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부부 이야기] 10년 동안 미루다 주말부부 1년 만에 이룬 것

신재호 2026. 10. 9. 11:02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사는 곳도, 하는 일도 다른 두 부부가 비슷한 시기에 주말부부가 되었습니다.

내가 주말부부를 해야 하는 곳으로 인사 발령이 나면서부터 러닝에 위기가 찾아왔지만 오히려 전화위복이 되었다.

주말부부 1년 만에 하프 마라톤을 뛰었으니 2년 쯤 되었을 땐 풀코스 마라톤도 가능하지 않을까.

《 group 》 주말부부 이야기 : https://omn.kr/group/two_house_story 사는 곳도, 하는 일도 다른 두 부부가 비슷한 시기에 주말부부가 되었습니다.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주말부부 남자 이야기] 하프 마라톤 도전, 목표가 생기고 달라진 변화

사는 곳도, 하는 일도 다른 두 부부가 비슷한 시기에 주말부부가 되었습니다. 아내와 남편 입장에서 주말 부부 이야기를 씁니다. <편집자말>

[신재호 기자]

해마다 연말이 되면 온 가족이 모여 버킷 리스트 작성을 한다. 작년 나의 리스트 중 하나가 하프마라톤 완주였다. 사실 하프마라톤은 오래전부터 꿈꿔왔던 목표였다. 코로나가 창궐하기 전부터 해마다 10km 마라톤은 3~4번 완주했었다. 이제 하프마라톤에 도전해야겠다고 마음먹은 순간 코로나가 창궐했다. 그리고 한동안 모든 마라톤 대회가 사라졌다.

작년 하반기 인사이동 때 예전에 친했던 후배가 우리 기관으로 발령 나서 같은 부서에 근무하게 되었다. 전보다 훨씬 마른 몸에 얼굴은 새까맣지만 건강해 보았다. 알고 보니 러닝에 푹 빠져 매일 뛴다고 했다. 이미 풀코스 마라톤도 두 번이나 완주했다는데 경외감마저 들었다. 후배와 이야기 나누던 중 나도 마라톤에 관심 있는 걸 알고는 도움을 주겠다며 기존에 다른 후배와 함께 있는 카톡방에 나를 초대했다. 얼떨결에 우리 3명은 러닝 크루를 구성하게 되었다.

실제 별것은 없고 각자 뛴 거리를 카톡방에 인증하고 서로 응원의 메시지를 주고받는 것이다. 그런 소소한 활동이 생각보다 파급력이 컸다. 일종의 경쟁심리가 작용하고 강제로 하게 만드는 구속력이 되었다. 그런데 올해 초. 내가 주말부부를 해야 하는 곳으로 인사 발령이 나면서부터 러닝에 위기가 찾아왔지만 오히려 전화위복이 되었다.

남는 시간을 채워준 러닝
▲ 퇴근 후 러닝하는 하천 퇴근 후 간단히 저녁 식사 후 에 하천에서 러닝을 한다
ⓒ 신재호
가족과 덩그러니 떨어져 혼자 지내며 주어진 그 많은 시간을 채워 줄 무언가가 필요했다. 그게 바로 러닝이었다. 주변에 주말부부를 오랫동안 했던 선배들 사례를 보면 자칫 음주에 빠져 건강을 잃는 경우가 왕왕 있었다. 나도 처음엔 외롭기도 하고 해서 술자리가 있으면 빠지지 않고 참여했고, 일부로 약속을 잡기도 했다. 그런데 그 순간만 즐겁고, 일상의 패턴이 무너지는 경험을 하며 이래선 안 되겠단 생각이 들었다.

그때부터 약속을 줄이고 러닝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퇴근하고 사택에 들어가 간단히 저녁을 챙겨 먹고 운동복으로 갈아입은 후 곧장 하천으로 향했다. 처음엔 천천히 뛰다가 점점 속도를 냈다. 아직 러닝에 익숙한 몸이 아니다 보니 뛰고 나면 통증도 심했고, 온 마디 마디가 쑤셨다. 이 힘든 걸 왜 할까, 하면서도 다음 날이 되면 뛰고 싶은 마음을 주체 못 했다. 인간의 3대 중독 중 하나가 러닝이라고 하더니 점점 빠지는 내가 보였다.

두 달 정도 지나니 몸이 러닝에 차츰 적응되는 걸 느꼈다. 그리고 여름이 한창 시작되려는 시기에 후배가 동네에서 진행되는 10km 마라톤 대회를 추천했다. 2018년도에 마지막으로 마라톤 대회에 참가했으니 8년 만이었다. 그 사이 나이 앞자리 숫자가 4에서 5로 변했다. 몸도 예전 같지 않았다.

하필 그날 날도 무척 더워서 뛰기 쉽지 않았다. 중간에 포기할까도 했지만. 후배들이 페이스 메이커가 되어 함께 뛰다 끝까지 완주할 수 있었다. 평균 5분대를 목표로 했고, 도착해서 기록을 확인하니 달성했다. 현기증이 날 정도로 힘들었지만, 기분은 날아갈 듯 좋았다.

후배들과 집으로 돌아가던 중 가을에 열리는 마라톤 대회에 참가하기로 하며 하프를 뛰겠다고 덜컥 선언해 버렸다. 물론 후배들에게 등 떠밀린 점이 없진 않지만, 더는 미룰 수 없는 숙제를 마쳐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집에 돌아와 괜히 호기부린 건 아닌지 살짝 후회되긴 했지만 이미 돌이킬 수 없었다.

목표가 삶의 활력을 만들었다. 무엇보다 규칙적인 생활을 하고, 음식도 조절하고 술도 멀리하게 되는 등 저절로 건강을 챙기게 되었다. 사택에 혼자 살며 식사도 대충 때우고 불규칙한 생활방식이 문제였는데 저절로 해결되었다.

'미국의사협회지 정신의학'에 실린 하버드대 보건대학원의 연구에 따르면, 삶의 목표를 세우는 것이 실제로 중년 이후의 건강을 유지하고 장수에 도움이 된다고 했다. 연구진들은 목표를 가지면 이를 달성하기 위해 건강을 돌보는 데 더 적극적이고, 충동도 조절하며 건강한 활동에 더욱 참여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퇴근 무렵이 되면 뛰고 싶은 마음을 주체 못 했고, 시원한 바람에 천변을 달리면 하루 동안 쌓인 스트레스도 사라지고, 외로움도 느낄 여유조차 없었다. 처음엔 주변에서 재미없게 지낸다며 차라리 동호회 활동이나 하는 게 어떠냐며 권유했었다. 하지만 하루가 다르게 건강하고 힘이 넘치는 모습을 보더니 본인들도 한 번 뛰어보겠다고 정보를 묻기도 했다.

실제로 나처럼 사택에 살며 주말부부를 하는 후배 몇몇은 러닝을 시작했다. 가끔 저녁에 천변에서 만나면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 응원의 메시지를 주고 받았다.

하프마라톤을 완주하다
▲ 생애 첫 하프마라톤에 도전하다 주말부부 1년 간 꾸준히 러닝 훈련 끝에 하프마라톤을 완주하다
ⓒ ㅊ
드디어 지난 9월 6일, 하프 마라톤 대회 날이 다가왔다. 규모가 있는 행사라 당일 사람들로 바글댔다. 조금 일찍 후배들을 만나 몸을 풀고 대회 선상으로 나갔다. 그동안 준비를 꾸준히 하기는 했지만, 실제 하프까지 뛰어본 적은 없었다. 긴장하는 내 모습을 보고는 후배 하나가 "형님, 평소보다 30~40초 정도 천천히 뛰세요. 워치로 계속 체크하면서 오버페이스 안 하는 게 가장 중요해요. 할 수 있어요. 파이팅입니다!"

후배의 조언이 감사했다. 마라톤이 시작되고 워치로 꾸준히 시간 체크하면서 뛰었다. 10km 구간에 다다랐는데 신기하게도 힘들지 않았다. 이어진 12km, 15km 구간을 지나면서 자신감이 점점 붙었다. 뛰기 전 걱정과 달리 다리는 상상 이상으로 쌩쌩했다.

물론 20km가 다 되어서는 급격히 힘이 빠지고, 다리가 풀려서 힘들었지만 완주에는 문제없었다. 결승선을 통과한 순간 얼마나 뿌듯한지 모른다. 이미 도착한 후배들도 진심으로 축하를 건넸다. 완주 메달을 받고 사진도 찍으며 기쁨을 나눴다. 거의 10년 만에 달성한 목표였다.

돌아오는 길에 후배들과 식사와 술을 곁들인 뒤풀이를 했다. 후배들은 살짝 걱정했지만, 무사히 완주해서 다행이라며 내년엔 풀코스 마라톤에 도전해 보라고 권유했다. 말도 안 된다며 손사래를 쳤다. 나에게 풀코스는 미지의 동물 같은 존재였다.

그렇지만 몇 번 하프마라톤을 완주하면 불가능한 도전은 아니란 생각이 들었다. 그 자리에서 내년에 한 번 도전해 보겠다고 선언했다. 물론 그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지, 않을지 모르겠다. 다만 새로운 목표 자체가 심장을 주책없이 뛰게 했다.

주말부부 1년 만에 하프 마라톤을 뛰었으니 2년 쯤 되었을 땐 풀코스 마라톤도 가능하지 않을까. 이러다 마라톤 핑계로 주말부부를 계속하게 되는 건 살짝 두렵네.
▲ 생애 첫 하프마라톤에 도전하다 주말부부 1년 간 꾸준히 러닝 훈련 끝에 하프마라톤을 완주하다
ⓒ 신재호
《 group 》 주말부부 이야기 : https://omn.kr/group/two_house_story
사는 곳도, 하는 일도 다른 두 부부가 비슷한 시기에 주말부부가 되었습니다. 아내와 남편 입장에서 주말부부 이야기를 씁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개인블로그 및 브런치에도 실립니다.이 기사는 개인블로그 및 브런치에도 실립니다.

Copyright ©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