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직원 이어 정청래까지…美비자 발급 보류 파장

여성국 2026. 10. 8. 2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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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미국행 비자 발급이 보류된 것으로 8일 확인됐다. 이종석 국가정보원장의 미국 방문이 불발됐다는 논란이 제기된 가운데 집권 여당의 전직 대표마저 방미가 거부되면서 한·미 관계가 위기를 맞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7일 서울 종로구 통일부 남북회담본부에서 열린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의 통일부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정동영 장관에게 질의하고 있다. 뉴스1


정치권에 따르면, 미국 국무부는 이날까지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소속인 정 의원에 대한 비자를 아직 발급하지 않은 상태다. 외통위는 지난 6일부터 23일까지를 국정감사 기간으로 정하고, 미주반을 포함한 총 3개 반으로 인원을 나눠 전 세계 주요 재외공관에 대한 현지 감사를 실시하고 있다. 정 의원이 포함된 미주반은 11일부터 22일까지 9박 12일 일정으로 미국·브라질·캐나다 등을 방문해 재외공관 국정감사를 진행할 예정이었다.

정 의원은 8일 페이스북에 “미국 비자가 현재 미국 국무부에서 계속 심사 중이란다. 허용도 불허도 아닌 상태를 더 기다릴 수 없어서 긴급하게 구주반(유럽)으로 변경 신청을 하게 됐다”고 적었다. 이어 “저는 이미 2012년 미국을 방문해 외통위 국정감사를 진행했고, 2014년 국회의원 자격으로 미국을 방문해 미국 상·하원 의원들과 한반도 문제에 대해 논의하고, 그레그 전 주한 미국 대사의 자택을 방문해 만남을 가진 바 있다”고 덧붙였다.

이번 비자 발급 보류를 두고 정치권 일각에선 정 의원의 과거 학생운동 전력이 영향을 미친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나온다. 정 의원은 1989년 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전대협) 소속으로 주한 미국 대사관저 점거 농성을 주도한 사건으로 국가보안법을 위반해 징역 2년을 선고받았다. 이 같은 전력 때문에 지난해 국민의힘 일각에선 정 의원을 향해 “미국도 못 가는 테러리스트”라며 공세를 펴기도 했다.

정청래 민주당 대표가 2014년 1월 그레그 전 주한 미국대사 부부의 워싱턴 자택을 방문해 인사를 나누고 있다. 정청래 의원실


하지만 정 의원은 이러한 주장을 적극적으로 일축해 왔다. 실제 정 의원은 민주당 대표 시절인 지난해 11월 20일 한·미 의원 연맹 창립 기념 제1회 한·미 외교 포럼에 참석해 “저보고 미국에 못 가는 의원이라고 하는데 갔다 왔다”고 밝히며 미국 입국에 결격 사유가 없다고 공개 반박했다.

정치권에선 설사 정 의원이 결격 사유가 있더라도 이미 국회의원 자격으로 방미 경험이 있고, 지난 8월까지 민주당 대표였던 점을 주목하고 있다. 최근 국정원 직원뿐 아니라 이종석 국정원장마저 미국 방문이 거부됐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과 맞물려 파장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미국 측은 지난 6월 북한의 사이버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개최된 한·미·일 회의 당시 한국 국정원 관계자의 회의 참여를 거부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일었다. 이와 관련해 국정원은 8일 “수개월 전 일부 오해가 있었으나 이미 지난 일”이라며 “국가 간 관계에서는 어느 나라건 국익 차이로 종종 오해가 발생하기도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국정원이 직접 나서 해명한 상황에서 정 의원 비자 거부 문제까지 불거지자 정치권의 우려도 쏟아졌다.

김민석 민주당 대표는 페이스북에 "신망 높은 4선 중진인 직전 여당 대표의 비자 발급 지연에 대해 강한 유감을 표한다"며 "한·미 외교 당국이 신속하고 적극적으로 문제 해결에 나서주시길 희망한다"고 적었다.
국민의힘 소속 외통위원은 “다른 의원들의 비자는 다 나왔는데 정 의원만 따로 비자가 나오지 않은 것에는 특별한 이유가 있을 것”이라며 “미국이 전직 다수당 대표이자 현직 여당 의원의 비자 발급을 제한한 것은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어 “최근 국정원 직원도 비자가 나오지 않는다고 하는데, 이는 외교적으로나 한·미 동맹 차원에서 매우 중대한 상황”라고 했다.

여성국·김규태 기자 yu.sungku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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