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었던 사람이 가장 무섭다…‘박수진과 백서정’ vs ‘나의 죄’ [툰설툰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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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데일리 채성오기자] 사람은 누구나 믿고 의지할 수 있는 관계를 필요로 합니다. 힘든 일이 생기면 가장 먼저 연락하는 친구가 있고, 어떤 상황에서도 내 편이 돼줄 것이라 믿는 가족도 있죠. 오랜 시간 쌓아온 믿음은 때로 삶을 지탱하는 버팀목이 되지만 그만큼 쉽게 끊어내기 어려운 굴레가 되기도 합니다. 만약 가장 가까운 사람이 감당하기 어려운 비밀을 털어놓거나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보인다면 우리는 어떤 선택을 할 수 있을까요.
어쩌면 가장 큰 공포는 낯선 누군가의 위협보다 잘 알고 있다고 믿었던 사람을 더 이상 믿을 수 없게 되는 순간 찾아오는지도 모릅니다. 네이버웹툰 ‘박수진과 백서정’과 ‘나의 죄’는 친구와 가족이라는 친밀한 관계를 통해 이러한 불안을 그려냅니다. 살인 사건으로 운명이 얽힌 두 친구와 사고 이후 딸을 의심하게 된 엄마의 이야기는 서로 다른 사건에서 출발하지만 믿음이 흔들리는 순간 평범한 일상이 얼마나 쉽게 무너질 수 있는지 보여줍니다.
◆절친의 살인 고백, 우정은 어디까지 책임져야 할까…‘박수진과 백서정’
어느 날 가장 친한 친구에게서 남자친구를 죽였다는 연락이 온다면 어떨까요. 당장 경찰에 신고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오랜 시간 쌓아온 우정 때문에 망설이게 될지 모릅니다. 옹방 작가의 네이버웹툰 ‘박수진과 백서정’은 이처럼 평범한 관계에 살인이라는 극단적인 사건을 끌어들이며 시작됩니다. 잘생긴 남자만 골라 만나는 백서정과 전직 유도선수 박수진은 서로 다른 성향을 지닌 친구 사이입니다. 그러나 서정이 자신의 남자친구를 죽였다는 사실을 알리면서 두 사람의 일상은 돌이킬 수 없는 방향으로 흘러갑니다.
살인 사건의 공범이 된 수진과 서정은 각자의 방식으로 어떻게든 멀쩡하게 살아보려 합니다. 하지만 이미 중대한 사건에 휘말린 상황에서 남들처럼 평범하게 살아가는 일은 결코 쉽지 않습니다. 작품은 살인이라는 비일상적인 사건과 일상을 유지하려는 두 사람의 모습을 대비시키며 긴장감을 만들어냅니다. 특히 공개된 초반 회차가 ‘그녀의 남자’와 ‘시체처리’라는 제목으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사건 발생 이후의 상황을 어떻게 수습할 것인지가 중요한 관전 요소로 떠오릅니다.
두 사람의 관계에서 흥미로운 부분은 친구라는 이유로 감당해야 하는 책임의 무게입니다. 서정이 저지른 살인 사건은 수진에게도 영향을 미치고, 두 사람은 이전처럼 서로를 대하기 어려운 처지에 놓입니다. 오랜 우정이 위기의 순간에 서로를 지탱하는 힘이 될 수도 있지만 반대로 상대방의 잘못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만드는 족쇄가 될 수도 있는 셈입니다. 더욱이 살인 사건을 함께 감당해야 하는 관계에서는 서로를 향한 신뢰와 의심이 복잡하게 얽힐 수밖에 없습니다. 누군가의 잘못을 어디까지 받아들일 수 있는지 고민하게 만드는 대목입니다.
지난 9월 20일 첫 회를 공개한 ‘박수진과 백서정’은 네이버웹툰에서 월요일마다 연재되는 스릴러 작품입니다. 괴물이나 초자연적인 현상 대신 친구 사이에 벌어진 범죄와 그 후폭풍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낸다는 점이 특징입니다. 작품의 매력은 단순히 살인 사건의 진상을 쫓는 데 그치지 않고, 사건에 휘말린 인물들이 평범한 삶을 되찾으려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갈등에 있습니다. 가장 친한 친구라는 이유만으로 상대방의 잘못까지 책임져야 하는지, 한번 어긋난 관계를 다시 예전으로 돌릴 수 있는지 생각하게 만드는 작품입니다.
◆사랑해야 할 딸이 두렵다…모성 뒤에 숨은 죄책감 ‘나의 죄’
부모에게 자녀는 무엇과도 바꾸기 어려운 소중한 존재입니다. 그러나 한순간의 사고로 가족을 잃게 된다면 남겨진 사람의 마음에는 쉽게 아물지 않는 상처가 생기기 마련이죠. 젤리피쉬 작가가 글을 쓰고 또각 작가가 그림을 맡은 네이버웹툰 ‘나의 죄’는 이처럼 상실의 아픔을 겪은 엄마의 이야기에서 출발합니다. 주인공 소영은 사고 당시 첫째 딸 나리를 구하지만 뱃속에 있던 아이를 잃습니다. 한 아이를 살린 순간 다른 아이를 잃었다는 비극적인 경험은 소영에게 깊은 죄책감과 상처를 남깁니다.
그런데 사고 이후 여덟 살 나리가 죽은 동생을 흉내 내기 시작하면서 소영의 일상에 균열이 생깁니다. 나리의 행동이 사고로 인한 트라우마와 퇴행 현상인지, 아니면 정말 죽은 아이가 딸의 몸을 빌려 돌아온 것인지 알 수 없는 상황입니다. 어느 쪽도 쉽게 받아들이기 어려운 소영은 딸을 바라볼수록 혼란에 빠져듭니다. 작품은 아이의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중심으로 현실적인 심리 문제와 초자연적인 가능성 사이에서 긴장감을 형성합니다. 무엇이 진실인지 확신할 수 없다는 불안이 독자를 이야기 속으로 끌어들이는 셈입니다.
특히 작품에서 눈여겨볼 부분은 소영이 느끼는 두려움의 대상이 다름 아닌 자신의 딸이라는 점입니다. 엄마라면 자녀를 무조건 사랑하고 보호해야 한다는 사회적 기대와 달리 소영은 나리를 의심할수록 스스로도 받아들이기 어려운 감정에 직면합니다. 죽은 아이에 대한 죄책감과 살아 있는 딸을 향한 사랑, 설명할 수 없는 행동에서 비롯되는 두려움이 한꺼번에 밀려오는 것입니다. 이러한 감정의 충돌은 소영을 단순한 피해자가 아니라 자신의 내면과도 싸워야 하는 인물로 만듭니다. 가족이라는 가장 안전해야 할 관계가 공포의 근원이 된다는 점에서 심리적 긴장감이 더욱 커집니다.
올해 8월 연재를 시작한 ‘나의 죄’는 네이버웹툰의 목요 스릴러 작품으로, 가족 내부의 불안과 상실의 감정을 미스터리한 사건에 결합했습니다. 죽은 아이가 돌아왔을지도 모른다는 설정은 이야기의 궁금증을 높이지만 그 이면에는 사랑하는 사람을 향해 의심을 품게 된 엄마의 고통이 자리합니다. 특히 작품은 모성이라는 이름 아래 쉽게 드러내지 못하는 감정을 정면으로 다룬다는 점에서 인상적입니다. 누구보다 사랑해야 할 존재를 두려워하는 자신을 과연 용서할 수 있을까요. 소영이 마주한 공포는 결국 가족을 향한 사랑이 언제나 확신과 평온함으로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되돌아보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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