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님’ 현대차 위협하는 ‘동생’ 기아… 초박빙 승부 이유는?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현대자동차그룹의 현대자동차와 기아 임직원은 2년에 한 번씩 최대 30% 할인된 가격에 자사 차량을 구매할 수 있다. 그런데 현대차 직원이 기아 차량을 구입하면 이런 혜택을 받을 수 없다.
그나마 현대차가 전통적으로 강한 상용차 시장에서 기아와 격차를 벌려두지 않았다면 1만여대의 격차조차 나지 않았을 수 있다.
현대차 직원은 현대차와 제네시스를 구입할 경우 혜택을 받지만 기아 임직원은 기아 차량만 할인된 가격에 구매할 수 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내수판매 격차 1만1880대로 축소
기아 RV·전기차 판매서 비교우위
현대차 파업·기아 무분규도 영향

현대자동차그룹의 현대자동차와 기아 임직원은 2년에 한 번씩 최대 30% 할인된 가격에 자사 차량을 구매할 수 있다. 그런데 현대차 직원이 기아 차량을 구입하면 이런 혜택을 받을 수 없다. 최근 기아 차량의 인기가 갈수록 커지면서 이 같은 방침에 불만을 나타내는 현대차 직원이 많아지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렇듯 현대자동차그룹 큰 형 격인 현대차와 동생인 기아의 안방 시장 경쟁 구도가 전례 없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지난 1~9월 누적 판매량만 놓고 보면 현대차는 기아보다 1만2000대 가까이 더 파는 데 그쳤다. 판매 양상 대로라면 연말로 갈수록 이 격차는 더 좁아질 개연성이 크다. 기아가 현대차그룹 식구가 된 1998년 이후 가장 적은 연간 판매량 격차 기록을 낼 것이라는 평가에 힘이 실린다.
현대차와 제네시스 두 개 브랜드 실적을 합산하는데도 기아에 바짝 추격을 당한 이유는 복합적이다. 레저용 차량(RV)과 전기차 승부에서 기아가 비교우위를 점했다. 여기에 노사 관계도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가 나온다. 전략의 성공이 결과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역대 최소 격차 ‘코앞’
8일 현대차그룹에 따르면 현대차는 올 들어 지난달까지 내수 시장에서만 44만8181대를 판매했다. 이는 지난해(53만5458대)와 비교해 16.3% 정도 줄어든 수치다. 반면 기아는 1~9월 누적 기준 43만6301대라는 판매고를 올리며 전년(41만3942대) 대비 5.4%나 판매량을 늘렸다. 양 사의 격차는 1만1880대로 좁아졌다. 그나마도 지난달 현대차 실적이 전달까지보다는 선방한 덕에 1만대 이상의 격차를 유지했다. 지난달 현대차와 기아는 내수 시장에서 각각 4만9022대, 4만5705대를 판매하며 3317대 격차를 보였다.
‘박빙’이라고 평가해도 무색한 수준의 판매량 격차는 전례 없는 일이다. 양 사의 연간 판매량 격차는 최근 10년 동안 최소 10만대 이상 벌어졌었다. 가장 근소한 격차를 보였던 2022년을 보더라도 현대차가 기아보다 10만2000대가량을 더 판매했었다. 지난해만 해도 12만2000대 규모의 차이를 보였다.

기아 ‘비교우위’ 살펴보니
불과 1년도 채 안 돼 양 사의 판매 실적에 격변이 발생한 이유로는 크게 3가지가 꼽힌다. 가장 주요한 요인으로는 레저용 차량(RV)이 꼽힌다. 현대차는 9종의 RV 차량 라인업을 꾸리고 있다. 이 차량 전체의 1~9월 총판매량은 15만5613대로 집계된다. 반면 기아의 RV 차량 라인업 10종의 같은 기간 총판매량은 28만3794대에 달한다. RV에서만 13만대 가까이 격차가 벌어졌다.
현대차는 전통적으로 세단에서 강세를 보인다. 실제 그랜저와 쏘나타 아반떼는 현대차의 승용차 라인업 판매량 1~3위를 기록했다. 이를 합한 현대차의 세단 판매량은 15만526대에 달한다. 반면 K5나 K8 등 시리즈를 앞세운 기아의 세단 판매량은 10만6379대에 그쳤다. 그렇다고 해도 격차가 5만대에도 미치지 못하다 보니 RV에서의 격차를 뒤집지 못했다. 그나마 현대차가 전통적으로 강한 상용차 시장에서 기아와 격차를 벌려두지 않았다면 1만여대의 격차조차 나지 않았을 수 있다. 시장의 RV 수요가 사실상 양 사의 승부를 갈랐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실제 차종별로 보면 RV 전략에서 기아가 현대차를 압도하고 있는 모습이 확연히 드러난다. 현대차의 RV 라인업 중 가장 인기가 높았던 차량은 싼타페다. 모두 3만1146대를 팔았다. 반면 기아 라인업에서는 쏘렌토(7만4933대) 카니발(4만6591대) 스포티지(4만6015대) 셀토스(3만9701대) 등 4개 모델 모두 싼타페 판매량을 상회한다. 현대차가 고급 브랜드 제네시스의 실적을 합산해 발표하는데도 격차를 더 벌리지 못한 부분 역시 눈에 띈다. 제네시스의 SUV 차량인 GV80과 GV70은 1~9월 누적 기준 각각 1만5511대, 1만9248대를 판매했다. 역시 기아 RV 판매량 1~4위 차량에 못 미친다.
전기차 전략 역시 기아가 격차를 줄인 주효한 부분으로 꼽힌다. 순수 전기차 판매량으로 비교해봐도 기아가 판정승을 거둔다. 현대차의 주력 순수 전기차 아이오닉5는 누적 1만6361대를 판매했다. 반면 기아는 EV3 2만6699대, EV5 2만4705대씩 판매고를 올리며 아이오닉5를 뛰어넘었다. 특히 디자인적 부분이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다. 2021년 출시한 아이오닉5는 5년째 변경 모델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양 사의 임직원 할인 혜택에서 현대차가 유리한데도 이같은 실적이 나왔다는 점도 두드러진다. 현대차 직원은 현대차와 제네시스를 구입할 경우 혜택을 받지만 기아 임직원은 기아 차량만 할인된 가격에 구매할 수 있다. 공시 기준 현대차 국내 임직원 수는 올해 기준 7만3335명, 기아는 3만6566명으로 배 차이가 난다. 양 사 실적이 박빙 승부를 벌이고 있다는 점은 실제 시장에서 현대차 판매량이 더 줄었을 가능성을 보여준다.
노동조합 문제도 이같은 실적에 영향을 미친 원인으로 꼽힌다. 현대차는 지난 7~8월 모두 60시간에 걸쳐 파업을 진행했다. 생산 손해액만 조 단위라는 분석이 나왔다. 그만큼 차량 인도도 늦어졌다. 반면 기아는 2021년부터 올해까지 6년 연속 무분규로 노사 협상을 타결하고 있다. 생산량 감소분이 없는 것이다. 공장의 원활한 가동 여부는 실적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는 부분이다.
현재로서는 추세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유력하지만 변수가 있다. 현대차가 이번 달 공개한 디 올 뉴 투싼의 존재다. RV 시장의 스테디셀러인 투싼이 신차로 나오면서 부진한 현대차의 RV 실적을 4분기에 끌어올릴 가능성이 적지 않다. 올해 예정된 신차가 없는 기아와 대조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아무래도 조금 더 격차를 벌릴 수 있는 요인이 되겠지만 역대 최저 격차를 피하기는 힘들어 보인다”고 말했다.
신준섭 기자 sman321@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Copyright © 국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