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일·북·중, 우리 존중 안 해... 주도권 외교가 먼저"

이영광 2026. 10. 8. 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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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현지 시각으로 9월 24일 워싱턴 D.C.에서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중국 시진핑 주석의 정상회담이 열렸다.

"사실 지금 방법이 별로 없는 상황이죠. 중국하고도 협조가 잘 안 되고 미국하고도 협조가 잘 안 되니까요. 그동안 자주 외교를 못 한 탓입니다. 미국이든 중국이든 일본이든, 우리 국익은 우리가 철저히 챙긴다, 미국 일변도로만 가지 않고 우리 국익에 손해 나는 부분이면 미국이 요구해도 들어주지 않는다는 원칙을 확고히 세우고 독자적 행보를 할 공간을 어느 정도 만들었더라면, 미국이든 일본이든 중국이든 북한이든 우리를 무시하지 않았을 거예요. 오랜 세월 그냥 미국이 하자는 대로만 따라가는 외교를 해왔기 때문에 누구도 우리를 존중해 주지 않는 겁니다. 이렇게 국력은 신장됐는데도 외교에서는 제대로 대접받지 못하는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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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광의 거침없이 묻는 인터뷰] 김홍걸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

[이영광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026년 9월 24일(현지시각) 워싱턴D.C. 백악관 집무실에서 회담하고 있다.
ⓒ AP=연합뉴스
미국 현지 시각으로 9월 24일 워싱턴 D.C.에서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중국 시진핑 주석의 정상회담이 열렸다. 5월 중국에서 회동한 이후 4개월 만이다. 하지만 이번에도 공동성명이나 공동 기자회견은 없었다.

이번 미중 정상회담의 평가와 함께, 이것이 한반도에 미칠 영향을 짚어보기 위해 지난 9월 30일 서울 국회의사당역 인근 사무실에서 김홍걸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만났다. 다음은 김 전 의원과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것이다.

- 이번 미중 회담 어떻게 평가하세요?

"예상을 벗어난 건 별로 없었다고 봐야죠. 저는 이미 9월 초에 중국 측으로부터 특별한 합의는 없을 거라고 들었어요. 서로 양국 정상이 자존심 싸움을 하는 상황이라 상대에게 양보해 줄 게 없기 때문에 특별한 합의가 나올 수 없다는 거죠.

미국에서는 중국이 뭘 해주기로 했다는 말이 나왔지만, 중국 쪽에서는 아무 말이 없는 걸로 봐서 미국이 확실히 합의 안 된 걸 부풀리거나 예전에 이미 합의됐던 걸 마치 새로운 합의인 것처럼 선전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아요. 어쨌든 시진핑 주석은 미국 가서 최고의 VIP 대접을 받았으니 국제적인 위상이 높아졌고, 그걸로 얻은 게 분명히 있는 거죠."

- 시진핑 주석이 얻은 건 뭘까요?

"트럼프 대통령이 공항까지 나가 영접했는데, 미국 대통령이 다른 나라 정부 수반을 공항에서 맞이한 건 64년 만에 처음이라고 해요. 그것만으로도 체면은 살리고 왔고, 중국의 국제적 위상도 과시한 거죠. 합의한 건 없지만 미중 갈등을 잘 관리해 나가겠다는 메시지를 국제사회에 보낸 셈이고, 서로 자국민에게는 '성공했다'고 말할 수 있도록 사전에 짜고 친 측면도 있다고 볼 수 있죠."

- 이번 미중 정상회담에서 의원님이 관심 있게 본 부분은 무엇이었나요?

"당연히 저는 북한에 관한 얘기에 관심이 있었죠. 김정은 위원장을 만나는 문제가 어느 정도 논의됐을지 궁금했는데, 9월 초 중국 측에서 들은 바로는 특별한 합의는 없겠지만 북한 얘기는 분명히 할 거라고 했거든요. 트럼프는 자기한테 불리한 얘기면 했어도 안 했다고 잡아 뗄 사람인데, 자기 입으로 북한 얘기를 했다고 한 건 뭔가 긍정적인 내용이 있었다는 뜻이죠.

중국 입장에서는, 2018년 북미 회담 때 뒤통수 맞고 당황했던 경험 때문에 이번엔 아예 중재자 역할을 자처한 것 같아요. 그래야 북미 협상 결과가 중국에 불리하지 않도록 조율할 수 있고, 제재가 완화되더라도 경제 지원으로 북한을 계속 묶어둘 수 있거든요. 또 트럼프가 '북한은 더 이상 위협이 안 된다'고 말해버리면, 그동안 북한 위협을 핑계로 한반도에 전략자산을 보내 중국을 견제해왔던 명분이 사라지니 중국에도 이익이에요. 중재자 역할만 잘 해내면 꽃놀이패를 쥐는 셈이죠. 그래서 중국이 11월 중순 APEC 회담에 김정은 위원장을 오게 하려고 공을 들이고 있다는 얘기도 들립니다."

"시진핑 주석이 '이 정도면 될 것'이라고 귀띔했을 수도"
▲  김홍걸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
ⓒ 이영광
-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8월에 북미 정상회담을 추진 하겠다고 했잖아요. 이번 미중 정상회담에서 얘기 나왔을 가능성 있나요?

"충분히 있죠. 미국도 당장 전면 비핵화가 비현실적이라는 걸 잘 알고 있어서, 핵을 더 만들지 않고 동결하고 미국을 겨냥한 ICBM 개발을 포기하는 정도로 받아내려 할 거예요. 북한에 뭘 줄지에 대해서는 시진핑 주석이 '이 정도면 될 것'이라고 귀띔했을 수도 있죠."

- 그럼, 중재자 역할을 한국 아닌 중국이 하는 건가요?

"미국이나 북한 모두 한국은 중재자 역할을 할 능력이 안 된다고 보는 거예요. 어쩔 수가 없죠. 2018년에 우리가 중재자 역할을 하겠다고 큰소리쳤다가 결국 못 해내서 미국도 실망하고 북한도 실망했거든요. 특히 북한 입장에서는 한국을 어느 정권이 들어서든 미국 외교 문제에서 미국 말만 듣고 독자 외교를 못 하는 나라라고 보기 때문에, 그런 상대에게 중재자가 돼 달라고 할 이유가 없는 거죠."

- 11월에 미국은 중간선거가 있잖아요. 이번 미중 정상회담이 영향을 줄까요? 아무 성과가 없다고 하잖아요.

"제가 미국 선거를 40여 년간 지켜봤지만, 이번 선거는 공화당 측의 참패로 끝날 가능성이 매우 높아요. 하원은 이미 끝난 거고, 언론에서는 상원도 공화당 패배 가능성을 50~60%로 보지만 제가 보기엔 90%예요. 이미 민주당 바람이 부는 선거이고 트럼프 심판론이 강하기 때문에 패배가 거의 확실합니다. 그러니 트럼프 입장에서는 최소한 중간선거 전에 북한과의 회담이 성사됐다는 발표라도 해서, 외교적으로 성과가 없고 실패만 했다는 비난을 조금이라도 가라앉히는 효과를 원할 거예요."

- 북미 정상회담이 성사될까요?

"미국과 중국이 그렇게 하려고 노력 중이지만, 북한이 어느 정도 대가를 요구하는지 몰라 확실하진 않아요. 하노이에서 빈손으로 돌아와 망신 당한 전례가 있어서, 김정은 위원장은 이번엔 미리 선물을 받지 않고는 회담에 나오지 않을 겁니다."

- 북한이 원하는 건 제재 해제 아닌가요?

"제재 완화뿐 아니라, 공식 핵보유국까지는 아니어도 사실상의 핵보유국으로서 지금까지 만든 핵에 대해 당장 없애라고 요구하지 않겠다는 약속 같은 걸 원할 거예요. 또 미국이 북한 체제를 위협하지 않겠다는 약속도 원할 거고요. 그걸 확실히 보여주기 위해 평양에 연락사무소를 열라는 요구도 할 수 있겠죠. 외교 관계 수립은 당장 어렵더라도요."

- 그럼, 북미가 물밑 협상하고 있을까요?

"충분히 가능성 있죠. UN 같은 데서 조용히 접촉할 수도 있고요. 다만 지금은 중국의 중재 역할 비중이 크다고 봐요. 거기서 뭔가 결론이 날 겁니다."

- 최근 일본 방문해서 들은 얘기가 있으신 것 같은데.

"다카이치 총리 쪽 분위기를 잘 아는 분을 만났는데, 의외로 솔직하게 얘기해 주셨어요. 과거에 일본 정치권 인사들을 만나면 북미·남북 관계 얘기를 할 때 '잘 되면 좋겠지만 그게 되겠냐'는 식으로 냉소적인 반응이 많았는데, 이번엔 전혀 그렇지 않더라고요. 그 사람들도 트럼프-김정은 회담이 이루어질 가능성이 꽤 있다고 보고 지금 대비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 그럼, 납치자 문제가 북일 관계 개선의 걸림돌은 아닌가요?

"일본과 북한 관계가 쉽게 풀리지 못하는 이유는 과거 납치자 문제 때문인데, 북한 잘못도 크지만 일본도 이 문제를 정치적으로 이용하고 과장·왜곡해서 오히려 풀기 어렵게 만든 측면이 있거든요. 그분 말로는 납치자 문제 관련자들이 대부분 이미 세상을 떠나 이게 북일 관계 개선의 걸림돌로 남는 건 바람직하지 않은데, 그동안 정치권과 언론이 너무 떠들어 놔서 없었던 일처럼 넘어가기도 힘들어졌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걸림돌을 치우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라, 만약 북일 정상회담이 성사된다면 '먼저 사과하면 회담하겠다'는 식이 아니라, 일단 회담을 하고 나서 과거 김정일 위원장이 고이즈미 총리에게 했던 것처럼 '우리 측 공작원이 의욕이 과해 무리한 짓을 저질렀다, 정부가 시킨 건 아니다'라는 식으로 유감을 표하는 정도면 충분히 넘어갈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어쨌든 일본은 북미 관계가 조만간 개선될 가능성을 보고 지금 대비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 기시다 정권에서 북일 정상회담 추진하다 실패했잖아요. 다카이치 정부에서 북일 정상회담 추진할까요?

"기시다 정권 때는 시도했다가 실패했는데, 그때는 바이든 정부가 있을 때라 미국을 의식해서 못 했던 게 아닌가 싶어요. 지금은 트럼프 정권이 들어섰으니, 트럼프가 먼저 나서면 일본이 따라갈 거예요. 원래 일본은 팔로워 전략을 잘하는 나라라서, 트럼프가 문을 열어 놓으면 신속하게 이 일을 진행시킬 가능성이 큽니다."

"국력 신장됐는데 외교서 대접 받지 못하는 이유는..."
▲  북한 미사일총국은 지난 20일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딸 주애가 참관한 가운데 무기체계기술 고도화에서 중대한 의의를 가지는 신형무기의 시험을 성공적으로 진행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22일 보도했다. 사진속 모니터 화면에 '화성포-11마-1형 비행궤도'(붉은색 네모)라는 글씨가 적혀있다. [조선중앙통신 홈페이지 캡처] 2026.9.22 [국내에서만 사용가능. 재배포 금지. For Use Only in the Republic of Korea. No Redistribution]
ⓒ 평양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 중요한 건 한국이 뭘 할 수 있느냐일 것 같은데.

"사실 지금 방법이 별로 없는 상황이죠. 중국하고도 협조가 잘 안 되고 미국하고도 협조가 잘 안 되니까요. 그동안 자주 외교를 못 한 탓입니다. 미국이든 중국이든 일본이든, 우리 국익은 우리가 철저히 챙긴다, 미국 일변도로만 가지 않고 우리 국익에 손해 나는 부분이면 미국이 요구해도 들어주지 않는다는 원칙을 확고히 세우고 독자적 행보를 할 공간을 어느 정도 만들었더라면, 미국이든 일본이든 중국이든 북한이든 우리를 무시하지 않았을 거예요. 오랜 세월 그냥 미국이 하자는 대로만 따라가는 외교를 해왔기 때문에 누구도 우리를 존중해 주지 않는 겁니다. 이렇게 국력은 신장됐는데도 외교에서는 제대로 대접받지 못하는 거예요."

- 참여정부까진 할 말 하지 않았나요?

"그렇죠. 이명박 정부 때부터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했어요. 문재인 정부가 들어섰을 때 북한도 어느 정도 기대를 했었는데, 북미 간 중재자 역할도 제대로 못 했고, 한반도 평화를 위해서는 어느 나라 눈치도 보지 않고 과감하게 뭔가를 밀어붙일 수 있다는 강한 의지도 보여주지 못했어요. 그래서 북한도 우리를 존중해 주지 않는 겁니다."

- 지금 상황에선 한국이 할 수 있는 게 없는 건가요?

"현재 하는 방식이라면 별로 기대할 게 없죠. 보수 정권을 거치면서 통일부는 거의 무력화됐고, 국정원도 중국에서 반간첩법이 생긴 뒤로는 요원들이 중국에 나가 북쪽 사람들을 만나며 정보를 수집하는 것조차 못 하는 상황이에요. 정보기관이 아니라 거의 일반 공무원 조직과 다를 바 없어져서, 크게 기대할 만한 데가 없다는 거죠."

- 현 정부의 외교·안보 기조에서 가장 시급하게 바뀌어야 할 점은 무엇인가요?

"우리가 한반도 정세의 주도권을 잡으려면 남북 관계나 주변국 외교에서 단호하고 과감한 모습을 보여야 해요. 그러지 못하면 미국, 일본, 북한, 중국 누구도 우리를 존중해 주지 않을 거예요. 남들이 나를 인정해 주지 않는다고 불평할 게 아니라, 내가 나서서 그들이 우리를 무시할 수 없게 만들겠다는 적극적인 자세가 필요한데, 현재 외교·안보 당국자들에게는 그런 의지가 전혀 보이지 않습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전북의소리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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