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아 수면용품 안전 지적했다가 법적 분쟁 곤욕”

정우진 2026. 10. 12. 0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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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25억명 넘는 사람이 찾는 유튜브엔 매일 수많은 채널이 만들어집니다.

"아이를 키우다 보니 아이템이 고갈되지는 않는다. 다만 소아과 유튜브의 공통적인 고민은 구독자층이 주로 3세 미만의 부모라는 점이다. 아이가 2세가 될 때까지는 열심히 본다. 하지만 그 시기를 지나면 구독했더라도 잘 안 보게 된다. 단순히 조회수 문제만은 아니다. 꼭 필요하다고 판단해 찍은 영상도 알고리즘의 선택을 받지 못하고, 사람들이 보지 않으면 정보가 전달되지 않으니 형식을 바꿀 필요가 있겠다고 생각했다. 최근 일부 약사 채널에서 짧은 정보성 영상을 많이 올리는데, 영상 흐름이 점차 짧아질수록 정보의 질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 전문가 입장에서 보면 위험해 보이는 것도 더러 있다. 그래서 아예 길게 가보자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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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ㅇㅌㅂ] 육아 채널 ‘산소형제TV’ 이재현 용인세브란스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
매일 25억명 넘는 사람이 찾는 유튜브엔 매일 수많은 채널이 만들어집니다.
많은 한국인은 오늘도 유튜브에 접속해 정보를 얻고 음악을 듣고 뉴스를 보고 위안을 받습니다. ‘유튜버’와 ‘인터뷰’의 첫 자음을 딴 ‘ㅇㅌㅂ’은 이렇듯 많은 이의 삶에 크고 작은 영향을 끼치고 있는 유튜버들의 이야기를 전하는 코너입니다.
유튜브 채널 ‘산소형제TV’ 운영자인 이재현 용인세브란스병원 교수가 지난 2일 경기도 용인에 있는 한 카페 앞에서 아들을 안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용인=김지훈 기자
“아이들이 아픈 걸 못 보겠으면, 네가 치료해줘야지.”

아이들이 좋아서 오히려 아픈 아이들을 치료하는 일을 전공으로 택할 수 없다고 단념했던 동생에게 형은 이렇게 말했다. 그 조언에 따라 소아과를 택한 이재현 용인세브란스병원 교수는 지금 신생아 집중치료실에서 작고 아픈 아이들을 돌본다.4년 전부터는 바쁜 시간을 쪼개 카메라 앞에 서는 것도 그의 일과가 됐다. 산부인과 의사인 형과 운영하는 유튜브 ‘산소형제TV’에서 임신과 출산, 육아에 대한 정보를 전한다.

우애가 깊었던 형제가 함께 의미 있는 일을 해보자고 시작한 채널이다. 같이 개원을 하자니 현실의 벽이 높았다. 마침 두 사람 다 아이를 키우는 아빠였다. 맘카페 같은 커뮤니티엔 잘못된 지식이 유통되고 있었고, 그마저도 아빠들은 가입이 제한되곤 했다. 치명적일 수 있는 육아용품도 ‘국민템’으로 버젓이 팔리고 있었다. 형제는 “정확한 정보를 전하면서 아빠들이 뭉칠 수 있는 채널을 만들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다음은 지난 2일 경기도 용인세브란스병원 인근 카페에서 만난 이 교수와 나눈 일문일답.

유튜브 채널 ‘산소형제TV’에 실린 주요 콘텐츠의 섬네일들. 유튜브 캡처

-첫 촬영은 어땠나.

“초반부터 돈을 많이 쓰면 포기하게 될 것 같아서 1시간에 1만원하는 스튜디오를 빌렸다. 카메라 세팅도 해본 적 없고 조명도 설치해본 적 없었다. 2시간 동안 영상 2개를 찍었는데, 겨우 하나 건진 게 첫 영상이다(‘모유 vs 분유. 의사 아빠들의 선택은?’). 차별화된 영상을 만들고 싶어 일부러 형과 대결 구도를 만들었다.”

-유튜브에 쓰는 시간 어떻게 확보하나.

“형제가 함께 만들다 보니 가족이 모일 때 촬영하기도 하고, 두 사람이 주제를 가져와 분담하기도 한다. 편집을 남한테 맡기면서 유튜브 제작 자체에 쓰는 시간은 상당히 줄었다. 진료하다가, 아이를 돌보다가 ‘이런 이야기는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면 영상 소재로 삼는다. 유튜버들이 ‘유튜브 각’이라고 하지 않나. 일상에서 소재를 가져오는 편이다.”

-구독자가 15만명 가까이 된다. 그만두고 싶었던 순간도 있었나.

“구독자가 1만명이 되는 데 꽤 오래 걸렸다. 초기에는 편집까지 다 했기 때문에 번아웃이 올 정도로 잠도 거의 못 자고 몸살에 시달렸다. 이게 무슨 의미가 있나 하는 생각도 했다. 다행히 다른 의사 유튜버들이 도움을 줬고, 제작사와도 연락이 닿아 도움을 받았다.”

-과거보다 잘못된 육아 정보나 공포 마케팅 등에 대한 대중의 경각심이 높아졌다고 보나.

“개선되고 있다고 느낀다. 가령 누군가 소셜미디어에 아기를 카시트에 앉힌 사진만 올려도 ‘그렇게 앉히면 안 된다’는 댓글이 달리곤 한다. 전문가들이 설명해온 내용이 상식으로 자리 잡은 것이다. 영아 수면용품의 위험성도 잘 모르는 분이 많았다. 여러 차례 문제 제기한 이후로는 적어도 ‘위험할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들어봤다’는 분이 늘었다. 그런 경각심이 생겼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본다.”

-‘역류방지쿠션’ 등 영아 수면용품의 안전 문제를 지적했다가 법적 분쟁을 겪었다.

“특정 제품을 비판한 게 아니었는데 고소를 당했다. 처음 법원 서류를 받았을 때는 당황스러웠고, 거액의 배상금 이야기가 나오니 무섭기도 했다. 변호사는 공익적 활동이니 위축될 것 없다고 하더라. 화도 많이 났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감정이 가라앉았다. 소송을 겪으면서 잘못된 걸 지적할 때도 우리를 보호할 방법이 필요하다는 걸 깨달았다. 조심하되 해야 할 이야기는 더 열심히 하자고 생각하고 있다.”

-부모가 된 후 진료하는 방식도 달라졌나.

“‘감기는 약 먹으면 일주일, 안 먹어도 7일’이라는 말이 있다. 현재 미국 의학계 방향이기도 한데, 치료 기간이 같으면 굳이 약을 더 쓰지 말자는 거다. 그런데 집에서 아이를 간호해보니 힘들어서 빌빌거리며 일주일을 보내는 것과 조금 덜 힘들게 보내는 건 차이가 굉장히 컸다. 과거에는 교과서대로 진료했다면 지금은 ‘일상’을 어떻게 편하게 보낼 수 있을지 더 생각한다.”

-채널에서는 ‘아빠의 육아’도 강조한다.

“아내를 도와준다는 생각으로 접근하면 안 된다. 같이 계획하고 같이 고민해야 한다. ‘육퇴’ 후 영화나 ‘나는솔로’ 같은 영상을 보는 것도 좋지만, 일주일에 한두 번은 마주 앉아 육아에 대해 대화하는 시간이 있으면 좋겠다. 대화 눈높이를 맞추려면 아내가 공부하는 내용도 함께 공부해야 한다. 집마다 다르겠지만 아빠가 어느 부분을 맡을지 확실히 정해 책임지는 게 좋다.”

-숏폼 시대에 오히려 분량이 긴 팟캐스트를 최근 시작했는데.

“아이를 키우다 보니 아이템이 고갈되지는 않는다. 다만 소아과 유튜브의 공통적인 고민은 구독자층이 주로 3세 미만의 부모라는 점이다. 아이가 2세가 될 때까지는 열심히 본다. 하지만 그 시기를 지나면 구독했더라도 잘 안 보게 된다. 단순히 조회수 문제만은 아니다. 꼭 필요하다고 판단해 찍은 영상도 알고리즘의 선택을 받지 못하고, 사람들이 보지 않으면 정보가 전달되지 않으니 형식을 바꿀 필요가 있겠다고 생각했다. 최근 일부 약사 채널에서 짧은 정보성 영상을 많이 올리는데, 영상 흐름이 점차 짧아질수록 정보의 질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 전문가 입장에서 보면 위험해 보이는 것도 더러 있다. 그래서 아예 길게 가보자고 생각했다.”

-최근 한 대학병원 소아응급실이 진료 중 압수수색을 당해 사회적 논란이 됐다.

“의료진도 부모만큼 아이들이 건강해지길 바란다. 아이가 잘못됐을 때 어떻게 된 일인지 알고 싶은 마음이 드는 건 부모로서 당연하다. 그런데 경찰이 꼭 진료 현장을 압수수색해야 했는지는 의문이다. 중환자실이 있으면 병동에서 1년에 몇명씩은 사망 사례가 있다. 그래도 살리는 아이들이 훨씬 많아 보람을 느끼며 일해왔는데, 이번 소식을 접하고 ‘언제까지 할 수 있을까’라는 회의감이 들었다.”

-현장 의료진에 미치는 영향이 큰가.

“2017년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사망 사건 이후 의료사고에 따른 형사책임 부담이 커지면서 소아과 지원자가 확 줄었다. 대학병원 근무를 그만두거나 사직하는 교수도 계속 나온다. 동기들만 봐도 외국에 나갈 준비를 하는 사람이 꽤 많다. 미국에서 소아과 레지던트를 다시 하는 동기도 있다. 다들 소아과 의사라는 꿈이 있고, 이 일을 계속 하고 싶은데 한국에서는 힘드니 외국으로 가는 것이다.”

-그럼에도 ‘돈 안 되는 병원’을 만들고 싶다고 했다.

“장애나 심장·폐 질환 같은 기저질환이 있으면 작은 감기 증상도 동네 병원에서 치료받기 어려운 아이들이 있다. 대학병원에서 오래 대기하다가 상태가 나빠져 입원하거나, 더 힘든 치료를 받기도 한다. 그런 아이들이 편하게 올 수 있는 전문 병원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난도 높은 환자를 보면서도 돈 안되는 진료를 해야 하니 수익 면에서는 적자가 날 수밖에 없다. 그래서 ‘돈 안 되는 병원’이라고 표현했다. 환자를 돈으로 보지 않는 의사가 되고 싶다.”

-‘산소형제TV’가 어떤 채널이 됐으면 하나.

“내가 꿈꾸는 병원을 만들 때 힘을 합칠 사람들이 모이는 플랫폼이 됐으면 한다. 꿈을 알려야 공감하는 분들도 손을 보태줄 수 있으니까. 또 부모들이 필요한 정보를 얻고 ‘저 사람도 아이 키우는 건 똑같이 힘들구나’ 하며 위로받는 채널이면 좋겠다. 개인적으로는 소아과 꿈을 접으려는 사람들이 내 활동을 보며 ‘그래도 소아과가 괜찮다’고 생각했으면 한다. 오은영 박사님이 활발히 활동하면서 소아정신과에 대한 인식을 바꾸고 그 분야 자체가 커진 것처럼, 신생아를 보는 의사도 더 많아지고 지금 일하는 소아과 의사들도 자부심을 가질 수 있는 채널을 만들고 싶다.”

용인=정우진 기자 uzi@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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