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가 차기 대통령 유력? 이런 나라가 있습니다

박태훈 2026. 10. 8. 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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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일 치러진 브라질 대선 1차 투표에서 플라비우 보우소나루 상원의원이 47.03%를 얻었다.

2022년 브라질 대선에서 목사이자 하원의원인 마르쿠스 펠리시아누는 룰라가 집권하면 교회를 닫을 것이라는 영상을 퍼뜨렸다가 나중에 근거가 없었다고 인정했다.

그래서 브라질에서는 2022년 대선 불복과 이듬해 1월의 삼권기관 습격이 터져 나왔다.

룰라가 이기든 지든 브라질 진보는 앞으로 오랫동안 교회와 싸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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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태훈의 청년 오늘] 브라질 대선이 한국 정치에 던지는 경고

[박태훈 기자]

▲  지난 6일 브라질 고이아니아에서 자유당(PL) 소속 브라질 대통령 후보 플라비우 보우소나루가 대통령 선거 결선 투표를 앞두고 열린 집회에 참석하고 있다.
ⓒ 로이터/연합뉴스
지난 4일 치러진 브라질 대선 1차 투표에서 플라비우 보우소나루 상원의원이 47.03%를 얻었다. 현직 룰라 대통령은 45.16%에 그쳤다. 선거 직전까지 대부분의 여론조사는 룰라의 근소한 우세를 점쳤다. 쿠데타 모의로 중형을 선고 받은 자이르 보우소나루가 후계자로 지목한 장남이 현직 대통령을 앞질렀다. 두 사람은 오는 25일 결선에서 다시 맞붙는다.

이 선거를 지구 반대편의 일로만 볼 수 없다. 보우소나루는 2022년 대선 패배를 뒤집으려 쿠데타를 모의했고 윤석열은 12·3 비상계엄을 선포했다. 두 사람 모두 법정에 섰고 진보 정부가 뒤를 이었다. 두 나라 극우 모두 대형교회를 동원 기반으로 삼는다. 룰라 정부가 쿠데타 세력을 단죄하며 4년 가까운 시간을 보내는 동안, 극우는 보우소나루의 아들을 앞세워 다시 1위에 올랐다. 한국으로 치면 김건희가 다음 대선에 출마해서 당선이 유력한 상황이라고 볼 수 있겠다.

브라질 정치에 개입한 복음주의 개신교
▲  2019년 8월 10일, 브라질 브라질리아에서 열린 ‘예수를 위한 행진(March for Jesus)’이라는 기독교 행사에서 한 남성이 성경을 들고 기도하고 있다. ‘예수를 위한 행진’은 브라질 복음주의 교회들이 주최했으며, 자이르 보우소나루 대통령이 참석했다.
ⓒ AP/연합뉴스
그렇다면 한국 진보는 브라질에서 무엇을 읽어야 하나. 영화감독 이송희일은 1차 투표 직후 쓴 글에서 룰라 정부가 우경화된 기조를 유지하다 '보우소나루주의'를 제압하지 못했다고 진단하며 "보다 진보적이고 담대한 정치 비전과 민중 동원"이 필요했다고 썼다. 일리 있는 진단이지만 나는 다른 대목을 본다. 브라질이 한국에 주는 경각심은 '노선의 선명성 '문제가 아니다. 보수 개신교의 정치 동원력을 제도로 꺾지 못하면 진보 정치에 미래가 없다는 경고다.

브라질 유권자의 표심은 종교에 따라 갈렸다. 선거 사흘 전 공개된 여론조사기관 다타폴랴(Datafolha) 조사에서 가톨릭 유권자의 50%는 룰라를, 32%는 플라비우를 지지했다. 복음주의 개신교 유권자에게서는 순서가 뒤집힌다. 플라비우가 52%, 룰라가 26%다.

처음부터 이런 구도는 아니었다. 실라스 말라파이아, 에지르 마세두처럼 지금 룰라를 가장 거칠게 공격하는 대형교회 지도자들도 룰라 1기에는 그의 편이었다. 그러나 이들은 낙태와 성소수자 문제를 고리로 우파와 손잡았고 2018년 자이르 보우소나루를 대통령으로 만들었다. 의회 복음주의의원전선(FPE)에 이름을 올린 하원의원은 211명으로 전체 513석의 40%가 넘는다. 2023년 1월 8일 삼권기관 습격을 부추긴 혐의로 수사 받은 의원들도 이 명단에 있다.

복음주의가 이만큼 커진 배경에는 미국이 있다. 브라질 복음주의 개신교인 비율은 1991년 9.0%에서 2022년 26.9%로 세 배가 됐다. 냉전기 미국은 가톨릭 안에서 자라난 해방신학을 공산주의의 통로로 여겼다. 레이건 진영이 1980년 작성한 <산타페 문서>는 해방신학에 맞서야 한다고 적었고 그 뒤 수십 년 동안 미국 복음주의 단체의 선교 자금과 방송이 남미 빈민가로 흘러들었다. 복음주의자는 가톨릭 신자보다 젊다. 브라질에서 시간은 복음주의 교회의 편이다.

물론 개인의 신앙은 정치가 간섭할 영역이 아니다. 많은 신자들은 교회에서 영적 안식처를 찾는다. 문제는 교회가 정치 조직으로 움직일 때 생긴다.

복음주의 개신교는 정치의 영역에 개입해 반대자를 악마로 만든다. 선거를 영적 전쟁으로 설교하는 순간 상대 후보는 사탄의 하수인이 되고 타협은 배교가 된다. 2022년 브라질 대선에서 목사이자 하원의원인 마르쿠스 펠리시아누는 룰라가 집권하면 교회를 닫을 것이라는 영상을 퍼뜨렸다가 나중에 근거가 없었다고 인정했다. 당시 영부인 미셸 보우소나루는 남편이 들어오기 전 대통령궁이 악마에게 바쳐진 곳이었다고 말했다. 룰라는 결선을 열하루 앞두고 교회를 닫지 않겠다는 공개서한까지 내야 했다. 올해 6월에도 플라비우는 상파울루의 복음주의 대행진 무대에서 브라질이 영적 전쟁을 치르고 있으며 올해 악이 정부에서 쫓겨날 것이라고 말했다.

선거가 영적 전쟁이라면 악마에게 진 선거 결과에 승복할 이유는 없다. 오히려 승복하는 게 더 이상한 일이다. 그래서 브라질에서는 2022년 대선 불복과 이듬해 1월의 삼권기관 습격이 터져 나왔다.

내란 혐의로 구속영장이 발부된 윤석열을 지키겠다며 서부지법을 쑥대밭으로 만든 현장에도 교회가 있었다. 전광훈 목사가 이끄는 사랑제일교회의 특임전도사 두 명이 법원에 난입했고 둘 다 실형을 받았다. 가담자 가운데 가장 무거운 징역 5년을 받은 사람은 법원 안에 불붙인 종이를 던진 열아홉 살 청년, 이른바 '투블럭남'이었다. 그는 극우 성향의 개신교 활동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가장 독실한 신자로 살아온 청년이 폭도가 된 것이다.

복음주의 정치는 반대자만 악마로 만드는 게 아니다. 번영신학은 가난을 믿음이 부족한 탓으로 돌린다. 십일조를 내고 헌신하면 하나님이 물질로 갚아준다고 가르치니 여전히 가난한 신자는 헌신이 모자란 사람이 된다. 실업과 저임금은 구조의 문제가 되지 못하고 복지국가에 대한 요구는 기도 제목으로 바뀐다. 이 설교를 누가 듣는지가 문제다. 2020년 여론조사기관 다타폴랴 조사에서 브라질 복음주의자의 48%는 소득이 최저임금의 두 배, 당시 환율로 월 50만 원에 못 미쳤다. 59%는 흑인이나 혼혈, 58%는 여성이었다. 진보가 가장 먼저 대변해야 할 사람들이 매주 극우의 정치 언어를 듣고 있다.

교회는 세금을 내지 않는 선거 조직이기도 하다. 브라질 헌법은 종교 시설에 대한 과세를 금지한다. 매주 수천 명을 모으고 헌금을 걷는 조직이 선거철이면 동원 기구로 바뀐다. 면세 특권은 정치의 대가로 더 커진다. 2020년 브라질 의회는 교회가 체납한 사회기여금과 벌금 약 10억 헤알(약 2685억 원)을 탕감하는 조항을 통과시켰다. 보우소나루는 재정책임법 위반을 피하기 위해 거부권을 행사하면서도 자신이 의원이었다면 거부권 행사를 뒤집을 것이라고 공언했고, 의회는 이듬해 실제로 거부권을 무효화시켰다. FPE는 다음 의회의 최우선 과제로 교회 면세 확대를 꼽았다.

한국도 안심할 수 없다... '반정부' 앞장서는 교회
▲  부산 세계로교회 손현보 목사 등 세이브코리아와 함께했던 사람들이 2025년 5월 19일 서울 영등포구 국민의힘 김문수 대통령 후보 승리캠프에서 '김문수 대선후보 지지선언'을 하고 있는 모습.
ⓒ 이정민
미국이 뒤늦게 복음주의 개신교를 이식한 브라질과 달리, 한국 진보는 출발부터 교회와 얽힌 반공 국가의 유산과 싸워야 한다. 해방 직후 미군정과 이승만 정부는 개신교인을 요직에 기용했고, 월남한 서북 개신교 청년들로 조직된 서북청년단은 제주 4·3 학살의 토벌대로 나섰다. 지금 한국 극우 집회에 나부끼는 성조기와 이스라엘 국기가 그 흔적이다. 미국 교회와의 관계도 최근 몇 년 사이 신학 교류를 넘어 정치 동맹으로 바뀌었다.

이 동맹의 대표 사례가 부산 세계로교회 손현보 목사다. 그는 윤석열 탄핵 반대 집회인 세이브코리아를 이끌었고 2025년 9월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구속돼 유죄 판결을 받았다. 구속 직전 열린 기독교 보수 정치 콘퍼런스 빌드업코리아에는 찰리 커크가 연사로 왔다. 커크의 멘토인 랍 맥코이 목사는 손 목사 구속 뒤 세계로교회 강단에 섰고 올해 8월 7일에는 손 목사와 함께 백악관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만났다. 손 목사는 뒤이어 한 팟캐스트에 나와 이재명 정부를 친중 좌파 정부로 규정했다.

더 걱정스러운 쪽은 주류 대형교회들이다. 손 목사가 공동실행위원장을 맡은 대규모 연합 기도회에는 여의도순복음교회, 사랑의교회, 온누리교회, 명성교회 같은 대형교회가 총출동했다. 이 교회 신도 대다수는 원래 극우가 아니었다. 중도와 온건 보수, 일부는 리버럴에 가까운 도시 중산층이다. 교회 지도부가 미국 극우 네트워크와 손을 잡으면 이들이 통째로 극우 의제의 동원 대상이 된다.

교회의 동원력은 설교에서만 나오지 않는다. 교회는 국가와 정당이 비워둔 자리를 채운다. 매주 사람을 모으고 아이를 맡아주고 일자리를 이어준다. 브라질 마약 중독 재활시설의 82%가 교회나 종교단체와 연결돼 있고 연방정부가 비용을 대는 입소 정원은 2018년 2900명에서 2021년 1만 657명으로 늘었다. 중독자 가족에게 교회는 국가보다 먼저 손을 내민 곳이다. 그 가족이 선거에서 누구 말을 들을지는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한국 교회도 방과후 돌봄과 무료 급식, 청년부 모임으로 동네의 관계망을 쥐고 있다. 진보정당이 동네에서 하지 못하는 일을 교회가 한다. 교회를 비판하기 전에 그 빈자리를 누가 채울지부터 답해야 한다. 진보정당과 시민사회단체가 동네에서 아이를 맡고 밥을 나누고 청년을 모으는 풀뿌리 공동체를 직접 꾸리지 않는 한 그 자리는 계속 교회 몫으로 남는다.

청년 극우화를 말할 때도 마찬가지다. 커뮤니티 사이트와 유튜브 알고리즘만 들여다보면 실체를 정확히 알기 어렵다. 세계로교회가 운영하는 한국다음세대훈련원은 해마다 여름과 겨울에 전국 연합 캠프를 연다. 2024년 여름캠프에는 중고등부와 청년 5천여 명이, 2025년과 2026년 여름캠프에는 각각 3천 5백여 명이 모였다. 2024년에는 3박 4일 동안 손현보 목사가 설교하고 그 사이사이에 전한길 강사, 조평세 1776연구소 대표, 랍 맥코이 목사, 빌드업코리아 대표가 강단에 섰다. 2025년 강사진에는 김문수 전 국민의힘 대선 후보도 이름을 올렸다. 극우 담론은 온라인에서 퍼지지만 그것을 사람과 돈으로 묶어내는 곳은 교회다.

'교회 회계', 국세청이 볼 수 있게 해야
▲  지난 2024년 12월 27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광장에서 개신교계 임의 단체인 '한국교회 200만 연합예배 및 큰 기도회 조직위원회'가 동성결혼 합법화와 차별금지법 제정 반대를 촉구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 연합뉴스
그렇다면 진보는 무엇부터 해야 하나. 종교단체에 대한 회계감사와 세무조사부터 요구해야 한다. 설교를 규제하거나 특정 교회를 겨냥해 제재하는 방식은 곧바로 종교 자유 침해 논란에 부딪히고 극우 교회에 순교자 서사를 안겨준다. 회계는 다르다. 동네 장학재단도 지키는 기준을 교회에 똑같이 적용하자는 요구여서 종교 탄압 프레임이 끼어들 틈이 좁다. 시급한 까닭은 극우의 정치 동원이 결국 돈으로 움직이기 때문이다. 집회 버스와 무대, 유튜브 방송, 해외 인사 초청, 구속된 목사의 법률 비용까지 모두 돈이다. 그 돈줄을 보지 못하면 동원력도 꺾을 수 없다.

오가는 돈의 규모도 작지 않다. 올해 목회데이터연구소 조사에 따르면 성도 한 사람이 교회에 내는 헌금은 한 달 평균 24만 원, 1년이면 288만 원이었다. 교인 500명 이상 교회는 한 달 평균 1억 7500만 원을 걷는다. 매주 출석 교인이 3500명 안팎인 교회라면 단순 계산으로 1년 헌금이 100억 원을 넘을 가능성도 있다. 이만한 돈이 어디로 가는지 신도도 국세청도 알 수 없다.

제도가 그렇게 만들어져 있다. 교회 대부분은 법인으로 등록하지 않은 비법인 단체여서 헌금액과 교인 수를 신고할 의무조차 없다. 상속세 및 증여세법 시행령은 총자산 5억 원 이상 공익법인에 결산서류 공시를, 100억 원 이상이면 외부 회계감사를 의무로 지우지만 종교단체는 두 의무에서 모두 빠져 있다. 2018년 시작된 종교인 과세도 반쪽짜리였다. 소득세법은 세무조사 범위를 종교인 소득과 관련된 장부로 묶었고 교회 회계 자체는 국세청이 들여다볼 수 없다. 2017년 당시 김진표 의원을 비롯한 여야 의원 23명은 개별 교회 세무조사를 막아야 한다며 기자회견까지 열었다. 민주당도 교회 눈치를 보기 때문에 어려운 과제다.

일정 규모 이상 종교단체에는 결산 공시와 외부 감사 의무를 지워야 한다. 소득세법의 세무조사 제한 조항도 손봐서 탈세나 정치자금 유입 혐의가 있는 대형교회 회계는 국세청이 조사할 수 있게 만들자. 해외에서 들어온 종교 자금의 출처 신고도 필요하다. 보수 정부가 들어서면 다시 꺼내기 어려운 의제이니 이재명 정부 임기 안에 반드시 끝내야 한다.

브라질 결선은 25일이다. 룰라가 이기든 지든 브라질 진보는 앞으로 오랫동안 교회와 싸워야 한다. 교회와 국가가 처음부터 함께 자란 한국의 싸움은 그보다 어렵다. 그래서 더 서둘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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