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비사업 버티자 세금폭탄”…‘민주당 텃밭’ 이문1동 돌아섰다 [르포]

여성국, 류효림 2026. 10. 12. 0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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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동구 올림픽파크포레온(옛 둔촌주공) 단지 전경. 1만2032세대 대규모 재건축 이후 고소득 3040세대가 대거 유입되면서 둔촌1동 표심이 보수화 경향을 보였다. 여성국 기자

사람이 바뀐 걸까, 마음이 바뀐 걸까. 대단지가 들어선 서울 재개발·재건축 지역의 ‘우클릭’ 현상을 두고 나오는 질문이다. 현장에선 외부인 유입에 따른 ‘거주자 물갈이’가 주된 원인으로 확인됐다. 다만 원주민들의 심리 변화도 함께 감지됐다. 자산은 늘었지만 그에 따라 규제에도 노출된 것에 대한 불만이 쌓이고 있었다.

올림픽파크포레온(1만 2032세대)이 입주한 강동구 둔촌1동은 거주자 교체 현상을 비교적 명확하게 보여준다. 지난달 29일 만난 박승환 둔촌주공 재건축 조합장은 “조합원 재정착은 3914세대에 그쳤고, 약 8000세대가 새로 들어왔다”고 설명했다. 실제 이 단지에선 2017년 이주 직전 대비 3040세대 비중은 15.3%포인트(31.6%→46.9%) 급증했고, 20대(21.6%→10.7%)와 50대(25.5%→16.4%)는 줄어드는 등 인구 구성이 크게 달라졌다. 박 조합장은 “지하철 5·9호선 직주근접과 단지 내 초등·중학교 학군을 노린 고소득 3040이 대거 유입됐다”며 “유입된 젊은 층은 보수 성향이 강하다”고 전했다. 단지 내 부동산의 조태직 대표는 “올해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직장인 매수와 문의가 늘었다”고 했다.

재건축이 진행되기 이전의 옛 둔촌주공아파트(당시 5930세대) 모습. [중앙포토]


동 대표인 60대 남모씨는 “과거 1억원 안팎에 집을 샀다가 재입주한 원주민들은 엄청난 양도차익을 얻게 됐지만, 장기보유특별공제를 축소하려는 세제 개편 논의에 반발하고 있다”며 “3040 입주민 역시 대출 규제로 갈아타기가 막혀 불만이 큰 탓에 재건축 전보다 보수세가 훨씬 강해졌다”고 했다. 2년 전까지 민주당원이었다는 50대 장모씨는 “세제 논의와 여전한 검찰 개혁 타령을 보며 탈당하길 잘했다고 생각한다”며 “다음 총선에서 민주당 현역 의원의 당선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반전세 거주자인 30대 이모 씨는 “치솟는 집값과 대출 규제를 보면 한숨만 나온다”고 했다.

이문1동(총 7390세대 입주) 사정 역시 비슷하다. 정금식 이문1구역(래미안 라그란데) 재개발 조합장은 “원주민 1800명 중 실제 입주는 100가구 남짓으로 체감 재정착률이 20%도 안 된다”고 말했다. 거주자 물갈이 폭이 80% 이상이라는 의미다. 정 조합장은 “젊은 세대라고 하더라도 자금력을 갖춘 사람들이 신규 유입되다 보니 상대적으로 보수 성향이 강한 것 같다”고 전했다.

지난달 29일 서울 강동구 둔촌1동 둔촌주공 재건축 조합 사무실에서 만난 박승환 조합장. 여성국 기자


주거 불안에 따른 세입자들의 표심 변화 가능성도 눈에 띄었다. 이문1구역 재개발 아파트의 한 30대 세입자는 “대출 규제로 사다리를 걷어찬 정부에 비판적”이라고 했고, 인근 공인중개사 A씨는 “동대문구 전세 물량이 줄고 재계약 시점에 퇴거 통보를 받는 사례가 늘면서 여당에 대한 반감이 덩달아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이모(32)씨는 “아이가 크면 교육 목적으로 상급지로 가야 하는데 전세는 씨가 마르고 매매도 어려워졌다”며 “민주당을 지지했지만, 불만이 쌓이고 있다. 국민의힘이 좋아서가 결코 아니다”고 했다.

재개발을 버티고 입주한 60대 조합원은 “과거 단독주택 살 때보다 재산세가 100만원 이상으로 10배가 넘게 뛰었다”며 “평생 살다 죽으려고 들어온 거라 집값 오른 건 체감도 안 되고 세금 폭탄을 맞은 기분”이라고 했다.

지난달 29일 서울 동대문구 이문1동 래미안 라그란데 아파트 앞 부동산. 류효림 기자


김수인 박사(성균관대 좋은민주주의연구센터 전임연구원)는 “원주민 재정착률이 20% 미만이라면 유권자 구성이 크게 바뀐 것으로 과거 표심으로 돌아가기는 쉽지 않을 수 있다”며 “표심 젠트리피케이션 극복이 진보진영의 과제가 됐다”고 했다.

조원빈 교수(성균관대 정치외교학과)는 “재건축·재개발 지역의 표심 변화는 2016년 이후 다수당 지위를 유지해 온 민주당에 책임을 묻는 현상”이라며 “여야 모두 중산층의 경제적 요구에 반응하는 방향으로 외연 확장을 고민해야 한다”고 했다.

여성국·류효림 기자 yu.sungku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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