에서 시장을 접근하는 보수적 대응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재원 연구원은 “중요한 것은 외국인의 매도 동기보다 향후 매도 강도 변화와 2027~2028년 이익추정치의 유지 여부”라며 “결국 지금은 반도체 비중을 줄일 구간보다 기술적 반등을 준비할 구간”이라고 강조했다.
Copyright © 쿠키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