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인교의 트레이드 오프]美·中 관세 휴전 두 달 연장…트럼프는 무엇을 얻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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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0월 부산, 올해 5월 베이징에 이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시진핑 중국 주석을 워싱턴으로 초청해 세 번째 정상회담을 했다. '협상의 달인'을 자처하며 힘의 우위로 상대를 압박해 온 트럼프 대통령이 세 차례 회담에서 얻으려 한 것은 과연 무엇이었나.
동맹국 캐나다에는 50% 관세를 들이대던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의 핵심 광물 카드 앞에서는 저자세로 대화에 매달렸다는 비판이 초당적으로 나오는 이유다.
다만 트럼프가 이 과정을 치밀하게 설계했다기보다, 중국의 대응과 미국의 경제적 필요에 따라 목표와 수단을 조정해 왔다고 보는 편이 정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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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대응 시간 벌어줬다는 비판 직면
중간선거 이후 대형 담판 앞두고
시한부 숨고르기 해석
지난해 10월 부산, 올해 5월 베이징에 이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시진핑 중국 주석을 워싱턴으로 초청해 세 번째 정상회담을 했다. 앞선 두 차례 회담 모두 어느 한쪽의 구상대로 흘러가지 않았는데도, 또다시 판을 벌인 이유는 무엇일까. '협상의 달인'을 자처하며 힘의 우위로 상대를 압박해 온 트럼프 대통령이 세 차례 회담에서 얻으려 한 것은 과연 무엇이었나.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에도 결과를 그럴듯하게 포장해 발표했지만, 워싱턴 현지의 평가는 냉소적이다. 대중(對中) 매파는 물론이고 정가와 언론도 '판정패이자 자해적 후퇴' '약점을 간파당한 쇼맨십'이라고 혹평한다. 트럼프 대통령의 블러핑이 시진핑의 실질적 보복 능력 앞에서 한계를 드러냈고, 약한 상대만 골라 때리는 '펀칭 다운(punching down)' 전술도, '거래의 달인'이라는 프레임도 무너졌다는 것이 골자다. 미국은 얻은 것 없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게 대응할 시간만 벌어준 불평등한 미봉책이라는 지적도 따른다.
가장 눈에 띄는 결과는 본래 11월10일 만료될 예정이던 '무역 휴전'을 내년 1월10일까지로 고작 두 달 연장했다는 점이다. 고율 관세라는 최대 압박 카드를 쥐고도 농산물 구매 불이행과 희토류 통제는 풀지 못했고, 대만 무기 판매 패키지는 여전히 동결돼 있다. 동맹국 캐나다에는 50% 관세를 들이대던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의 핵심 광물 카드 앞에서는 저자세로 대화에 매달렸다는 비판이 초당적으로 나오는 이유다.
트럼프 대통령의 압박이 먹히지 않은 첫째 이유는 중국의 맞대응 능력이다. 중국은 미국의 첨단 반도체·인공지능(AI) 제재와 관세, 엔티티 리스트 추가에 맞서 보복형 수출통제, 독자 제재의 법제화, 핵심 자원의 무기화로 대응 수단을 차곡차곡 쌓아 왔다. 베이징 회담 직후인 지난 6월8일 미 국방부가 알리바바·바이두·비야디(BYD) 등을 중국 군사기업 명단(1260H)에 올리자, 중국은 6월22일 MP머티리얼즈 등 미국 방위산업 관련 기업 10곳을 수출통제 명단에 올리고 이중용도 품목 수출을 막았다. 이어 8월에 미국이 통신·인증·드론 분야 규제를 강화하고 위구르 강제노동방지법 명단에 중국 기업 40여곳을 추가하자, 중국은 미국 기업 7곳의 사업을 제한하고 드론 수출 심사를 강화했으며 미국 인증기관 이용도 중단했다. 중국의 반격 수단이 핵심 광물을 넘어 사업·인증·기술제품으로 넓어진 것이다.
둘째는 의제의 비대칭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정상회담을 구조적 문제를 푸는 신중한 외교 과정이 아니라, 언론에 과시할 농산물·보잉 구매 약속이나 관세 유예 같은 가시적 '딜'을 따내는 단기 실리의 장으로 여겼다. 반면 시진핑은 일방적 양보를 거부하고, 이른바 '신형대국관계'로 표현되는 대등한 강대국 관계를 공식화하며 양국 긴장을 관리 가능한 구조로 묶어 두는 전략적 안정에 집중했다. 목표가 다르니, 트럼프 대통령이 아무리 압박해도 시 주석은 시간을 끌며 동등한 지위를 요구했고 회담마다 실속이 없다는 평가가 되풀이됐다.
셋째는 자국 내 정치 상황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스스로 판을 흔들어 불확실성을 키운 뒤, 궁지에 몰리면 '극적인 정상회담'으로 국면을 뒤집는 전술을 반복해 왔다. 이란 전쟁의 장기화와 고물가로 지지율이 30%대까지 떨어지고 40조달러에 이르는 국가부채 부담까지 겹치자 국가 전략보다 한 달 앞으로 다가온 중간선거가 급했다. 관세와 수출통제로 제조업계와 빅테크(대형 정보기술 기업)의 비명이 커지자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 등 빅테크 기업인들을 만찬에 대거 불러 시장을 안심시키려 했지만, 반응은 신통치 않았고, 농민과 기업의 표심을 다독이는 데도 별 도움이 되지 못했다.
중국과의 관계를 관리하고 있다는 모습은 보여줬을지 몰라도, 그것이 미국의 전략적 성과인지는 별개의 문제다. 핵심 광물 공급망, 기술 우위, 대만 안보, 무역 합의 이행에서 중국의 행동을 바꿨는가가 진짜 평가 기준이기 때문이다. 반면 시 주석은 워싱턴D.C. 방문으로 미국의 압박에 굴하지 않는 대등한 G2라는 메시지를 안팎에 분명히 전했다.

그렇다고 이번 회담을 실패로만 볼 수는 없다. 미국은 중국의 희토류와 농산물 시장, 제조업 수요가 필요하고 중국은 미국의 시장·기술·금융과 단절하는 비용을 감당하기 어렵다. 양국 모두 압박 수단을 쥔 채 그 수단이 자국 경제에 미치는 비용을 관리해야 하는 역설 속에서, 정상회담은 큰 합의보다 감당하기 어려운 충돌을 늦추는 장치로 기능한다. 미국은 경쟁을 멈춘 것이 아니라 정상외교로 경쟁을 관리하고 있는 셈이다. 다만 트럼프가 이 과정을 치밀하게 설계했다기보다, 중국의 대응과 미국의 경제적 필요에 따라 목표와 수단을 조정해 왔다고 보는 편이 정확하다.
그렇다면 휴전의 두 달 연장은 미국의 협상력이 강하다는 뜻일까, 약하다는 뜻일까. 답은 양면적이다. 장기 휴전을 확정하지 않음으로써 미국은 관세 재부과라는 지렛대를 계속 쥐게 됐다. 중국은 1년 이상의 장기 휴전을 원했지만, 트럼프는 중국의 약속 이행이 불충분하다는 점을 들어, 그리고 판을 중간선거 이후로 미루고 중국이 내민 '빅딜'의 실속을 검증하기 위해 이를 거절했다. 그러나 중국의 희토류와 핵심 광물에 대한 의존 때문에 미국도 갈등을 무한정 키울 수는 없었다. 짧은 휴전은 미국의 협상력을 과시하는 조치인 동시에, 장기 합의를 확정할 만큼 유리한 조건을 확보하지 못했다는 신호이기도 하다.
결국 내년 1월10일까지의 두 달의 관세 휴전 연장은 평화가 아니라 유예다. 부산에서 시작된 휴전이 베이징과 워싱턴D.C.를 거치고도 핵심 현안을 풀지 못했다는 사실은 미국의 협상 목표와 실제 성과 사이의 간극을 보여준다. 양국이 장기적인 무역 질서에 합의하지 못한 채 갈등의 재발을 막고 협상을 이어가기 위해 택한 임시 조치일 뿐이다. 이 두 달은 중간선거 이후 벌어질 진짜 대형 담판을 앞두고 양국이 칼을 겨눈 채 갖는 아슬아슬한 시한부 숨 고르기다.

정인교 인하대 국제통상학부 교수·전 통상교섭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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