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팀보다 위대한 기록은 없다”…장성우의 다그침과 최원준의 눈물

고봉준 2026. 10. 12. 09:45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KT 최원준(오른쪽)이 11일 대구 삼성전 도중 장성우와 대화하면서 눈물을 훔치고 있다. 올 시즌 최다안타왕을 노리는 최원준은 3회 볼넷을 기록하자 불만을 표출하며 방망이를 내던졌다. 사진 MBC스포츠플러스 중계화면 캡처

“팀보다 위대한 기록은 없다. 한국시리즈를 앞두고 좋은 약이 됐기를 바란다.”

프로야구 KT 위즈의 주장 장성우는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다. 자칫 ‘오만’으로 비칠 수 있는 후배의 그릇된 행동. 고참은 바로 선수들을 불러 모아 크게 호통 쳤다. 그렇게 분위기는 다잡아졌고, 후배는 자책과 후회가 섞인 눈물을 쏟으며 자신의 행동을 반성했다.

논란의 장면은 지난 11일 대구 삼성 라이온즈전에서 나왔다. 3회초 KT의 공격. 삼성 선발투수 아리엘 후라도를 상대한 최원준은 볼이 많아지자 표정이 일그러지기 시작했다. 이어 볼넷으로 걸어 나가게 되자 타석에서 방망이를 내던졌다. 또, 볼보이 앞에선 자신의 보호장비를 거칠게 벗어던지기까지 한다.

최원준은 올 시즌 프로야구가 재발견한 보물이다. 개막 초반부터 타율 4할대의 맹타를 휘둘렀고, 지난 6일에는 가장 먼저 200안타 고지를 밟아 최고 교타자로 자리매김했다. 또, 나란히 200안타를 돌파한 롯데 자이언츠 빅터 레이예스와 치열한 최다안타왕 경쟁을 벌이며 팬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하고 있다.

그러나 최원준은 이날 삼성전에서의 행동으로 많은 지탄을 받았다. 안타 하나가 소중한 상황임은 모두가 알고 있지만, 안타가 아닌 볼넷을 기록했다고 해서 방망이를 내팽개치는 장면은 볼썽사납게까지 느껴졌다. 앞서 2회 KT 공격에서 스퀴즈 번트가 나와 후라도가 언짢은 표정을 짓고 후속타자에게 빈볼성 투구를 하기는 했지만, 최원준의 행동은 이와 상관없이 도를 넘었다는 비판이 뒤따랐다.

그라운드 분위기 역시 일순간 얼어붙었다. 누군가의 수습이 필요한 상황. 가장 먼저 움직인 이는 KT 주장 장성우였다. 벤치에서 이를 지켜보던 장성우는 이닝 교대 시간 선수들을 소집했다. 이 자리에서 “개인 기록 챙기러 나왔느냐”며 크게 호통 쳤다. 사실상 최원준을 향한 메시지였다.

올 시즌 최다안타왕을 노리는 KT 최원준이 11일 대구 삼성전 도중 볼넷을 얻자 방망이를 내던지고 있다. 사진 MBC스포츠플러스 중계화면 캡처

경기 후 전화로 만난 장성우는 “개인 기록은 물론 중요하다. 그러나 기록을 위해 그런 식으로 개인감정을 드러내면 선수단에는 바로 좋지 않은 영향이 온다”고 했다. 이어 “페넌트레이스 우승을 확정한 날 ‘기분은 오늘까지만 내고 남은 경기도 충실히 하자’고 이야기했다. 결국 한국시리즈까지 우승해야 이 모든 것이 의미 있는 만큼 잘 마무리 짓자고 다독였다. 그런데 경기 도중 그런 장면이 나와서 바로 선수들을 불러 분위기를 다잡았다”고 덧붙였다.

장성우는 올 시즌 허리와 옆구리 부상으로 많은 경기를 뛰지 못했다. 비록 선수로서의 몫은 다하지 못하고 있지만, 리더로서의 임무는 충실히 수행 중이다. 후배들이 나태한 행동을 할 때면 따끔하게 다그치고, 어려움을 겪는 후배들에겐 따뜻한 위로를 건네기도 한다. 지난 5월에는 신인 내야수 이강민이 수비 실수를 하고 눈물을 쏟자 옆으로 다가가 어깨를 토닥였다.

이날 역시 비슷한 상황이 연출됐다. 최원준의 두 눈이 벌겋게 달아올랐다. 경기 막판 장성우와 대화를 나누면서였다. 장성우는 “본인도 왜 아쉽지 않겠나. 1년 동안 열심히 달려와 목표 눈앞까지 왔는데 타이틀 경쟁이 녹록하지 않은 상황이다. 그런 행동이 나온 배경을 이해 못 하는 바는 아니다. 그러나 팀보다 위대한 기록은 없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한편 최원준은 이날 경기가 끝나고 삼성 베테랑 포수 강민호에게 직접 사과의 뜻을 전달했다고 한다. 또, 마음의 상처를 받았을 볼보이에게도 사과했다. 장성우는 “감사하게도 (강)민호 형이 잘 이해해주셨다. 오늘 일이 한국시리즈를 앞둔 우리에게 좋은 약이 됐기를 바랄 뿐이다”고 했다.

고봉준 기자 ko.bongjun@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