둔촌1동 ‘국힘 요새’로 변했다…재건축·재개발 70%가 우클릭

“민주당은 항상 재개발ㆍ재건축에 적대적이었다. 그 지역이 민주당 지지세에서 국민의힘 지지세로 바뀐다는 잘못된 판단을 하고 있어서 그렇다.” (5월 14일 신문방송편집인협회 포럼, 오세훈 서울시장)
대규모 재건축ㆍ재개발이 완료된 지역의 정치 성향이 보수화된다는 속설은 ‘잘못된 판단’일까. 중앙일보와 한국정당학회(이하 연구팀)가 함께 지난 10년 새 수도권 대규모 재개발ㆍ재건축이 완료된 10개 행정동의 표심 변화를 분석한 결과, 4000세대 이상 새 아파트가 들어선 10곳 중 7곳에서 보수화 경향이 뚜렷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재건축ㆍ재개발이 특정 선거구의 표심을 좌우하는 강력한 정치적 변수라는 점이 확인된 것이다.
연구팀은 인구 변동이 시작된 이주 개시 전의 마지막 선거와 새 아파트 입주 완료 이후 첫 선거에서 해당 행정동의 표심이 어떻게 달라졌는지 추적했다. 각 선거의 득표 결과에서 해당 행정동의 보수 우위 정도와 전체 자치구(또는 시)의 보수 우위 정도를 비교해 ‘정권 심판론’ 등 바람의 영향을 걷어내고 재개발ㆍ재건축의 영향을 확인했다.

서울 강동구 둔촌1동(올림픽파크포레온)은 보수화가 가장 뚜렷한 지역이다. 1만 2032세대의 새 아파트를 짓는 둔촌주공 재건축은 2017년 7월부터 기존 주민들의 이주가 시작돼 2024년 11월 마무리됐다. 지난해 대선 당시 둔촌1동에서 김문수 후보(53.5%)는 이재명 후보(33.7%)를 크게 앞섰다.
이주 전인 2017년 이 지역에서 보수는 구 전체에 비해 6.5%포인트 우위였지만 지난해 그 폭이 23%포인트로 벌어져 ‘보수의 요새’가 됐다. 조원빈(성균관대 정치외교학) 한국정당학회장은 “비상계엄과 탄핵에 이어진 대선에서 이 정도 격차를 보였다는 것은 이 지역의 보수 우위 현상이 구조화 단계에 들어섰을 가능성을 보여준 것”이라고 말했다. 고덕2동, 상일1동 등 정비사업이 이어진 인근 신축 단지들에서도 표심의 보수화 현상이 뚜렷했다.
서울 동대문구 이문1동에서도 보수화 현상이 확연했다. 이문1ㆍ3구역 재개발(총 7390세대)을 위한 이주 시작(2018년) 전에 치러진 2017년 대선 때 이곳에서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41.1%)는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22.5%)와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7.1%)를 눌렀다. 그러나 대단지 입주(2025년 1월부터 시작)가 마무리된 뒤 치러진 지난해 대선에선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가 45.1%를 얻어 이재명 민주당 후보(40.1%)를 앞섰다.

이문1동의 ‘우클릭’은 동대문구 전체 표심과도 달랐다. 동대문구에선 2017년 대선(문 후보 42.1%, 홍 후보 22%, 유 후보 6.4%)과 지난해 대선(이 후보 48.2%, 김 후보 39.9%) 모두 민주당이 우세했다.
그러나 그사이 구 전체에 비해 보수가 불과 2.2%포인트 우세했던 이문1동은 동대문구에서 가장 보수 우위가 확실한(13.3%포인트) ‘보수의 진지’로 탈바꿈했다.
이 같은 현상은 서울 외곽에서도 확인됐다. 광명 철산2동과 안산 초지동은 재건축 이후 치러진 선거(철산2동은 지선 기준)에서 시 전체 대비 보수 우위 폭이 이주 이전보다 각각 8.3%포인트, 4.1%포인트씩 커졌다. 비록 광명 안산 단원구 전체의 민주당 우위를 뒤집지는 못했지만, 향후 접전이 벌어질 선거에서 이들 신축 단지가 보수 바람의 시작점이 될 가능성이 확인된 것이다.
무조건 보수 표밭이 된 것은 아니었다. 인천 부평구 청천1동(5050세대)에선 대규모 재개발 이후 오히려 보수 우위 현상이 약화됐다. 2012년 대선에선 부평구 전체에 비해 8.1%포인트 보수 우위 현상이 나타났지만, 지난해 대선 땐 민주당 우위 현상이 부평구 전체보다 2.8%포인트 더 높았다. 5000세대 이상 아파트가 신축된 서울 성동구 왕십리도선동이나 경기 성남 중원 금광1동 역시 구 전체와 다르지 않은 득표 결과를 보인 지역이다.

분석을 담당한 김수인(성균관대 좋은민주주의연구센터 전임연구원) 박사는 “재건축ㆍ재개발 자체가 동네를 보수화한다기보다, 신축 주택의 가격에 따라 인구 구성이 재편되면서 해당 지역의 정치 성향이 변화한 결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84㎡(전용)를 기준으로, 둔촌1동 올림픽파크포레온은 최초 분양가가 13억원대에서 시작해 최근 시세가 30억원 안팎까지 치솟았고, 이문1동 래미안 라그란데는 최초 분양가는 10억~11억원대였지만 현재는 17억~18억원대에서 거래되고 있다. 반면 인천 부평구 청천1동 신축 아파트는 최초 분양가가 5억원대였고 현재 시세가 7억~8억원 수준이다.
김종양 국민의힘 의원이 한국부동산원에서 받은 ‘서울 행정동별 평당 실거래가 자료(9월 말 기준)’를 바탕으로 지난 6월 서울시장 선거 결과와 부동산 실거래가의 상관관계를 분석한 결과도 이 같은 현상을 뒷받침한다. 분석 결과 서울 421개 행정동의 아파트 평당 평균 매매가와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 득표율 간 상관계수는 0.77에 달한 반면, 정원오 더불어민주당 후보와의 상관계수는 -0.76을 기록했다. 상관계수가 1에 가까울수록 강한 비례 관계를 뜻한다. 아파트 가격이 표심을 설명하는 핵심적 요소라는 얘기다. 상위 10%에 해당하는 초고가 지역(3.3㎡당 8698만원 초과) 41곳을 제외하고 계산해도, 실거래가와 국민의힘(0.63)과 민주당(-0.62) 득표율은 강한 상관관계를 보였다.
서울 집값 하위 20%에 해당하는 지역에선 정원오 민주당 후보가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를 5.5%포인트 앞섰지만, 상위 20%의 동네에서는 오 후보가 정 후보를 24%포인트 앞섰다. 또 아파트 매매가가 평당 6000만원을 넘는 행정동 143곳 가운데 130곳(91%)에서 오 후보가 우위를 보였다. 김 박사는 “집값이 비싼 동네일수록 보수 정당 득표율이 높아지는 현상은 2018~2026년 서울 전역의 모든 선거에서 줄곧 확인된다”며 “어떤 지역에 어떤 가격대 주택을 어떤 계층에게 공급할지가 향후 선거 지형을 결정짓는 요소가 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 표본 선정 기준과 분석 방법
「 중앙일보와 한국정당학회는 정비사업이 행정동 단위 표심에 미치는 인과관계를 입증하기 위해 수도권 10곳(재건축 6, 재개발 4)을 표본으로 선정했다. 분석 자료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개표 결과(대선·지선)와 행정안전부 주민등록 인구통계를 활용했다.
서울에선 2019년 이후 입주한 4000세대 이상 단지 7곳, 4000세대 미만이어도 같은 행정동 내 재개발 단지를 합산해 5000세대가 넘는 지역도 후보군으로 올렸다. 서울의 후보지 총 9곳 가운데 단지가 행정동 전체를 통째로 차지하는 둔촌1동과, 이문 1·3구역을 합해 7390세대인 이문1동 등 5곳을 정비사업이 해당 동의 전체 판세를 가를 수 있는 지역이라고 판단했다.
경기 지역에선 4000세대 안팎 후보 4곳 중 성남 중원구 금광1동(5320세대)을 선정했고, 동 내 단지 합산 5000세대를 넘긴 광명 철산2동을 포함했다. 여기에 기존 행정동 인구수 대비 신규 단지의 표심 영향력을 고려해 과천 별양동(2099세대)과 안산 초지동(2786세대)을 추가했다. 인천에선 민간 분양 위주인 부평구 청천1동(5050세대)을 최종 선정했다.
분석의 핵심 지표는 전국적인 ‘선거 바람’을 걷어낸 ‘구 전체 대비 보수 우위 폭’을 활용했다. 대상 지역의 양대 정당 후보의 득표율 격차에서 해당 자치구(또는 시) 전체의 득표율 격차를 뺀 값이다.

예를 들어, 2017년 대선에서 강동구 전체에서 문재인 민주당 후보와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는 각각 41.3%, 22.2%, 7.3%의 득표율을 기록했다. 진보 진영이 보수 진영에 11.8%포인트(문 후보-홍 후보-유 후보) 앞섰다. 이때 둔촌1동에서는 문 후보 38%, 홍 후보와 유 후보는 각각 23.9%와 8.8%의 득표율을 보여 진보와 보수의 득표율 격차는 5.3%포인트였다. 이 선거에서는 “둔촌 1동은 강동구 전체에 비해 보수가 6.5%포인트(11.8%포인트-5.3%포인트) 우세했다”고 말할 수 있다. 반면 지난해 대선에선 강동구 전체에서 이재명 민주당 후보는 46.2%,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는 43%로 3.2%포인트의 득표율 격차를 보였다. 하지만 둔촌1동에서는 이 후보의 득표율은 33.7%에 그친 반면, 김 후보는 53.5%를 얻었다. 보수가 진보를 19.8%포인트차로 앞선 것이다. “둔촌1동은 강동구 전체보다 보수가 23%포인트 더 우세했다”고 할 수 있다. 결국 강동구 전체에 비해 둔촌1동의 보수 우세 현상은 2017년에 비해 지난해 16.6%포인트 만큼(23%포인트-6.5%포인트)확대된 것이다.
」
여성국·박준규·류효림 기자 yu.sungku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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