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자산 과세 의견 수렴하겠다는 정부…“촉박한 시간에 회의적”

이창희 2026. 10. 10. 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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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자산 과세가 내년 1월 시행을 앞둔 가운데 정부가 업계와 전문가 등의 의견을 폭넓게 수렴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형일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지난 6일 국회 재정경제기획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김상훈 국민의힘 의원이 '2027년부터 가상자산 과세를 예정대로 시행하는 게 정부의 기본 입장이냐'는 질의에 대해 "국회에서 제기되는 다양한 의견과 함께 전문가와 업계 등의 다양한 이해관계에 대한 의견을 폭넓게 수렴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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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키뉴스 자료사진
가상자산 과세가 내년 1월 시행을 앞둔 가운데 정부가 업계와 전문가 등의 의견을 폭넓게 수렴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과세 인프라 미비와 다른 투자자산과의 형평성 논란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그동안 과세 준비 부족과 제도적 문제점을 꾸준히 제기해 온 만큼 추가 의견 수렴이 실질적인 제도 개선으로 이어질지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가상자산 양도 및 대여로 발생한 소득은 기타소득으로 분류해 오는 2027년 1월1일부터 과세한다. 재정경제부가 발표한 2026년 세제개편안에 추가 유예 방안을 담지 않으면서 현행법에 따른 과세가 예정대로 시행되는 것이다. 정부는 ‘소득이 있는 곳에 세금이 있다'는 조세 원칙에 따라 가상자산 투자로 발생한 소득에 과세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구체적으로 양도차익에서 기본공제 250만원을 제외한 금액에 지방소득세를 포함해 22%의 세율을 적용하는 방식이다. 투자자가 A코인을 1000만원에 매수해 2250만원에 매도했다면 양도차익 1250만원 가운데 250만원을 뺀 1000만원에 대해 220만원의 세금이 부과된다. 과세 시행 이전부터 보유한 가상자산의 취득가액은 올해 12월31일 시가와 실제 취득가액 중 높은 금액을 적용한다.

그러나 가상자산 과세 도입이 실제 현실을 직시하지 않고 무리하게 추진하는 상황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 국회 국민동의청원에는 코인(가상자산)과세 2년 유예에 관한 청원이 지난달 14일 소관위원회인 재정경제기획위원회로 회부된 상태다. 해당 청원에 동의한 인원수는 5만3809명으로 집계됐다. 과세 폐지 청원인은 가상자산산업과 과세 인프라가 원활하게 작동할 수 있도록 세세한 정비가 우선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타이거리서치가 지난달 국내 가상자산 투자자 242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응답자의 73.7%가 과세에 반대했다. 과세 필요성에 동의한 응답자 가운데서도 74.5%는 현행안의 유예나 보완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통상 가상자산은 국내 거래소뿐 아니라 글로벌 거래소와 개인지갑, 탈중앙화 거래소 등 여러 경로를 오가는 동시에 자산 간 교환도 빈번하다. 이에 따라 과세를 위해서는 흩어진 거래내역을 연결하고, 취득가액과 실제 손익을 일관된 기준으로 계산할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현재 이같은 거래 추적을 안정적으로 시행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인 상태다. 금융정보분석원(FIU)에 신고된 국내 중앙화거래소(CEX)가 아닌 해외거래 탈중앙화거래소(DEX)나 디파이를 통한 거래의 경우 거래내역을 추적 및 입증할 인프라가 아직 없기 때문이다. 김상훈 국민의힘 의원은 “국세청 답변에 따르면 디파이를 통한 거래에 대해 추적 인프라가 아직 없다고 했다. 내년 1월까지 몇 개월도 안 남았는데, 과세 인프라가 아직 구축이 안 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미비한 인프라 외에도 손실 이월공제가 적용되지 않아 주식 등 다른 투자자산과의 형평성 논란도 불거진 상황이다. 손실 이월공제는 올해 발생한 손실을 이후 연도 이익에서 차감할 수 있는 것을 말한다. 한 업계 고위 관계자는 “가상자산은 변동성이 높아 특정 연도에 큰 손실이 발생했다가 다음 해 회복되는 패턴이 흔하다”며 “이월공제가 없으면 실질 소득이 없는데도 세 부담만 지는 투자자가 생길 수 있다”라고 꼬집었다.

정부는 조만간 가상자산 과세와 관련해 의견을 수렴할 계획이다. 이형일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지난 6일 국회 재정경제기획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김상훈 국민의힘 의원이 ‘2027년부터 가상자산 과세를 예정대로 시행하는 게 정부의 기본 입장이냐’는 질의에 대해 “국회에서 제기되는 다양한 의견과 함께 전문가와 업계 등의 다양한 이해관계에 대한 의견을 폭넓게 수렴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에 대해 가상자산업계는 회의적인 시선을 내비치고 있다. 그동안 가상자산업계에서는 과세에 대한 준비가 미흡한 상황이라고 토로해 왔다. 당장 지난달에도 디지털자산거래소 공동협의체(DAXA·닥사)는 가상자산 과세와 관련된 업계의견을 모은 자료를 마련한 바 있다.

해당 자료는 과세 당국을 설득하기 위한 용도로 알려졌다. 업계는 당국과 가상자산 사업자를 잇는 표준화된 전산 체계가 없고, 준비 기간도 부족하다는 점을 지적했다. 더불어 가상자산소득을 기타소득으로 분류할 시 국제조세분쟁이나 납세자와 조세분쟁이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또 가상자산 투자 유형인 스테이킹, 렌딩, 에어드롭, 하드포크 등 신종 거래에도 유형별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업계 관계자는 “가상자산업권은 꾸준히 과세 준비가 안 됐다는 메시지를 내고 있다. 실제로 당국이나 국회 등 여러 경로를 통해 관련 의견을 전달하고 있는 입장”이라며 “이를 고려하면 국정감사에서 나온 의견 수렴 방침은 과세 도입 시기가 목전에 다가온 상황에서 유의미한 자리가 될지는 미지수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업권이 토로하는 목소리를 충분히 인지하고 있는 상황에서도 과세를 추진하겠다는 게 정부 측 입장"이라며 "의견 수렴 방침이 의미있는지에 대해서는 동의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이창희 기자 window@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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