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산 계란 한 판 수입가 3만9000원…1200억 물가 대책에 ‘혈세 낭비’ 논란
정부가 물가 안정을 위해 한 판에 3만9000원을 들여 수입한 브라질산 계란의 가격 적정성을 둘러싸고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미국산 등 다른 국가에서 수입한 계란보다 값이 3~4배 비싼 데다, 이를 저렴하게 공급하기 위해 막대한 재정까지 투입되면서다.
11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김용태 국민의힘 의원이 농림축산식품부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9월까지 정부가 수입한 계란은 총 1억3324만 개다. 미국산이 1억2578만 개로 가장 많았고, 태국산 562만 개, 브라질산 112만 개, 덴마크산 72만 개 등이 뒤를 이었다.

브라질 상파울루대 농업경제연구센터(CEPEA)에 따르면 현지 계란 산지가격은 한 알에 100원 안팎이지만, 항공 운송비와 관세 등이 더해지면서 수입가격이 크게 높아졌다. 특히 브라질산 계란에는 27%의 관세가 적용돼 미국산(무관세), 태국산(5%), 덴마크산(1.6%)보다 관세 부담도 컸다. 정부는 수입 물가 안정을 위해 일부 품목에 할당관세를 적용하고 있지만, 브라질산 신선란에는 적용하지 않았다.
정부는 수입 계란을 지난 7~8월 대형마트 등에서 한 판에 4980원 수준으로 판매하도록 지원했다. 농식품부에 따르면 수입 계란은 원산지에 관계없이 개당 평균 131원에 유통업체에 공급됐다. 수입가격과 공급가격의 차이는 축산발전기금 등 정부 재정으로 메웠다. 정부가 신선란 수입에 편성한 예산은 1200억원 수준이다. 김 의원은 지난 7일 국정감사에서 “축산발전기금과 추가경정예산을 활용해 외국산 계란을 들여오는 대신 국내 산란계 산업에 투자했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비판했다.

브라질산 계란의 수입 배경을 둘러싼 의혹도 제기됐다. 국민의힘은 지난 2월 한ㆍ브라질 정상회담 이후 수입 절차가 추진된 점을 문제 삼고 있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10일 페이스북에서 “룰라 대통령은 남미에서도 으뜸가는 좌파 대통령”이라며 “국내 ‘왼쪽’ 챙기는 걸로 모자라서 국제 ‘왼쪽’까지 챙겨준 것인가”라고 주장했다. 다만 송미령 농식품부 장관은 국정감사에서 해당 의혹 등에 대해 “관련 없다”고 선을 그었다.
정부는 당시 국내 계란 수급 상황을 고려하면 불가피한 조치였다는 입장이다. 지난 겨울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확산으로 산란계 1134만 마리가 살처분 돼 계란 생산량이 감소하고 가격이 상승했기 때문이다. 농식품부는 이날 설명자료를 통해 “계란 공급 부족에 따른 소비자 가격 부담을 완화하고 유통업체의 할인 판매를 유도하기 위한 한시적인 수급안정 조치”라고 설명했다. 실제 계란 가격은 7월 중순 한 판에 7418원에서 10월 상순 6937원으로 하락했다. 다만 국내 생산량 회복 등도 영향을 미친 만큼 수입 정책만의 효과로 단정하기는 어렵다.
브라질산 계란 수입 역시 미국산에 편중된 수입선을 다변화하기 위한 시범 조치였다는 게 정부 설명이다. 올해 초 미국에서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가 발생해 주요 생산지역의 계란 수입이 제한됐고, 스페인ㆍ네덜란드 등도 폭염으로 현지 생산량이 감소하면서 수입이 어려워졌다는 것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브라질은 축산물 수출 강국인 데다 우리나라와 계절이 반대인 남반구에 있어 겨울철 AI 발생에 대비한 수입선 다변화에 유리하다”고 설명했다.
대형마트 매대에서 실제 판매되는 수입란은 대부분 미국산이다. 한 대형마트 관계자는 “미국은 산란일자 표기 등 유통 이력 관리가 체계화돼 있는 반면, 브라질이나 태국 등은 상대적으로 유통 관리 시스템에 대한 검증 부담이 있어 대형 유통 채널에서 취급하기 조심스러운 측면이 있다”고 전했다.
막대한 재정을 투입한 수입 지원이 지속 가능한 물가 안정 대책인지도 논란이다. 신장식 조국혁신당 의원은 수입 계란 관련 예산이 1200억원에 달하는 반면 최근 9년간 국내 산란계 농가 시설 직접보조금은 97억원에 그쳤다고 지적했다. 내년 9월부터 산란계 한 마리당 최소 사육면적을 0.05㎡에서 0.075㎡로 넓히는 규제가 전면 시행되면서 생산량 감소 우려도 커지고 있다.

사실 이런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17년 AI 파동 당시 정부는 사상 처음으로 미국산 신선란을 들여오며 항공운송비 50% 보전과 무관세 혜택 등 한 판당 4600원 안팎의 세금을 지원한 바 있다. 하지만 당시에도 실제 수입량이 목표치에 미치지 못하고 가격 안정 효과가 일시적인 미봉책에 그쳤다는 지적이 나왔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국내 유통구조 개선과 함께 AI에 대응할 수 있는 산란 시스템 등 생산 기반을 다지는 데 예산을 쓰는 것이 효율적”이라고 말했다.
세종=안효성 기자 hyoz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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