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 단 한권의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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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작가회의 시분과위원회에서 기획한 '시로 읽는 오늘'을 연재합니다. 시로 아침을 시작한다면, 수많은 갈등과 전쟁도 줄어들 것입니다. 독자들은 힘 있는 언어를 익혀 튼튼한 내면을 가꿀 수 있고, 다양한 시를 통해 새로운 시민의 감수성을 만들어 갈 수 있을 것입니다.
시인은 대책 없는 무력한 상태를 부끄러워하지 않고 속수무책을 "내 인생 단 한 권의 책"으로 삼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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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작가회의 시분과위원회에서 기획한 '시로 읽는 오늘'을 연재합니다. 시로 아침을 시작한다면, 수많은 갈등과 전쟁도 줄어들 것입니다. 독자들은 힘 있는 언어를 익혀 튼튼한 내면을 가꿀 수 있고, 다양한 시를 통해 새로운 시민의 감수성을 만들어 갈 수 있을 것입니다. 세계의 첨예한 문제를 시인의 예민한 감각으로 길어 올린 한국시를 매주 두 편씩 선정하여, 추천 글과 함께 독자 여러분께 소개합니다. <기자말>
[우은주]
속수무책
- 김경후
내 인생 단 한권의 책
속수무책
대체 무슨 대책을 세우며 사느냐 묻는다면
척 내밀어 펼쳐줄 책
썩어 허물어진 먹구름 삽화로 뒤덮여도
진흙 참호 속
묵주로 목을 맨 소년 병사의 기도문만 적혀 있어도
단 한권
속수무책을 나는 읽는다
찌그러진 양철 시계엔
바늘 대신
나의 시간, 다 타들어간 꽁초들
언제나 재로 만든 구두를 신고 나는 바다 절벽에 가지
대체 무슨 대책을 세우며 사느냐 묻는다면
독서 중입니다, 속수무책
시인_김경후 : 1998년 <현대문학>으로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시집으로 <그날 말이 돌아오지 않는다> <열두 겹의 자정> <오르간, 파이프, 선인장> <어느 새벽, 나는 리어왕이었지> <울려고 일어난 겁니다>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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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속수무책으로, 한 권의 생을 읽는다. |
| ⓒ 박유하 시인(디지털 포엠 아티스트) |
시인은 대책 없는 무력한 상태를 부끄러워하지 않고 속수무책을 "내 인생 단 한 권의 책"으로 삼는다. 이 책의 삽화는 "썩어 허물어진 먹구름"으로 덮여 있고, 책 속은 벗어날 수 없는 "진흙 참호"의 절망이다. "묵주로 목을 맨 소년 병사의 기도문"처럼 기도조차 구원이 되지 못한 글만 적혀 있어도 시인은 읽는다. 그 행위로 자신의 삶이 아직 진행 중임을 드러낸다. 시인의 시간은 흐르지 않고 "다 타들어간 꽁초"처럼 소진되어 재로 남는다. 재로 만든 구두, 걸을수록 부서지는 구두를 신고, 바다 절벽에 선다. 위태로운 삶의 경계에서 세상이 "대체 무슨 대책을 세우며 사느냐"고 물으면 "독서 중입니다"라고 답한다. 삶을 극복했다고 말하지 않는다. 대책 없음을 인정한 채, 삶이 어둡고 끔찍한 텍스트여도 외면하지 않고 견디며 끝까지 읽는다. 이를 살아 있음의 방식이라고 이야기한다. "속수무책"을 읽는 일을 통해 끝내 삶의 편에 서기를 선택한다. (우은주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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