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우크라 드론 첫 구매…실전 피드백·요격 기술 노린다

유성운 2026. 10. 11. 1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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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계속되는 가운데, 10월 7일 우크라이나 자포리자주에서 우크라이나 제65기계화여단 소속 군인이 중거리 타격용 DARTS 드론을 발사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일본 정부가 우크라이나산 요격 드론을 직접 사들인다. 우크라이나 전장에서 다듬어진 성능과 빠른 개량 경험을 함께 확보하기 위해서다. 일본 정부가 우크라이나 업체와 직접 구매 계약을 맺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우크라이나 매체 우크라인스카프라우다는 10일 일본 방위성이 우크라이나 방산업체 스카이폴과 요격 드론 구매 계약을 맺었다고 보도했다. 고이즈미 신지로(小泉進次郎) 방위상도 전날 기자회견에서 계약 체결 사실을 공개하고 “조기 납품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기종과 수량, 금액, 납기일은 공개되지 않았다.

일본이 요격 드론을 서두르는 배경에는 북한의 무인기 개발 등 안보 위협이 있다. 고이즈미 방위상은 이에 대응할 수 있는 저비용의 요격 수단이 필요하다고 밝혀 왔다. 저렴한 공격 드론을 고가의 미사일로 계속 격추하면 방어 비용이 공격 비용을 크게 웃도는 드론 공격의 ‘비용 비대칭’ 때문이다.

일본이 우크라이나에 주목하는 것은 드론의 성능뿐 아니라 전장에서 축적된 운용 경험 때문이다. 고이즈미 방위상은 “우크라이나는 새로운 전쟁 방식에 관한 경험을 가장 풍부하게 쌓은 나라”라며, “2~3주마다 새로운 성능을 갖춘 드론이 나오고, 이를 계속 생산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전장 상황에 맞춰 빠르게 성능을 개선하는 ‘래피드 피드백 사이클’에서 일본이 배울 점이 많다는 것이다.

고이즈미 신지로 방위상 EPA=연합뉴스

정부 간 구매 계약에 앞서 민간 기업 간 협력은 이미 진전돼 있다. 일본 드론업체 테라드론은 지난 4월 우크라이나 방산업체 윈니랩에 전략적 투자를 발표했고, 6월에는 지분 50%를 취득해 자회사로 편입했다. 양사가 함께 개발한 고정익 요격 드론 ‘테라A2’는 우크라이나에서 운용되고 있다.

우크라이나도 일본과의 방산 협력에 적극적이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지난달 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 총리와 만난 뒤 우크라이나가 경험과 기술을 공유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일본의 방공 기술이 우크라이나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말도 했다.

다만, 일본은 우크라이나가 원하는 패트리엇 미사일 이전에 대해선 난색을 보이고 있다. 자위대법상 무기 이전은 어렵다는 입장이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왼쪽)과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9월 23일 미국 뉴욕에서 열린 제81차 유엔총회 계기 회담에서 악수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

앞서 일본과 우크라이나는 러시아 무기에 들어가는 일본 부품 문제로 미묘한 입장에 놓이기도 했다. 우크라이나의 제재 정책 담당자인 블라디슬라우 블라시우크 대통령 고문은 지난 6월 교도통신 인터뷰에서 러시아군이 쓰는 미사일·무인기 기종의 약 90%에 일본 기업이 만든 부품이 포함돼 있다고 주장하며 수출통제 강화를 촉구했다. 민수용 부품 등이 제3국을 거쳐 러시아로 흘러 들어갔다는 문제 제기다. 우크라이나 측은 7월에도 러시아의 신형 순항미사일에서 일본산 부품이 확인됐다며 수출 관리 강화를 거듭 요구했다.

일본 정부는 이와 관련해 7월 15일 국회에서 야당이 문제를 제기하자 “외환법에 따른 엄격한 수출관리와 대러 수출금지 조치를 시행 중”이라고 답하고, 새로운 규제 조치는 발표하지 않았다.

이 문제가 풀리지 않은 채 양국은 드론을 매개로 방위 협력을 이어가고 있는 셈이다. 양욱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한·일 모두 드론 양산 기술은 충분하지만, 실전 경험은 없다”며 “우크라이나의 실전 데이터는 큰 가치를 갖고 있어 우리도 활용 방안을 고민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도쿄=유성운 특파원 pirat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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