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라리 남남으로 살자"는 사람들, 눈 감는다고 평화가 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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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7일 최고인민회의를 열고 '통일'과 '민족'을 완전히 지워내는 개헌에 나설 전망이다. 과거 오물풍선과 확성기 소음, 최근 군사분계선 요새화 작업까지 겹치며 남북의 물리적·심리적 단절은 깊어질 대로 깊어졌다.
북한의 오물풍선 살포와 대남 소음방송, 우리 측의 대북 확성기 방송 등 남북이 '강 대 강'으로 맞섰던 지난 2024~2025년에 파주와 김포 등 접경지역에서 발생한 경제적 손해만 300억 원 이상인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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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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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성윤 합동참모본부 정보분석처장이 5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에서 열린 비무장지대(DMZ) 지뢰 폭발 관련해 합동 현장조사 TF 최종 조사결과 발표 브리핑에서 MDL 현황 등을 설명하고 있다. 2026.10.5 |
| ⓒ 연합뉴스 |
이 꽉 막힌 대치 속에서 번지는 이른바 '북한 무용론'은 피로감이 빚어낸 방어기제다.
그러나 우리가 눈을 감는다고 지척의 휴전선과 핵무기가 사라지지는 않는다. 이제 대북 정책은 거대 담론을 잠시 내려놓고, 적대적 이웃의 위험을 치밀하게 제어하는 '실용적 평화 관리'로 무게중심을 옮겨야 한다.
"통일하지 말고 그냥 남남으로 살면 안 되나요?"
최근 현장에서 만나는 청년들에게 자주 듣는 뼈아픈 호소다. 통계가 이를 증명한다.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의 최근 조사에서 국민 10명 중 4명(39.1%)이 "통일은 불가능하다"고 답했다. 81.8%는 이미 남북을 '별개의 국가'로 본다.
거듭되는 도발과 거친 말폭탄이 일상이 된 시대다. 취업과 내 집 마련만으로도 숨이 턱턱 막히는 청년들에게 북한은 그저 떼어내고 싶은 '혹'일 뿐이다. "신경 끄고 살고 싶다"는 체념을 탓할 수만은 없다.
방치된 위험은 청구서로 돌아온다
하지만 냉정한 현실은 우리의 체념을 허락하지 않는다. 보기 싫은 이웃은 안 보고 살면 그만이지만, 국가는 지리적 굴레를 마음대로 도려낼 수 없다.
불과 40여 km 떨어진 군사분계선(MDL)과 적의 무력은 엄연한 실체다. 남북은 지난 80년의 분단 속에서 안보와 외교가 얽히고설킨 톱니바퀴처럼 돌아갔다. 저들이 단절을 선언하더라도 우리가 '무시'라는 감정적 태도로 일관해선 안 되는 이유다.
외면과 회피는 정책이 될 수 없다. 안보 위협을 방치한 대가는 언제나 가장 약한 고리를 파고들어 뼈아픈 '청구서'로 날아온다.
남북 접경지역의 현실이 이를 여실히 웅변한다. 북한의 오물풍선 살포와 대남 소음방송, 우리 측의 대북 확성기 방송 등 남북이 '강 대 강'으로 맞섰던 지난 2024~2025년에 파주와 김포 등 접경지역에서 발생한 경제적 손해만 300억 원 이상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뒤엉켜 빚어낸 고도의 군사적 긴장감은 관광객의 발길을 끊게 만들었고 상권은 차갑게 얼어붙었다. 국가가 위기를 주도적으로 통제하지 못할 때, 그 여파는 고스란히 접경지 주민의 밥줄과 생명권을 옥죄는 고통으로 환산된다.
차가운 위기관리가 진짜 평화다
당장 '통일'의 가치를 포기하자는 뜻이 아니다. 그러나 척박한 현실 앞에서 "우리의 소원은 통일"이라는 당위적 구호만으로는 국민을 설득할 수 없다.
대북 정책의 당면 우선순위는 냉정하게 재조정되어야 한다. 지금은 우발적 국지 충돌을 막아내는 '위기관리'가 무엇보다 시급하다. 단 한 번의 오판으로 터질 수 있는 무력 충돌이 나의 평온한 일상과 주식 시장, 대한민국 경제를 통째로 뒤흔드는 것을 막아내는 것이 현시점 가장 치밀하고 이기적인 생존 전략이다.
북한에 등을 돌리자는 이들의 서늘한 냉소는, 역설적으로 우리의 안보 전략이 철저히 실용적이어야 함을 일깨운다. 평화는 상대를 신뢰해서 얻어지는 게 아니라, 내가 다치지 않기 위해 리스크를 통제해 내는 차가운 능력이다.
헌법에 새겨진 평화통일의 지향점은 가슴에 깊이 품되, 눈앞의 위험은 차갑고 정교하게 제어할 것. 감정적 무시를 넘어 '실용적 평화 관리'로 나아가는 것만이, 분단선을 머리에 이고 사는 우리가 택할 수 있는 가장 책임 있는 안보다.
덧붙이는 글 | 필자는 <판문점에서 금강산까지>의 저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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