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항은 군사시설인가, 민간인의 삶터인가'…전쟁의 오래된 딜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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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에 남다른 애착을 가진 '히스토리텔러'입니다.
사우디아라비아가 예멘에서 군사작전을 확대하는 가운데 후티 반군은 사우디의 공항과 석유시설 등을 겨냥하며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이처럼 민간의 일상과 군사적 기능이 맞닿아 있다는 점은, 공항을 둘러싼 전쟁의 위험을 키운다.
공항은 전투력을 직접 뒷받침하는 기반시설이라는 점에서 군사적 가치가 높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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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에 남다른 애착을 가진 '히스토리텔러'입니다. 국내와 해외의 주요 역사 이야기를 재미있게 전달해 드리겠습니다. <기자말>
[최경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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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공항은 민간의 일상과 군사적 기능이 맞닿아 있다. 이러한 점은 공항을 둘러싼 전쟁의 위험을 키운다. |
| ⓒ AI 생성이미지 |
이번 공격은 예멘 내전의 연장선에 있지만, 그 파장은 두 세력 사이의 군사적 충돌에 머물지 않는다. 사우디아라비아가 예멘에서 군사작전을 확대하는 가운데 후티 반군은 사우디의 공항과 석유시설 등을 겨냥하며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민간 항공과 에너지 공급망이 동시에 위협받으면서, 중동의 안보 불안이 국제 항공과 경제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공격 표적이 된 공항은 본래 전쟁과 거리가 먼 일상의 공간으로 인식된다. 여행객은 비행기를 기다리고, 노동자는 출근하며, 가족들은 오랜만의 만남을 준비한다. 하지만 공항은 항공기와 연료, 통신·관제시설, 물류망이 결합된 국가의 핵심 기반시설이기도 하다. 전시에는 군 병력과 장비를 이동시키는 통로가 될 수 있고, 국가의 경제활동과 국제적 연결성을 상징하는 장소이기도 하다.
이처럼 민간의 일상과 군사적 기능이 맞닿아 있다는 점은, 공항을 둘러싼 전쟁의 위험을 키운다. 공격하는 쪽에서는 공항을 타격함으로써 군사적 이동을 방해하거나 상대국에 경제적·심리적 압박을 가할 수 있다고 판단한다. 그러나 그 결과는 군사 시설의 파괴에 그치지 않는다. 항공편 취소와 우회, 여객 수송 중단, 물류 차질은 물론 공항을 이용하던 민간인의 희생으로 이어질 수 있다.
비행기가 전쟁 무기로, '전략폭격'의 시대
공항이 전쟁의 표적이 된 것은 최근의 일이 아니다. 항공기가 군사적 수단으로 활용되기 시작한 20세기 초부터 공항과 활주로, 항공기지의 전략적 가치는 커졌다. 제1차 세계대전 당시 비행기는 정찰과 적군의 움직임을 파악하는 수단으로 활용되기 시작했고, 점차 폭격과 공중전에도 투입됐다. 하늘은 더 이상 전쟁터를 내려다보는 관측 공간에 머물지 않았다. 적의 후방과 보급시설, 산업기반을 공격할 수 있는 새로운 전장이 됐다.
항공기의 발전은 전쟁의 공간적 범위도 바꿨다. 과거 지상군의 진격과 포병의 사정거리가 전투의 범위를 좌우했다면, 항공기는 전선 너머의 도시와 산업시설까지 공격할 가능성을 열었다. 전쟁을 수행하는 군대 뿐 아니라 전쟁을 뒷받침하는 사회 전체가 공격의 영향권에 들어온 것이다.
이러한 변화는 제2차 세계대전에서 극적으로 나타났다. 독일과 영국은 서로의 도시와 산업시설을 겨냥한 대규모 공습을 벌였다. 유럽과 아시아의 여러 도시도 폭격으로 파괴됐다. 전쟁 수행 능력을 약화한다는 명분 아래 군수공장과 교통망 뿐 아니라 민간인의 생활 공간까지 공격의 영향을 받았다.
당시 공항과 항공기지는 중요한 군사 목표였다. 전투기를 운용하고 병력과 물자를 수송하는 데 필수적인 시설이었기 때문이다. 활주로와 격납고, 연료 저장시설을 파괴하면 상대의 공중작전 능력을 약화할 수 있었다. 공항은 전투력을 직접 뒷받침하는 기반시설이라는 점에서 군사적 가치가 높았다.
그러나 군사적 가치가 있다는 사실만으로 모든 공항에 대한 공격이 정당화되는 것은 아니다. 군용 항공기 운용에 쓰이는 공군기지와 민간 여객을 중심으로 운영되는 국제공항은 기능과 상황에 따라 구분해야 한다. 민간공항이 군사작전에 실질적으로 기여하는 방식으로 사용되는 경우에도, 공격의 적법성은 구체적인 상황과 국제인도법의 요건을 따져야 한다.
공항은 군사시설인가, 민간시설인가
전쟁에서 민간시설을 어디까지 공격할 수 있는지는 국제인도법의 핵심 쟁점 가운데 하나다. 국제인도법은 전투원과 민간인, 군사 목표물과 민간 물자를 구별해야 한다는 원칙을 두고 있다. 민간인과 민간 물자를 직접 공격하는 행위는 금지되며, 군사 목표물을 공격하는 경우에도 민간인 피해가 예상되는 정도와 구체적·직접적인 군사적 이익을 비교해 비례성 원칙을 지켜야 한다. 공격 과정에서 민간인 피해를 줄이기 위한 실현 가능한 예방조치도 취해야 한다.
국제인도법상 어떤 시설이 군사 목표물에 해당하려면 그 시설의 성격이나 위치, 목적 또는 사용이 군사행동에 실질적으로 기여해야 한다. 또한 그 시설을 파괴하거나 무력화했을 때 구체적인 군사적 이익이 발생해야 한다. 이 요건을 충족하더라도 민간인 피해가 과도하게 예상되는 공격은 금지될 수 있으며, 공격자는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
문제는 현대의 기반시설이 여러 기능을 동시에 수행한다는 데 있다. 공항은 민간 여객과 화물의 이동을 담당하면서도 비상시 군용기의 이착륙이나 군수물자 수송에 활용될 수 있다. 다만 군사적 이용 가능성이 있다는 사실만으로 민간공항 전체가 자동으로 군사 목표물로 바뀌는 것은 아니다. 실제 사용과 구체적인 상황을 따져야 한다.
공항 공격의 피해는 시설 내부에만 머물지 않는다. 공항이 폐쇄되면 여행객과 항공사 뿐 아니라 관광업, 무역, 물류, 의료 목적의 이동까지 영향을 받는다. 중동처럼 항공과 해상 물류가 국제경제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지역에서는, 공항에 대한 공격이 국가 간 갈등을 넘어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을 키울 수 있다. 리야드 공항 피격은 이 같은 문제를 다시 드러냈다.
민간인 생명과 일상 수호가 핵심
공항의 역사는 항공기술의 발전만을 나타내는 것이 아니다. 전쟁의 범위가 넓어지고 공격 수단이 정교해지는 가운데 민간인의 일상과 군사적 목표가 얼마나 쉽게 충돌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역사이기도 하다.
전쟁에서 모든 기반시설을 안전지대로 만들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군사적 필요를 이유로 민간인의 생명과 안전에 대한 고려를 지워버릴 수도 없다. 국제인도법이 군사 목표물의 정의와 비례성, 민간인 보호를 강조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공항은 전쟁을 수행하는 군대가 이용할 수 있는 시설인 동시에 사람들이 가족을 만나고 일터로 향하며 국경을 넘어 삶을 이어가는 공간이다. 활주로를 파괴하는 데 성공했다고 해서 전쟁의 목적이 달성되는 것은 아니다. 그곳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안전을 지키지 못한다면, 군사적 성과의 이면에는 또 다른 대가가 남는다.
전쟁의 역사는 하늘을 지배하려는 경쟁이 거듭될수록 민간인을 보호하기 위한 규범 역시 필요해졌음을 보여준다. 공항이 다시 전쟁터가 된 오늘, 중요한 질문은 단순히 어느 쪽이 더 강한 무기를 보유했느냐가 아니다. 군사적 충돌이 확대되는 순간에도 민간인의 생명과 일상을 어디까지 지켜낼 수 있느냐는 질문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최경식 시민기자의 개인 브런치와 블로그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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