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비’라 불리던 조희대 작심발언…3년 동안 무엇이 달라졌나

조희대 대법원장은 지난 6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작심 발언을 쏟아냈다. 이재명 대통령의 대법관 재제청 요구를 언급하며 ‘위헌’이라는 표현만 네 차례 썼다. 취임 당시 ‘선비형 법관’이라고 불리던 조 대법원장이 이례적으로 강한 발언을 하기까지, 3년간 주요 연설문 등 8건을 통해 변천사를 살펴봤다.
‘신속 재판’에서 ‘사법부 독립’으로
2023년 12월, 조 대법원장이 취임사에서 강조했던 건 신속한 재판이었다. 그는 “모든 국민은 신속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가지는데도 법원이 이를 지키지 못해 국민의 고통을 가중시키고 있다”고 했다. 다섯 차례에 걸쳐 공정한 재판을 말했고, 재판의 독립에 대한 언급은 두 문장에 그쳤다. 이듬해 신년사에서도 ‘신속하고 공정한 재판’을 약속했다. 재판 지연 해결이 조희대 코트 최대 화두였다.
‘사법부 독립’에 방점이 찍힌 건 지난해부터였다. 5월 1일 대법원 전원합의체 선고가 기점이 됐다. 당시 대법원은 이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위반 상고심을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했고, 더불어민주당은 ‘조희대의 난’이라며 탄핵을 거론했다. 민주당의 사법부 비판 수위는 올해 노태악 전 대법관 후임 인선 과정에서 최고조를 찍었다. 이 대통령이 조 대법원장의 제청을 사실상 반려하고 조 대법원장이 재제청 요구를 거부하자 사퇴 압박이 이어졌다.
2024년 법원의 날이 제정된 배경을 설명하며 두 차례 ‘독립’을 언급했던 조 대법원장은 지난해 네 차례, 올해 여덟 차례 ‘독립’을 말했다. 지난해 법원의 날 기념사에서는 “무엇보다 재판의 독립이 확고히 보장되어야 한다” “사법권 독립의 헌법 가치를 중심에 두겠다”고 했다. 올해는 아예 기념사 포문을 사법부 독립이 침해된 역사로 열었다. 이 자리에서 그는 “헌법상 독립된 국가기관인 법원이 다른 국가기관이나 정치권력, 사회 세력 등으로부터 부당한 간섭이나 영향을 받지 않을 때 법치주의를 실현할 수 있다”고 했다.
정책 국감, ‘방어전’으로 변하다

이로부터 불과 1년 뒤 법사위 국감장엔 ‘조요토미 희대요시’ 팻말이 등장했다. 조 대법원장은 “오직 헌법과 법률에 따라 직무를 수행해 왔으며 정의와 양심에서 벗어난 적이 없음을 분명히 말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대법원 선고로 대선에 개입했다는 의혹에 대한 답변으로 해석됐다. 추미애 당시 법사위원장이 이석을 허가하지 않으며 조 대법원장은 여야 의원들의 고성이 오가는 90분 동안 침묵한 채 자리를 지켰다.

올해 국감에선 1987년 헌법 체제 들어 처음으로 대법원장이 국정감사 질의에 응답하는 모습이 펼쳐졌다. 조 대법원장은 인삿말 후 질문이 계속되자 품에서 별도 원고를 꺼내 ‘제청권 침해는 위헌’이라는 취지로 말했다. 법원행정처 참모들도 처음 보는 원고였다. 국감장에선 “제2의 윤석열”이라는 표현과 함께 고성이 오갔고, 조 대법원장은 “그런 말씀은 너무 모욕적이고 또 슬픈 일”이라고 했다.
법조계에선 조 대법원장이 필요한 화두를 던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김대환 서울시립대 로스쿨 교수는 “제청권과 임명권은 우위를 가리기 어렵다. 대통령이 대법원장을 임명하기 때문에 표면적 합의가 됐던 것일 뿐”이라며 “조 대법원장이 헌법상 지나쳤던 쟁점에 대해 중요한 이야기를 던진 것”이라고 말했다. 한 고법판사는 “이례적으로 강한 말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을 것”이라면서도 “내년 6월 조 대법원장 퇴임 전까지는 갈등 해소가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조수빈 기자 jo.sub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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