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의 우울증은 다르다… 슬픔보다 ‘이 행동’ 두드러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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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히 기분이 가라앉고, 눈물이 나고, 아무것도 하기 싫어진다.
임상심리학자 피터 버닉은 우울증이 분노 폭발이나 분노 조절의 어려움 같은 행동으로 나타날 수 있다고 설명한다.
가족이나 친구들은 증상을 보이는 사람에게 "너 우울증 아니야?"라고 단정적으로 묻기보다 최근 달라진 행동을 구체적으로 말하는 것이 좋다.
어떤 남자에게 우울증은 슬픔이 아니라 화로 보이고, 무기력이 아니라 지나친 바쁨으로 보이며, 고통이 아니라 무언가에 대한 집착으로 보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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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남자는 꼭 이렇게 보이지 않을 수 있다. 오히려 평소보다 화를 잘 내고, 술을 많이 마시거나, 게임·스포츠·취미에 지나치게 빠져들기도 한다. 일이나 운동에 지나치게 매달리는 경우도 있다. 겉으로 보기에는 우울증과 거리가 멀어 보인다.
미국 건강 전문지 멘스헬스(Men's Health)가 7명의 심리치료사에게 남성의 우울증을 알아차릴 수 있는 특징을 물었다. 치료사들이 공통적으로 주목한 것은 남성의 우울증이 슬픔보다는 행동으로 드러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었다. 그렇다면 어떤 행동을 눈여겨봐야 할까.
① 사소한 일에도 화를 낸다
우울증은 때로 분노와 짜증으로 나타날 수 있다. 임상심리학자 피터 버닉은 우울증이 분노 폭발이나 분노 조절의 어려움 같은 행동으로 나타날 수 있다고 설명한다. 평소에는 대수롭지 않게 넘기던 일에 갑자기 화를 내고, 가족이나 직장 동료에게 지나치게 예민하게 반응하거나, 작은 갈등에도 폭발하는 식이다.
물론 화를 잘 낸다고 우울증이라는 뜻은 아니다. 중요한 것은 평소와 비교해 갑자기 행동이 달라졌는지다.
특별한 이유 없이 짜증과 분노가 늘었는데 동시에 피로감, 수면 문제, 의욕 저하 등이 나타난다면 우울증 가능성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② 술이나 자극적인 행동으로 기분을 달랜다
우울한 감정을 직접 마주하기보다 무언가로 덮어버리는 행동도 나타날 수 있다. 대표적인 것이 술이다. 평소보다 술을 자주 마시거나 음주량이 늘어나는 경우다.
위험한 행동을 반복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과도한 속도 운전처럼 평소보다 충동적이고 위험한 행동을 찾는다면 단순한 ‘기분 전환’으로만 볼 수 없는 경우가 있다.
핵심은 행동 자체가 아니라 그 행동을 통해 힘든 감정을 느끼지 않으려 하는지다.
③ 게임·스포츠·취미에 지나치게 빠진다
가장 알아차리기 어려운 유형이다. 게임을 하거나 스포츠를 보고 취미를 즐기는 것은 정상적인 생활이다. 운동 역시 건강에 좋다. 하지만 우울한 남성이 이런 활동에 지나치게 몰두하면서 일상생활이나 인간관계까지 방해받는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멘스헬스가 인터뷰한 치료사들은 이를 ‘현실 도피(Escapism)’라고 설명한다.
좋아서 하는 취미라기보다 자신의 감정적 고통을 생각하지 않기 위해 몰두하는 것일 수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주말마다 즐기던 골프가 어느 순간 하루 종일 골프 영상만 보고 실제 생활을 피하는 수단이 되거나, 게임을 하느라 잠을 줄이고 가족과의 대화까지 피한다면 단순한 취미와는 구별할 필요가 있다.
④ 일과 운동에 지나치게 매달린다
게임이나 술처럼 겉으로 보기에도 ‘도피’로 보이는 행동만 있는 것은 아니다.
야근을 계속하거나 운동을 지나치게 많이 하는 것처럼 오히려 생산적으로 보이는 행동도 감정을 피하는 수단이 될 수 있다. 임상사회복지사 린 자케리는 자신이 만나는 남성들에게서 ‘감정으로부터 도망치는 것’보다 감정을 알아차리지 못할 정도로 바쁘게 지내는 모습을 더 자주 본다고 설명했다.
일을 많이 하고 운동도 열심히 하니 주변에서는 자기 관리를 잘하는 것으로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잠시라도 쉬면 불안하거나, 혼자 있을 때 자신의 감정과 마주하게 되기 때문에 끊임없이 무언가를 하려고 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⑤ 결국 사람과 좋아하던 것에서 멀어진다
남성이라고 해서 전형적인 우울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 것은 아니다.
피로하고, 의욕이 떨어지고, 좋아하던 일에 흥미가 없어질 수 있다. 다만 남성의 경우 이런 감정을 직접 표현하기보다 사람을 피하거나 활동을 끊는 방식으로 나타나 주변에서 알아차리기 어려울 수 있다.
예를 들어 전에는 일요일마다 골프 모임에 나가던 사람이 갑자기 나가지 않는다거나, 친구들과 자주 만나던 사람이 연락을 끊는다거나 가족과 대화하는 시간이 줄어드는 경우다. 그러면서 “그냥 귀찮아서”라고만 이유를 댄다면 주의해서 살펴볼 필요가 있다.
왜 남성의 우울증은 발견하기 어려울까
남성에게 나타나는 우울증의 신호는 하나의 행동으로 판단할 수 없다.
화를 많이 내는 것, 술을 마시는 것, 게임을 하는 것, 운동을 많이 하는 것 자체가 우울증은 아니다.
중요한 것은 평소와 다른 변화가 생겼는지, 그 변화가 지속되는지, 그리고 그 행동이 일상생활과 인간관계에 영향을 주고 있는지다. 특히 분노와 짜증이 늘면서 술이나 게임에 빠지고, 일이나 운동에 지나치게 몰두하거나 사람들과의 관계를 끊는 변화가 겹친다면 그냥 ‘요즘 스트레스가 많아서 그렇겠지’라고 넘기지 않는 것이 좋다.
남성의 경우 자신의 감정을 이야기하거나 도움을 요청하는 대신 “요즘 너무 피곤하다” “인내심이 없어졌다” “요즘 아무것도 재미가 없다”라는 말처럼 신체적 피로나 행동의 변화로 자신의 상태를 표현하기도 한다. 치료사들은 남성이 처음에는 자신의 문제를 ‘고쳐야 할 것’으로 생각하다가 상담을 진행하면서 자신에게 필요한 것이 단순한 해결책이 아니라 자신의 상태를 이해하는 것이라는 사실을 깨닫는 경우가 있다고 설명한다.
가족은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가족이나 친구들은 증상을 보이는 사람에게 “너 우울증 아니야?”라고 단정적으로 묻기보다 최근 달라진 행동을 구체적으로 말하는 것이 좋다. 그때 상대를 몰아붙이거나 취조하듯 캐묻는 것은 피해야 한다.
함께 산책하거나 운동하는 등 나란히 무언가를 하면서 이야기하는 방법도 좋다. 정면으로 마주 앉아 심각한 대화를 시작하는 것보다 부담이 적기 때문이다. 치료를 받을 의향이 있다면 치료사를 함께 찾아주거나 첫 방문에 동행하는 것도 방법이다.
우울증은 반드시 눈물이나 슬픈 표정으로만 나타나는 것이 아니다.
어떤 남자에게 우울증은 슬픔이 아니라 화로 보이고, 무기력이 아니라 지나친 바쁨으로 보이며, 고통이 아니라 무언가에 대한 집착으로 보일 수도 있다. 그래서 남성의 우울증을 발견하려면 “얼마나 슬퍼보이는가”만 볼 것이 아니라 “평소와 무엇이 달라졌는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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