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의 뿔’에서도 사우디 vs UAE 대리전?…홍해 위기 더 커지나

에티오피아 북부 티그라이 지역에서 티그라이인민해방전선(TPLF) 등 무장세력과 정부군의 교전이 이어지는 가운데 에티오피아가 이웃 국가 에리트레아를 무장세력 배후로 지목하면서 양국 간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여기에 아프리카에서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UAE)의 경쟁까지 맞물리면서 양국 간 갈등이 역내 분쟁으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2일(현지시간) A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에티오피아는 지난 9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보낸 서한에서 “에리트레아군이 국경을 넘어 자국 북부 지역으로 최대 60㎞ 진격해 일부 지역을 점령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유엔 헌장 51조에 따른 자위권 행사 가능성을 시사했다. 그러자 에리트레아 정부는 에티오피아가 사실상 선전포고를 했다며 유엔에 대응을 촉구했다. “에티오피아가 무력을 동원해 홍해 접근권을 확보하려 한다”(오스만 살레 에리트레아 외무장관)는 비판이다.

티그라이는 에티오피아의 대표적인 분쟁 지역이다. 2020~2022년 정부군과 TPLF 간 내전으로 약 60만 명이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2022년 평화협정 체결로 대규모 교전은 잦아들었지만, 무장세력 간 갈등은 여전히 해소되지 않았다. 에티오피아 정부군과 친정부 무장조직은 최근 티그라이에서 공세를 강화하며 TPLF가 장악했던 주요 거점을 잇달아 탈환한 상태다. 이런 와중에 에티오피아가 에리트레아를 무장세력 배후로 지목한 것이다.
에티오피아와 에리트레아는 티그라이 내전 당시 반군에 맞서 협력했지만 2022년 평화협정 체결 이후 관계가 악화했다. 내륙국인 에티오피아가 홍해에 대한 직접 접근권 확보를 추진하면서 홍해 연안국인 에리트레아와의 갈등이 깊어졌다. 지난 5일 아비 아머드 에티오피아 총리는 “에티오피아가 바다로 나아갈 통로를 확보할 수 있도록 부단히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4일 에리트레아·이집트·수단·소말리아 등 주변국들이 “홍해에 대한 책임은 연안국에 있다”고 선언했지만 해상 접근권 확보 의지를 거듭 강조한 것이다.

문제는 양국 간 갈등이 ‘아프리카의 뿔’에서 영향력 확대를 꾀하는 사우디와 UAE의 경쟁과도 맞물려 있다는 점이다. 아프리카의 뿔은 아덴만과 홍해 남부에 접한 동아프리카 지역으로 코뿔소의 뿔처럼 바다 쪽으로 돌출한 지형에서 이름이 유래했다. 에티오피아와 소말리아, 지부티 등이 속해 있으며 홍해와 인도양을 잇는 주요 해상 교통로를 끼고 있어 전략적 가치가 크다.
UAE는 최근 수년간 대규모 투자와 외교 활동, 군사 지원 등을 통해 해당 지역에서 영향력을 확대해왔다. 소말리아에서 독립을 선언한 소말릴란드와 준자치 지역인 푼틀란드와도 협력 관계를 구축했다. 이들 지역은 에티오피아가 홍해로 이어지는 해상 통로를 확보하는 과정에서 전략적 거점이 될 수 있다.
사우디는 UAE의 영향력 확대를 자국 안보에 대한 잠재적 위협으로 보고, 에티오피아와 대립하는 에리트레아를 비롯해 이집트, 수단 군부 등과 동맹 관계를 구축해왔다. 로이터통신은 “에티오피아 티그라이에서 재개된 교전이 역내 분쟁으로 확산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라고 짚었다.
이에 따라, 사우디와 친이란 예멘 후티 반군과의 싸움에 휘말린 홍해가 더욱 위험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에티오피아와 에리트레아 충돌에 외국 세력들이 전략적 거점 확보를 위해 소말리아 내 자치 지역들과 협력을 강화하면서 소말리아의 분열이 심화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후티 반군은 현재 사우디 수도 리야드의 국제공항을 직접 타격하는 등 공격 범위를 확대하고 있다.
전민구 기자 jeon.ming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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