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억 벽’ 뚫리면 표심 뒤집힌다…민주당 ‘정비사업 딜레마’

“부동산 투기 공화국 탈출 약속을 반드시 지킬 것” (이재명 대통령, 5일 엑스)
“정신 승리를 거듭한다고 정책 결과가 달라지지 않는다. 부동산 지옥만 길어질 뿐” (오세훈 서울시장, 6일 페이스북)
주택 공급 등 수도권 부동산 정책을 둘러싼 이재명 대통령과 오세훈 서울시장의 신경전이 올해 들어 거듭 이어지고 있다. 표면적으로는 주택 공급 해법을 둘러싼 충돌이지만, 물밑에선 치솟는 집값과 대규모 정비사업이 가져올 수도권 표심 재편을 둘러싼 정치적 셈법이 팽팽하게 충돌하는 모양새다.
두 사람은 지난 8월 18일 이 대통령 주재 국무회의에서도 충돌했다. 당시 오 시장은 “재개발·재건축 속도를 더 높일 수 있도록 막혀 있는 규제부터 풀어달라”고 요청했고, 이 대통령은 “공급을 늘리자는 것이지 집값을 폭등시킬 가능성을 높여서는 안 된다”고 맞받으며 규제 완화에 선을 그었다.

청와대와 서울시가 대립각을 세우는 배경엔 치솟는 ‘서울 집값’이 자리 잡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매매가는 지난해 2월 첫 주부터 87주 연속 상승(누적 상승률 17.73%)했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최근 5년 새 평균 아파트 매매가가 15억원을 넘는 자치구는 기존 5곳(강남·서초·송파·용산·광진)에 8곳(성동·마포·양천·영등포·강동·동작·중구·종로)이 추가되면서, 서울 전체 25개 자치구 중 절반 이상인 13곳으로 늘어났다. 지난 9일 발표된 한국갤럽 조사(6~8일 성인 1000명)에 따르면, 이 대통령의 긍정 평가는 37%로 최저치를 기록한 3주 전과 같았다. 반면 부정 평가는 51%에 달했는데, 부정 평가 이유 1위가 ‘부동산 정책’(18%)이었다.
집권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속내는 복잡할 수밖에 없다. 수도권 전체 122석 중 97석을 차지하고 있는 민주당은 빗발치는 정비사업 요구를 마냥 외면할 수 없지만, 선뜻 대규모 재건축·재개발의 판을 깔아주는 건 정치적으로 부담스러운 일이다. 대규모 정비사업이 진행되면 기존 지지층인 원주민은 뿔뿔이 흩어지지만, 신축 고가 단지에는 고자산층 3040세대가 유입돼 기존 ‘표밭’이 뒤집힐 수 있다는 게 경험칙과 통계로 확인되고 있기 때문이다.
수도권의 한 재선 의원은 “정비사업으로 3040세대가 들어오면 민주당에 유리하다는 건 옛말”이라며 “아파트가 15억원을 넘어가면 1주택자 비과세 기준(실거래가 12억원)을 초과해 양도세 과세 대상이 되고, 17~18억원대가 되면 종부세 기본공제한도(공시지가 12억원)를 넘겨 세금 압박을 체감하게 돼 정부 정책에 반감을 느끼게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부동산 전쟁의 최대 분수령은 국정감사 이후 본격화될 ‘세제 개편안’ 논의는 민주당에겐 2028년 총선의 판세를 가름할 큰 시험대다. 수도권 표심 이탈을 경계하는 민주당 내부에서도 징벌적 규제 일변도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 수도권 중진 의원은 “서울 부동산 민심과 이해관계를 정교하게 고려하면서, 시장에 신뢰를 주는 정책을 펼쳐야 한다”고 말했다. 민주당 지도부 관계자는 “정부의 세제 개편 기조가 자산불평등 완화 등 명분이 있지만, 수도권 표심을 생각하면 당이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는 딜레마 상황”이라며 “서울 유권자의 욕망을 인정하면서 정책과 표심 문제를 풀어가야 한다”고 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집값 폭등과 공급 부족을 비판하면서도 표정 관리에 신경쓰는 중이다. 수도권 초선 의원은 “대규모 정비사업이 진행될수록 좋지만, 정부가 정비사업에 지지부진해도 공급 부족 책임론을 제기할 수 있어 어느 쪽이든 이득”이라고 했다. 한 수도권 중진 의원은 “동네 재개발 이후 여론이 확연히 달라졌다. 원주민들 역시 아파트 가치가 상승하면서 보수세가 강해졌다”고 전했다.
류효림·박준규 기자 ryu.hyor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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