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자의 저주를 넘어

2026. 10. 8. 0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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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한 정치인과 경영인, 목회자에게는 하나의 역설이 따라 다닌다. 높이 오를수록 더 크게 추락할 수도 있다는 사실이다.

성공에서 비롯된 오만 성경적으로 볼 때 최고 리더의 위대한 자질 중 하나는 돌이킬 수 있는 능력이다.

리더를 가장 위험하게 만드는 것은 실패만이 아니라 성공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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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리온 소울 하비스트 운동]
정상에 선 리더의 두 날개,
역동적 재균형과 교정 가능성
최근 황성주(오른쪽) 회장과 글로벌하비스트서밋(GHS) 브라질 대회에 참석할 차세대 리더들이 미국 콜로라도의 파이크 피크산에 오른 모습. 황 회장 제공

성공한 정치인과 경영인, 목회자에게는 하나의 역설이 따라 다닌다. 높이 오를수록 더 크게 추락할 수도 있다는 사실이다. 미국 콜로라도에는 해발 4000m가 넘는 고봉들이 즐비하다. 최근 글로벌하비스트서밋(GHS) 브라질 대회에 참석할 차세대 선교특전단 34명과 함께 올랐던 파이크 피크(Pike Peak)라는 산도 4300m가 넘는다.

정상에 가까워질수록 풍경은 급격히 달라진다. 수목한계선을 넘으면 나무가 사라진다. 칼바람이 몰아치고 기온은 떨어지며 산소는 희박해진다. 비옥했던 대지는 거친 암석과 황량한 툰드라로 바뀐다. 숨은 가빠지고 평지에서는 아무렇지도 않았던 한 걸음도 엄청난 에너지가 필요하다.

리더십의 정상도 마찬가지다. 정상은 가장 멀리 볼 수 있는 곳이지만, 역설적으로 운신의 폭은 가장 좁다. 밑에서는 작은 실수였던 것이 정상에서는 조직 전체의 위기가 된다. 한 번의 오판이 기업과 교회, 국가와 수많은 사람의 운명을 바꿀 수 있다.

산소가 희박할수록 한 번의 호흡이 절실하듯, 권력이 집중될수록 진실한 경청은 생명선이 된다. 디딜 곳이 좁을수록 분별은 예민해야 하고, 결정의 무게가 무거울수록 균형감각은 정밀해야 한다. 그러므로 정상에 선 리더에게 필요한 것은 한 번 중심을 잡으면 끝나는 정적인 균형이 아니다. 돌풍이 불 때마다 몸을 낮추어 무게중심을 옮기고, 다시 중심을 찾아가는 ‘역동적 재균형(Dynamic Rebalancing)’이다. 그리고 이를 가능하게 하는 더 근원적 능력이 교정 가능성(Correctability)이다. 리더의 마지막 경쟁력은 강한 추진력에만 있지 않다. 얼마나 신속하게 교정할 수 있는가에 있다.

아이젠하워의 D-Day
1944년 6월, 인류 역사상 가장 거대한 군사작전 가운데 하나인 노르망디 상륙작전을 앞두고 연합군은 숨을 죽이고 있었다. 15만 병력과 7000척의 함선, 9000대 넘는 항공기가 준비를 마쳤다.

절체절명의 순간, 아이젠하워 앞에 불편한 보고를 들고 온 사람이 있었다. 영국군 기상학자 제임스 스태그 대령이었다. 미국군 기상학자의 낙관론과 달리 그의 메시지는 분명했다. “지금은 불가합니다.” 악천후가 몰려오고 있었다. 작전 연기는 보안 누출과 병력 재배치, 작전 실패라는 또 다른 위험을 불러올 수 있었다.

아이젠하워는 용기있는 불굴의 리더였지만 정말 필요했던 것은 다른 종류의 용기였다. 멈출 수 있는 용기. 그는 불편한 보고를 외면하지 않았다. 결국 예정된 작전을 무한 연기했다. 그러나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기상 상황을 계속 재검토하던 중 짧은 호전 가능성이 나타나자 그는 다시 결단했다.

“고(Go).” 6월 6일, 연합군은 작전을 감행했다. 이것이 교정 가능한 리더십이다. 교정 가능성은 우유부단함이 아니다. 더 정확하게 전진하기 위해 멈출 수 있는 용기이며, 방향이 확인되었을 때 누구보다 담대하게 출발하는 능력이다.

성공에서 비롯된 오만
성경적으로 볼 때 최고 리더의 위대한 자질 중 하나는 돌이킬 수 있는 능력이다. 성경 속 위대한 지도자들은 무오한 사람들이 아니었다. 그들의 능력은 자신이 틀렸음을 발견했을 때 신속하게 하나님 앞에서 방향을 수정할 수 있는가였다.

리더를 가장 위험하게 만드는 것은 실패만이 아니라 성공일 수 있다. 실패는 질문을 낳는다. ‘무엇이 잘못되었는가.’ 그러나 반복되는 성공은 전혀 다른 결론을 만들어낸다. ‘역시 내가 옳았다.’ 성공이 계속되면 자신감은 자기과신으로 변하고 자기과신은 오만으로, 오만은 마침내 자기절대화로 발전한다.

처음에는 무릎 꿇고 묻던 리더가 어느 순간 자신의 경험을 믿는다. 처음에는 조언을 구하던 사람이 자신의 직관을 절대시한다. 조직이 커지면 문제는 더 심각해진다. 반대자는 줄어들고 보고서는 정제되며 나쁜 소식은 희석된다. 그리고 마침내 마음 속에 가장 위험한 문장이 자리 잡는다. ‘내가 성공했으니 내 판단은 옳다.’

신앙의 세계에서는 한 걸음 더 나아갈 수 있다. ‘내가 성공했으니 하나님도 내 결정을 승인하신다.’ 바로 이 순간부터 성공은 위험이 된다. 성경은 웃시야 왕의 몰락을 짧은 문장으로 기록한다. “그가 강성하여지매 그의 마음이 교만하여 악을 행하여.”(대하 26:16) 그는 강성해졌기 때문에 무너졌다. 이것이 승자의 저주다.

현대 경영학은 이 과정을 여러 각도에서 설명한다. 짐 콜린스는 몰락의 출발점으로 ‘성공에서 비롯된 오만’을 지적했다. 리처드 롤의 ‘휴브리스 가설(Hubris Hypothesis)’은 성공한 최고경영자가 자신의 판단을 과대평가해 과도한 인수 가격을 지불할 가능성을 설명한다.

특히 정상으로 올라오는 정보는 수많은 필터를 통과한다. 나쁜 소식은 완화되고 반대 의견은 줄어들며, 리더가 듣고 싶어 하는 정보는 증폭된다. 그 결과 최고 리더는 많은 보고를 받으면서도 중요한 진실에서 멀어진 사람이 된다.

어빙 제니스의 집단사고(Groupthink)가 여기에 결합하면 조직의 질문이 바뀐다. 무엇이 옳은가가 아니라 ‘리더가 무엇을 원하는가’가 판단 기준이 된다. 오히려 아무도 반대할 수 없는 조직이 가장 위험한 조직이다.

건강한 조직은 실패와 오류를 숨기지 않는다. 여기에 배리 스타우가 연구한 ‘몰입의 상승 현상(Escalation of Commitment)’이 더해진다. 이미 돈을 넣었기 때문에 더 넣는다. 이미 시간을 쏟았기 때문에 더 버틴다. 이미 자신의 이름을 걸었기 때문에 물러날 수 없다.

소명이 자기확신으로 굳어질 때
필자는 2008년 부룬디의 피에르 은쿠룬지자 대통령을 직접 만나면서 깊은 인상을 받은 적이 있다. 당시 그의 모습은 섬기는 리더십의 모델이었다. 그는 시민들과 함께 토요일 아침 거리 청소에 나섰고, 운동복 차림으로 공공장소와 건설 현장에 나왔다.

공개적으로 자신의 기독교 신앙을 표현하기도 했다. 예배 때는 본인이 찬양 인도를, 자녀들은 각각 악기를 통해 반주를 했다. 당시 부룬디는 오랜 내전에서 벗어나 새로운 국가를 건설하려던 시기였다. 그는 급진적 겸손과 소명 의식을 가진 지도자였다.

하지만 그는 내전 시기 죽음의 위기와 자신의 신앙 체험을 통치 소명과 연결해 설명하곤 했다. 그의 정치적 언어엔 하나님의 섭리와 자신의 통치를 연결하는 표현들이 나타났다. 결국 2015년 그의 세 번째 임기 출마를 둘러싸고 부룬디는 3선 개헌의 심각한 정치적 위기를 초래했다. 국내외에서 격렬한 논쟁이 일었고 시위와 쿠데타 시도, 이후 무자비한 대응과 인권침해가 이어졌고 결국 그는 실패한 리더로 기억됐다.

성경의 지도자들은 소명으로 시작했다. 문제는 그다음이다. ‘하나님이 나를 부르셨다’에서 ‘그러므로 내 판단은 특별하다.’ 그리고 마침내 ‘나를 반대하는 것은 내가 받은 사명을 방해하는 것’이라는 구조로 이동할 위험이 있다.

확신이 강해질수록 견제는 더 강해야 한다. 소명의식이 강한 지도자일수록 스스로에게 물어야 한다. ‘혹시 나는 하나님의 뜻과 내 뜻을 혼동하고 있지 않은가’ ‘나를 사랑하면서도 내게 아니오라고 말할 사람이 아직 곁에 있는가.’ 이는 기업가에게도, 목회자에게도, 선교 지도자에게도 똑같이 적용된다. 소명이 너무 선명하기 때문에 자신의 전략까지 하나님의 뜻이라고 착각하기 쉽다. 그러나 둘은 다르다. 소명은 확고해야 하지만 전략은 교정 가능해야 한다.

하나님께서 목적지를 보여주셨다고 해서 내가 선택한 모든 길까지 하나님께서 보증하신 것은 아니다. 다윗은 기름부음 받은 왕이었지만 나단 선지자에게 책망받아야 했다. 모세는 하나님께 직접 부름을 받았지만 이드로의 조언을 받아 행정체계를 바꾸었다. 베드로는 예수께 직접 사명을 받은 사도였지만 바울의 공개적인 책망을 피할 수 없었다.

성경이 보여주는 위대한 원리는 오히려 이것이다. 부르심이 클수록 교정 가능성도 커져야 한다. 경영학이 추락의 메커니즘을 설명한다면 성경은 그보다 더 깊은 곳을 바라본다. 문제의 최종 뿌리는 시스템만이 아니다. 마음이다. 내가 내 인생의 주인이 되고 싶은 욕망. 내 판단이 최종 판단이 되고 싶은 욕망이다. 외부 컨설팅은 사각지대를 발견하게 할 수 있다. 멘토링은 오만을 견제할 수 있다. 공동리더십은 권력의 폭주를 막을 수 있다. 그러나 이 모든 장치가 작동하려면 리더의 내면에 하나의 문이 열려 있어야 한다. ‘나는 틀릴 수 있다.’

그리고 잘못을 발견했을 때 하나님 앞에 방향을 돌리는 것이 돌이킴의 능력이다. 거기서 끝나지 않고 즉시 다시 바른 방향으로 순종하는 것이 재순종이다. 이 성경적 리더십의 흐름이 바로 ‘전적 항복’이다. 전적 항복은 결단력을 약하게 만들지 않는다. 오히려 자기 집착을 제거함으로써 더 자유롭고 더 담대한 결단을 가능하게 한다.

결단의 순간
필자 역시 중요한 결정의 순간마다 이 두 가지 시험을 경험했다. 신규 병원 프로젝트의 최종 계약을 불과 1분 앞둔 순간에 최종 판단을 해야 했다. 1년 이상을 준비했고 엄청난 투자, 구성원들의 기대, 공동체의 미래가 걸려 있었다. 서명만 하면 됐다. 그러나 마지막 순간 자문했다. ‘여기까지 왔다는 사실이 앞으로도 가야 한다는 이유가 될 수 있는가.’ 그리고 더 어려운 질문을 던졌다. ‘지금 멈추는 것이 옳다면 나는 기꺼이 멈출 수 있는가.’

최후까지 두 가능성을 열어 놓고 검토했다. 그리고 최종적으로 서명했다. 바이오 유전체 회사를 인수할 때는 정반대의 시험이 찾아왔다. 내부의 거센 반대가 있었다. 자금 압박도 혹독했다. 외부 상황만 보면 포기할 이유가 얼마든지 있었다. 이번에는 멈추는 게 훨씬 쉬웠다. 그러나 난관을 정면으로 돌파했다. 역동적 재균형은 가운데 가만히 서 있는 것이 아니다. 때로는 멈추고 때로는 돌아서고 때로는 기다리고, 때로는 전속력으로 달리면서도 궁극적인 중심축을 잃지 않는 것이다. 그 중심축이 하나님의 뜻이다.

세계 최대 천문대가 있는 하와이 마우나 케아산 정상. 황 회장 제공

2015년 하와이 코나에서 예수전도단 DTS 훈련을 받을 때 4205m 고봉 마우나 케아산을 간 적이 있었다. 거기엔 세계 최대 천문대가 있다. 정상에서 얻는 유익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정상에 올랐다는 것은 마음대로 처신할 권리를 얻었다는 뜻은 아니다. 오히려 더 낮게 몸을 숙이고 더 넓게 귀를 열고, 더 예민하게 분별하며 마지막까지 검증해야 한다는 뜻이다.

끝까지 남는 리더는 높이 올라갈수록 더 낮게 무릎 꿇는 사람이다. 빠르게 달릴수록 더 깊은 안식을 확보하는 사람이다. 정상에서는 항상 승자의 저주가 기다리고 있다. 나를 그곳에서 지켜주는 것은 거룩한 깨어짐이고 전적 항복이다. 전적 항복은 나를 교정하고, 교정 가능성은 돌이킴으로 이어지며, 참된 돌이킴은 다시 순종하게 한다. 그리고 이 반복되는 재순종이 변화하는 현실 속에서 중심을 잃지 않는 역동적 재균형을 가능하게 한다. 이것이 마지막까지 자신을 잃지 않고 사명을 완주하는 리더의 길이다.

황성주 해밀리 회장·사랑의병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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